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매주 시국미사 봉헌… 한홍구, 서화숙 등 초청 강연회 이어가

“오늘의 상황은 유신독재의 시절로 회귀한 것이며, 독재자의 전유물이었던 공안정국 속에서 민주주의가 유린되었던 뼈아픈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이하 광주 정평위, 위원장 이영선 신부)는 12일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100여 명의 사제와 500여 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국가정보원의 불법적 대선 개입을 규탄하는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광주항쟁의 중심지였던 옛 전남도청과 금남로를 거쳐 북동성당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성명서를 나눠주었다.

▲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국정원 개혁을 위한 시국미사를 남동 5.18기념성당에서 봉헌했다. ⓒ한상봉 기자

▲ 이번 시국미사에는 광주대교구 사제 대부분과 수도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상봉 기자

광주 정평위는 성명서를 통해 현 시국을 ‘유신독재의 회귀’로 규정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고 있는 박근혜 정부와 언론을 성토하며, “현 시국에 대해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국가정보원 불법적 대선 개입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통령 사과와 국정원 개혁, 보수언론의 불공정보도 중단을 요구하며 매주 시국미사를 봉헌하기로 결정했다.

정평위원장 이영선 신부는 강론을 통해 “국정원이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개입함으로써 대화와 타협으로 이루어지는 정치가 사라졌다”면서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지도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게 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정권을 교체할 방법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항일투쟁과 전쟁, 그리고 분단과 군사독재에 대한 저항의 과정을 거치며 뿌리내렸지만, 국가정보원의 공작정치로 인하여 그동안 민주주의를 위해 흘렸던 피와 땀이 허망하게 내팽개쳐져 사라질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이영선 신부는 “국민은 대통령의 책임 있는 사과를 원하지만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셀프개혁’ 요구를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중에 국자정보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한 적도 없다고 말했지만, 정녕 떳떳하다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국정 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신부는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성공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며 “그러기 위해 국민을 적으로 삼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신자들에게는 “권력의 거대함이 한없이 우리를 왜소하게 만들지라도 하느님 나라의 정의와 가치가 이 세상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며 살아가자”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후세들이 정의와 공평 대신에 훈육과 자기검열로 길들여진 노예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 이영선 신부가 성명서를 낭독하자 사제들이 박수로 지지를 표명했다. ⓒ한상봉 기자

행진을 마치고 북동성당에서 마침 기도를 하며 김희중 대주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를 인용했다. 김 대주교는 “우리가 하는 일이 바위에 계란을 치는 것같이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하느님께 계속 간청하면 민주주의와 한반도의 평화를 후손들에게 드러낼 수 있다”며 “그 첫걸음에 동참해 주신 신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광주 정평위는 10월 3일부터 31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7시에 북동성당에서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시국강연회를 이어가기로 했다. 10월 3일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10일 서화숙 한국일보 기자, 17일 정희완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24일 김선수 변호사, 31일에는 김인국 신부(청주교구)의 강연회가 예정되어 있다.

▲ 김희중 대주교와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행진에 참여했다. ⓒ한상봉 기자

▲ 금남로를 지나는 시국미사 참석자들. 묵주기도를 하며 거리를 행진하는 동안 각 교구에서 발표된 시국선언문이 계속 낭독되었다. ⓒ한상봉 기자

▲ 김희중 대주교는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국민의 힘으로 국정원을 개혁하자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 금남로 일대는 행진에 참여한 신자들이 줄을 이었다. ⓒ한상봉 기자

▲ 행진 참가자들은 국정원 개혁과 대통령 사과를 외쳤다. ⓒ한상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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