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정기 심포지엄, 자본주의 비판하며 생태정의 요구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원장 함세웅 신부, 이하 연구원)이 심포지엄을 통해 물신적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복음적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교회를 제시했다. 연구원은 21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제14차 정기 심포지엄을 열었다.

“사회정의 문제가 생태정의 문제다”

맹제영 신부(의정부교구)는 ‘자본에 의한 생태계와 인간성 파괴에 관한 예언자적 성찰’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우리 사회를 울리히 벡이 이름 붙인 ‘위험사회’로 봤다. 맹 신부는 “위험사회에서 자연은 더 이상 사회의 외부가 아니며, 사회도 자연의 외부가 아니다”라며 “자연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이고, 사회의 문제는 또한 자연의 문제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곧 생태정의 문제는 사회정의 문제고, 사회정의 문제가 생태 문제라는 점에서 “양자는 서로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환경에 대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지침서>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창조주께서 인간에게 맡기신 창조의 선물, 자연자원의 혜택이 모든 인간에게 골고루 공유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날로 확대되어 가는 부익부 빈익빈의 지구적 경제 양극화는 곧 생태적 양극화와 같은 말이다. 이것은 결국 생태정의라는 것이 경제정의나 사회정의와 무관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그런 맥락에서 교회는 생태문제를 총체적인 인간발전과 연결된 문제로 보아 왔다. 곧 저개발과 생태계 파괴가 서로 맞물려 있는 것이다. 양자는 서로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로 작용한다.”

▲ 심포지엄 발표자들은 한결 같이 자본주의의 탐욕이 빚어낸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생태계 파괴를 염려하며, 청빈한 삶과 교회의 사회 참여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상봉 기자

맹 신부는 이러한 생태 · 사회적 문제는 화폐로 모든 것을 측정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며, “그들은 순수한 화폐의 세계에 살면서 ‘사물의 가치’에 대한 감각을 상실한다”고 보았다. 이어 “모든 것을 경제 가치로 보는 눈은 사실 하느님께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이자 반역”이라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어떠한 하찮은 것이라도 존재하는 그 자체로 존재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맹제영 신부는 모든 사물을 생명 고유의 가치로 보라고 제안하며 독일의 신비사상가 에크하르트의 말을 덧붙였다.

“모든 것 속에서 신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신은 모든 것 속에 있으니까. 모든 존재는 저마다 신으로 가득 차 있으며, 신에 대한 책과 같다. 모든 존재는 저마다 신이 들려주는 한 마디씩의 말, 한 마리 풀쐐기라도 내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그것을 들여다보기만 한다면 나는 따로 설교 준비를 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만큼 모든 존재는 신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맹 신부는 모든 사물을 화폐 가치로 판단하지 않고, 귀중히 여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사람들 사이의 연대, 그리고 사람과 자연 사이의 연결을 재확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초대교회 신자들 역시 ‘필요한 만큼’ 취하는 방식의 삶을 살았다고 전했다. 초대교회 신자들은 이러한 삶을 개인적으로 선택하지 않고, 공동체적으로 기획하고 실천했다. 여기서 ‘필요한 만큼’이란 욕구의 절제이며, 그 동기는 “‘아가페’라고 불리는 조건 없는 형제 · 자매애”라고 말했다.

“그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유달리 따듯한 태도로 대했고, 그들과 재물을 조건 없이 공유하였다. 또 다른 하나는 물질적 절제를 바탕으로 한 정신적 기쁨과 풍요를 누렸다. 이러한 삶의 모습은 사막의 교부들을 거쳐 중세 수도공동체 관상생활에서 꽃을 피웠다. 지금도 이들은 ‘청빈’ 서약을 하고, ‘고통 받는 피조물’을 섬기며 하느님을 찬미하는 ‘단순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맹제영 신부는 이러한 삶의 방식과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연대를 세계적 수준에서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 발제자로 나선 맹제영 신부, 조현철 신부, 오경길 수녀 ⓒ한상봉 기자

“공동선 위한 정치참여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본질”
“예수의 전망은 자본주의와 정면 대립한다”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칼 라너의 표현을 빌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시공간상의 확장”이며 “예수를 세상에 드러내는 성사”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교회는 제도로 드러나지만, 제도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제도가 박물관의 역할에 머물 때, 교회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제도가 교회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신부는 교회가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공동체라면 “교회는 세상 속에서 누구에게 먼저 다가가고 누구와 함께 있어야 하는지 명백해진다”면서 “예수는 가난한 이들, 잡혀간 이들, 눈먼 이들, 억압받는 이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과 교회가 맺는 관계에 따라 “누가 진정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지 결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세상에서 다른 가치를 지향하는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교회가 세상에 의해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가능성은 교회 역사에서 자주 현실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상과 교회의 관계는 일방적이지 않다. 조현철 신부는 “교회는 세상을 만나며 빛과 소금의 의미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된다. 예수 또한 세상에서 배웠다”고 말했다. “예수는 처음 자신의 사명이 이스라엘 민족에게 국한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강아지들도 먹어야 산다는 가나안 여인의 말은 예수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며 교회와 세상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조 신부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성찰하면서 “세상은 여지없이 이냐시오 성인이 말한 ‘두 개의 깃발’ 형국”이라고 말했다.

“우리 현실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경제는 지속적인 성장, 무한성장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다. 성장하기 위해 생산은 계속 증가해야 하고, 여기에 맞춰 소비도 계속 증가해야 한다. 맹목적 성장의 경제인 자본주의가 제시하는 삶의 전망은 물질적 풍요다. … 이 장밋빛 전망에 도취되어 사람들은 치열한 경쟁의 틀 속에 뛰어든다.”

이어 조 신부는 “예수의 전망은 자본주의의 전망과 정면으로 대립된다”면서 ‘물신의 깃발’로 끌어들이려는 자본주의 체제에, 교회마저도 ‘효율성’ 때문에 흡수되어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깨어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 신부는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4대강 사업, 밀양 송전탑, 국정원 문제 등 우리 사회의 현안에 대한 교회의 움직임에 대해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사명에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덧붙여 성명서 발표 등에 머물지 않고 “교회가 매 사안마다 어떤 식으로든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점은 더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특히 “교회는 정치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제대로 된 민주주의야말로 세상의 힘없는 사람들의 최후의, 최소한의 보호막”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의 사회 현안들 또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탓이 크다”며 “민주주의 훼손은 세상 속의 교회가 선의의 사람들과 연대하여 반드시 막아야 할 중차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조현철 신부는 “공동선의 증진이 목적인 한, 교회는 정치적 발언이나 참여를 꺼릴 이유가 전혀 없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빌려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치는 사랑의 사회적 표현’이며 ‘이런 의미에서 정치 참여는 그리스도인의 의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세상에 민주주의 요구하며 동시에,
교회는 충분히 민주적인가 성찰해야

한편, 조현철 신부는 사회 현안에 대한 교회의 움직임이 정당성을 얻으려면 “교회 역시 교회가 세상에 제기하는 도전과 질문을 자신에게 적용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교회와 교회기관들은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논리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형화와 상업화로 치닫고 있는 한국 교회 안에서 “교회 내 노동자들의 신분은 적절히 보장되고 있는지, 노동조합 결성과 운영 등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충분히 경청하고, 그들을 대등한 협력자로 여기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조 신부는 “교회는 충분히 민주적인지” 물었다. “교회가 세상에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민주주의 훼손을 고발하려면, 교회 내부에서도 그에 걸맞게 권위주의, 성직주의, 비밀주의 등을 충분히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가 자신의 본분인 ‘신앙’을 소홀히 하면서 이른바 ‘세상 일’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에 대해, 조현철 신부는 “이런 지적은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망각한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세상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말씀이 사람이 되어 세상에 들어온 육화 사건은 신앙과 세상을 분리시키는 태도와 주장이야말로 그리스도교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고 말했다.

조 신부는 “교회는 자신이 아니라 ‘교회 밖에’ 자신의 역량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며, 교회의 사회적 관심과 참여는 신앙의 핵심적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신앙 활동은 사회에 대한 복음적 관심과 참여를 북돋아주고, 사회적 활동은 신앙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현철 신부는 교회가 ‘자기증식’에 몰두하는 자본의 거대한 흐름에 맞서 자기를 비우고 밖으로 나가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하고, 복음적 가치를 따라 살려는 이들이 자본의 거대한 흐름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든든한 희망의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을 주문했다.

풍요로운 일탈에서 소박한 ‘가난’으로

오경길 수녀(성바오로딸수도회)는 ‘탈핵운동과 수도자의 삶’을 다루면서, 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가 2011년부터 탈핵을 모든 수녀의 삶의 과제로 선택했음을 밝혔다. 오 수녀는 화석연료에 기반한 산업들이 무너지면 사람들이 삶의 형태를 바꾸지 않을 수 없으며, “이때 우리가 큰 고통을 겪지 않으려면 간소하고 소박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 수녀는 “주님이 행복 선언을 하실 때 그 첫 자리에 ‘가난’을 두셨다”며, 그동안 우리는 ‘풍요로운 일탈’의 삶을 살았다고 반성했다. 또 “인간은 성서가 가르치는 대로 너무 가난하여 도둑질을 하게도, 너무 풍족하여 하느님을 저버리지도 않을 만큼 검소한 삶을 살아야 정신도 육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일부로 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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