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연중 제25주간 화요일) 루카 8,19-21

그때에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지만, 군중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누가 예수님께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을 뵈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하고 알려 드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가족

예수님과 예수님을 찾아온 가족들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 때문에 예수님의 가족들은
예수님 가까이 다가갈 수 없습니다.

이 사람들 때문에 예수님은
어머니와 형제들을 볼 수가 없습니다.

이 사람들은 예수님과 예수님의 가족들의
정겨운 만남의 하나의 장벽입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애써 찾아온 예수님의 가족들을
측은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당신을 찾아온 소중한 가족들을
알아보지 못하던 예수님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예수님과 예수님의 가족들 사이에서
귀한 만남을 방해하던 수많은 사람들을
야속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만나야 한다.
만나게 해 드려야 한다.
혈연을 가진 가족과 함께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내가 해야만 한다.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을 뵈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한 사람의 외침에는
예수님과 예수님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예수님과 예수님의 가족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랑, 이 마음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것이었습니다.
인간적인 테두리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인간적인 것이 부정적인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것을 뛰어넘을 때,
인간적인 것이 비로소 완성됩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예수님을 사랑했던 한 사람이
장벽이라고 생각했던 그것
예수님께는 장벽이 아니라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였습니다.

예수님과 가족들의 만남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들
예수님께는 방해꾼이 아니라
한 가족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찾아 온
어머니와 형제들을 거부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적인 테두리를 뛰어넘어
당신을 통해 하느님을 따르는 이들을
어머니와 형제로 받아들이셨을 뿐입니다.

복음은 인간적인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인간적인 것을 완성하기 위해
인간적인 것을 뛰어넘을 뿐입니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예수님의 말씀은 혈연관계만을
염두에 두신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 안에서 맺어지는 인간관계를 제약하는
모든 인습적인 관계,
지연, 학연, 종교, 계층, 계급, 국가……
모두를 생각하신 것입니다.

인간적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는
폐쇄적이고 분파적인 모든 요소는
제거되어야 합니다.

오직 하나의 기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행함만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행함이라는
기준으로 맺어지는 인간관계는
인간적인 기준에 따른 다른 모든 관계에
참 의미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이 관계들을 완성시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행함,
그것은 사랑과 정의의 실천입니다.
관념적이 아닌 가장 구체적인
사랑의 실천과 정의의 실현을 위해
함께하는 사람들이 믿는 이들의 가족입니다.
이 가족이 교회입니다.

이 가족 안에
이 교회 안에
내가 있습니다.
당신이 있습니다.
나와 당신이 우리를 이룹니다.

현실적으로 부과된
여러 가지 인간적인 제약을 깨뜨려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여
이 가족 안에
이 교회 안에
내가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있어야 합니다.
나와 당신이 우리가 되어야 합니다.
 

 

상지종 신부 (베르나르도)
의정부교구 성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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