[까칠한 금자 씨의 어린이카페 이야기]

시간이 흐르면서 까사미아에 오는 아이들이 크게 늘어나지 않고 않다.

까사미아가 위치한 인천 십정동 지역이 젊은 세대가 늘어나지 않고 있음에도 원인이 있고, 주택을 다시 짓는 ‘환경개선사업’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 유입 인구가 줄기 때문이기도 하다. 근처에 있는 하정초등학교를 봐도 전학 가는 아이들에 비해 전학 오는 아이들은 줄고 있다.

며칠 동안 가톨릭사회복지회 피정에 참석하느라 까사미아를 비운 아저씨. 이틀 동안 아저씨의 부재로 아이들은 간식으로 스파게티 대신에 빵을 먹었다. 수요일에는 3시가 넘도록 한 명도 오지 않는 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나뭇가지에서 떨려나와 마당에 이리저리 뒹구는 낙엽처럼 큘라 아줌마의 마음은 스산했다.

‘다들 어디로 가버린 거야?’ 아저씨가 없다는 텔레파시를 받은 걸까. 그날 3시 이후에 아이들이 나타나자, 아줌마는 ‘그럼 그렇지. 아이들이 까사미아를 잊을 리가 없지’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이들에게 아저씨가 없어서 스파게티 대신에 빵과 주스를 주겠다고 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좋아 하지만, 몇몇 아이들은 스파게티가 먹고 싶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다가 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저씨가 까사미아에 내려와 스파게티를 삶자 그 냄새에 아줌마는 마냥 행복했다. 아줌마는 점심으로 스파게티를 먹는데, 아저씨가 피정을 간 며칠 동안 못 먹어서 그런지 식욕이 솟아올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파게티를 준비하고 기다리는 데 아이들의 발걸음 소리는 감감무소식.

아이들이 오지 않자 아줌마는 며칠 전에 후원회원에게서 얻어온 멸치를 다듬기 시작했다. 머리를 떼고 등을 갈라 내장을 떼어내기 시작한 지 한참 후에 빈과 경이 왔다. 멸치를 다듬고 있는 아줌마를 보자, “멸치 무지 좋아하는데”라며 손을 내민다. 다듬은 멸치 몇 개를 손에 주자 맛있게 먹었다. 계속 먹고 싶다는 두 아이에게 멸치 10개 다듬으면 한 개 먹을 수 있다고 하자, 다섯 개 다듬고 한 개를 먹게 해달라고 조른다.

▲ 멸치 여왕인 빈과 경이 아줌마 옆에서 멸치 다듬으랴 먹으랴 바쁘다 바빠. ⓒ김용길

아저씨가 멸치 먹는 모습이 참 귀엽다며 사진기로 찍겠다고 하자 평소 같았으면 안 찍겠다고 고개를 돌리거나 도망을 갔을 두 아이가 선뜻 포즈를 취했다. 잠시 후에 두 아이는 아줌마 곁에 앉아 열심히 멸치를 다듬었다. 멸치를 다듬는 것인지 먹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입안에 연신 멸치를 넣으면서. 그래도 재미있어하며 멸치를 만지작거리는 두 아이가 귀여웠다. 언제 왔는지 남학생 중딩 1인 교가 자기도 집에서 엄마와 함께 멸치 똥 떼는 것 해봤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줌마는 빈과 경과 멸치를 다듬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생활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뭐야?” “아이들과 노는 거요.” “뭐하고 노는데?” “아이들과 헤드록하지요. 수다도 떨고.” “그럼, 힘든 것은 뭔데?” “그야 공부죠.”

작은 일에서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아이들. 아줌마가 보기에는 하나도 웃을 일이 아닌데 서로의 말 한마디에 까르르 웃는 아이들. 마음껏 뛰고 놀아야 할 아동기 때에 학업과 성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이들을 대하니 참으로 마음이 안쓰러웠다.

두 아이에게 ‘까사미아에 뭐가 있으면 좋겠느냐’고 묻자, “놀이기구요” 한다. “무슨?” “TV요.” 집에서도 보는 텔레비전을 여기서도 보겠다는 아이들의 말에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이 심심해하는 것 보이니? 너희가 책들과 놀아주면 참 좋아할 텐데.” 그 말에 아이들은 미소를 지었다.

까사미아에서 아이들과 만나다보면 가족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경과 남동생 종이는 각각 친구들과 따로따로 놀러오는데, 남매는 아저씨와 아줌마와 이야기를 도란도란 잘 나눈다. 경은 영화를 자주 보는데 주말에 가족과 함께 가고 맛있는 것도 먹는다고, 종은 아버지가 복권에 당첨되어서 집 이사 갈 때 가구를 새것으로 바꾼다고 자랑했다.

아이들과의 대화는 거창한 것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사소한 공통의 관심사를 잘 포착하면서 그것에서 실마리를 엮으면 마음에 품고 있는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멸치 다듬기를 하면서 빈과 경의 학교생활, 가족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 언제 먹어도 꿀맛이라며 맛있게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재 옆에서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진과 우 ⓒ김용길


최금자
(엘리사벳)
어린이 카페 까사미아 대표,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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