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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 천사들의 아름다운 여행[기고] 765㎸ 송전탑 공사 재개된 밀양 현장

   
▲ 밀양을 방문한 성미산학교 사람들이 딴 감을 손질하고 있는 모습 ⓒ장영식

성미산학교 중등 과정의 학생들이 밀양을 찾았다. 송전탑을 막기 위해 농사를 짓지 못하고 계신 어르신들을 돕기 위해 일주일간 밀양을 찾은 것이다. 성미산학교 학생들은 할머니들을 인터뷰도 하고, 새벽에는 따뜻한 국물을 끓여 차가운 농성장으로 올리기도 했다. 성미산학교 학생들로 인해 상동면 고정마을과 고답마을, 그리고 도곡마을 등지에서는 신선한 충격의 향기로 가득했다.

성미산학교는 교육과정에 의하면 해마다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봄과 가을이 되면 여행을 간다. 초등 저학년은 3박4일로 숲이나 시골마을로 여행을 가서 춤추는 숲의 향기를 맡는다. 살림프로젝트를 하는 4학년과 5학년은 옷 살림, 집 살림, 밥 살림 등 그 학기 주제에 따라 장소를 정해서 간다. 6학년은 어린이 도서관이나 마을 도서관에 관련된 프로젝트 여행을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강정의 10만대권 프로젝트에 합류해 제주로 졸업여행을 갔다.

성미산학교 중등 과정의 학생들도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인 생태 프로젝트에 맞게 여행지를 선택해서 2주 정도의 일정으로 여행을 한다. 지난 봄 여행은 울진핵발전소로부터 밀양까지 도보여행을 했고, 이번 가을 여행엔 밀양 어르신들의 일손 돕기와 진안의 전환마을을 탐방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짰다.

여행은 성미산학교 생태교육 과정으로 중요하게 다뤄진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고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둔다. 특히 여행 중에 휴지 없이 살기, 물 4리터로 하루 지내기, 쓰레기 만들지 않기 등을 실천하며 지낸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행에 관한 여러 가지 내용들을 토론하고 공부하며 준비를 한다. 여행지에서는 여행의 마지막 날에 여행지의 체험들을 정리하며 함께 토론하고 발표하며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마치 파울로 프레이리가 말한 것처럼 은행 적금식 교육에서 벗어나 인간 해방을 목적으로 하는 문제 제기식 교육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성미산학교의 교사와 학생 관계는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대화와 학습의 참여자로서의 수평적 관계였다. 즉 관계의 전환이었다. 교사이면서 학생이었고, 학생이면서 교사였다. 교사는 더 이상 가르치는 이가 아니고, 학생들과의 대화 속에서 자신도 배우는 학습자가 되었다.

성미산학교 선생님들은 자신들의 이름이나 지위에 따른 거리감을 없애기 위해 각자 고유한 별명을 쓰고 있다. 예를 들어 ‘연두’나 ‘노리’, 그리고 ‘심슨’ 등이 있는데, 아이들은 선생님의 별명을 그냥 부르며 거리감 없이 지낸다. 성미산학교의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는 인격적 동반자의 관계로 느껴졌다.

   
▲ (왼쪽부터) 자기 키보다 더 긴 장대로 감을 따는 아이의 모습이 진지하다. 아이들의 손으로 따고 손질한 단감은 바로 공판장으로 간다. ⓒ장영식

   
▲ (왼쪽부터) 할머니로부터 고구마를 선물받고 기뻐하는 노리 선생님, 캐낸 고구마들 ⓒ장영식

   
▲ 자기 얼굴보다도 더 큰 고구마를 캐고 즐거워하고 있는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 ⓒ장영식

   
ⓒ장영식

   
▲ 아침 식사를 마치고 농활 현장으로 출발하는 힘찬 모습 ⓒ장영식

   
▲ 도곡마을 고구마 밭에서 일손을 돕고 있는 성미산학교 아이들 ⓒ장영식

성미산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밀양시 상동면 고정마을과 고답마을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함께하며, 감 따기와 고구마 캐기 등의 농활에 참여했다. 처음엔 밀양 어르신들이 반신반의했지만, 문정선 밀양시의원에 의하면 “어린 학생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감탄하셨다”라고 한다.

학생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자신들이 담당하는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 아침 인사를 나누고 장비를 챙기며 곧바로 농활 현장으로 향했다. 감 따는 작업이 만만치 않은 고된 작업이었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말없이 척척 해냈다. 손으로 감을 따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자신들의 키보다도 더 긴 장대를 이용해서 감을 땄다. 딴 감들은 한 곳에 모아 다시 꼭지를 정리하고, 상자에 옮기는 과정까지 마치 숙달된 일꾼들처럼 익숙하게 처리했다.

765㎸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산 위에서 농성하던 할머니들은 어린 학생들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애교 만점의 학생들은 그동안 외롭게 싸우던 할머니들의 아픔을 들어주며 위로해주었고, 자식과 다름없는 농작물을 수확하는 일손의 모습이 고맙기 이루 말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맡았던 농사일을 마치면 자신이 방문했던 할머니들의 이름을 외우고 메모했다. 일일이 할머니 댁을 방문하며 안마를 해드리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단 하루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 새참 때는 자신들이 세웠던 계획에 의해 물을 절제하며 사용했고, 물티슈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번 여행에 핸드폰을 갖고 오지 않았다. 오로지 생태적 감수성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전적으로 기꺼이 던지고 맡겼다.

   
▲ 고정마을회관 앞의 300년 가까운 수령의 역사를 지닌 느티나무 아래서 함께한 성미산학교 사람들의 모습 ⓒ장영식

   
▲ 농성장 할머니의 말벗이 되어 주고 있는 아이의 모습 ⓒ장영식

   
▲ 동네를 돌아다니며 밀양 상동역에서 열릴 촛불문화제를 선전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장영식

   
▲ 촛불문화제에서의 ‘처음처럼’ 공연은 앵콜 요청을 받았다. 다시 ‘바위처럼’으로 공연하는 아름다운 모습 ⓒ장영식

   
▲ 상동역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밀양 어르신들께 성금을 전달하는 모습 ⓒ장영식

나는 고정마을과 고답마을, 그리고 도곡마을 등지에서 농활 현장을 동행하며, 나도 모르게 의식화되었다. 짧은 시간에 학생들에게서 인간을 해방하는 참된 인간화의 모습을 학습했다. 어린 학생들은 나의 스승이 되었고, 나는 그들의 제자가 되었다. 그들의 해맑은 모습과 즐겁고 창의적으로 상상하는 모습 속에서 틀을 벗어난 자유인의 모습을 맛보기도 하였다.

성미산학교 학생들은 밀양 상동역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 참여하는 것으로 밀양에서의 일주일을 갈무리하였다. 이 문화제에서 학생들은 추위에 고생하시는 밀양 어르신들과 함께하기 위해 SNS를 통해 성금을 모금하여 핫팩을 보내고 남은 기금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문화제에 참석한 밀양 어르신들은 학생들과 손을 맞잡고 이별을 아쉬워하는 축제의 밤을 보냈다. 송전탑 싸움에 지친 어르신들이 성미산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일주일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로와 연민의 따사로운 햇살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기사를 갈무리하는 새벽, 노리 선생님은 진안의 전환마을에서, 연두 선생님은 설매재의 숲에서 가을 여행 중에 포토에세이에 도움 되는 글을 보내주셨다. 아름다운 여행이길 두 손 모아 빈다.

   
▲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한 자리에 모인 성미산학교 사람들의 모습 ⓒ장영식

장영식 (라파엘로)
사진작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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