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광고 통해 천주교 시국선언운동 비난하며 “애국 교우” 결집 요구

“다수의 애국평신도”들을 대변한다는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이하 천주교인모임)에서 <조선일보> 9월 9일자 34면 하단광고를 통해 ‘어쩌다가 양들이 목자들을 걱정하는 천주교회가 되었습니까?’라는 제목의 문건을 발표했다. 이 문건에서 천주교인모임은 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한 사제와 수녀들에 대해 “종북세력에 대한 견제가 절실한 시기에 ‘국정원 무력화’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며, 이들에 대한 ‘예우와 존경’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천주교인모임은 문건에서 국민을 향해 “세칭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포함한 일부 좌성향 사제와 수녀들이 교회를 분열시키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지난 8월 14일에 열린 대구대교구를 포함한 대구 · 경북 지역의 사제와 수도자들의 국정원 불법 대선 개입 규탄 시국선언과 9월 11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열릴 기자회견, 이날 오후 7시 30분 청계광장 동아일보사 앞에서 예정된 평신도 1만 명의 “대규모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문 발표회’” 등을 “소수”의 “일탈”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 종교말살 참상에는 침묵하면서 대한민국만을 헐뜯는 것을 지켜만 보겠느냐?”고 교우들을 향해 물으며, “성제(聖祭)를 모셔야 할 사제들이 로만칼라로 위장하고 교회의 권위를 악용하여 자신들의 편향된 사회논리를 신앙교리인양 퍼뜨리는 현실”을 개탄했다.

▲ <조선일보> 34면에 실린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 광고. 해당 지면에는 류석춘 연세대 교수가 쓴 “누가 이석기라는 ‘종북기생충’을 키웠나”라는 칼럼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편 이들은 <조갑제닷컴>에 게재한 글을 통해, 10일에는 <중앙일보>에,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선언 기자회견과 기도회가 열리는 11일에는 <동아일보>에 같은 내용의 광고를 게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도를 걷는 이 땅의 사제님들”은 변함없이 존경하고 따르겠지만, “대한민국을 헐뜯는 사제들”에 대한 “예우와 존경을 철회한다”면서, “그대들이 정교분리 원칙을 무시하고 제대를 떠나 길거리에서 선동 시위나 벌이고 싶다면, 차라리 제의(祭衣)를 벗어던지고 정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우리는 일부 사제들과 수녀들의 일탈은 말이나 호소로 고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차에 걸쳐 확인했다”면서 “애국 평신도들이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을 결성해 반교회적 · 반국가적 행동에 제동을 걸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이러한 뜻에 공감하시는 전국 각지의 애국 교우 여러분께서는 적극 동참하시어 후원회원이 되어 주실 것을 간청한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은 김현욱, 김중위, 박관용, 손병두, 정종휴, 조남호 등 민정당 · 신한국당 · 한나라당 ·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보수정당에 몸담았거나 보수적 견해를 줄곧 표명해온 인사들이 대거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중위 전 환경부장관은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으며, 국회의원 재임 중이던 1986년 8월 6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피해자 권인숙 씨에 대해 “어떤 의미에서는 정신감정을 한번 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김현욱은 가톨릭 뉴라이트 상임의장을 지냈으며, 2011년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김현욱은 1980년 광주 학살을 “북한 특수부대의 소행”이라고 주장해 물의를 빚었으며, 극우단체로 알려진 ‘반핵반김국민협의회’ 7기 운영위원장을 지냈고, 민주정의당과 자민련 국회의원을 역임했으며, 가톨릭 우파 인터넷사이트 <광야의 소리> 주요 필진으로 참여해 왔다.

이들은 2008년 광우병 소고기 수입 관련 촛불집회 당시 뜻있는 천주교 평신도 전국협의회, 천주교 뉴라이트 전국협의회, 천주교 북한인권과 민주화를 위한 기도회 명의로 ‘한국 천주교회는 더 이상 상처를 받을 수 없습니다’라는 광고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게재해, “사제 200여 명이 ‘미사’의 형식을 빌어 촛불시위를 한 것은 성제(聖祭)를 길거리 정치의 도구로 전락시킨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에 항의하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비난한 바 있다. 이 당시에도 이들은 “촛불시위는 미국소 수입 문제에서 촉발되었지만 2007년 대통령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현 정부를 반대하는 정치시위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했다.

▲ 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 회원들이 2011년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비난하는 선전물을 나눠주고 있다. 이번 국정원 관련 시국선언에 정의구현사제단은 단체 명의로 참여한 적이 없음에도,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모임은 광고 앞머리에서 정의구현사제단부터 비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평화바람)

2010년에는 원로사제들의 정진석 추기경(당시 서울대교구장) 은퇴 촉구와 관련해 ‘한국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라는 이름으로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해, “좌경 정치사제들이 점조직을 통해 교회에 깊이 파고들었으며, 가톨릭신학교와 수녀원 등을 통해 의식화된 사제와 수녀들을 양성, 관리하고 있다”면서, “이제는 평신도들이 정구사(정의구현사제단)에 속한 사제들을 밝혀내 축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이들은 ‘화합과 일치’의 대상이 아니다. 철없이 추종하는 수녀들을 계도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주로 60~70대 이상의 노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으며, 때마다 명의를 바꿔가며 주로 신문 광고를 통해 입장을 표명해 왔다. 자칭 ‘천주교인모임’임을 내세우면서도 주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하고, 교계 언론인 <가톨릭신문>과 <평화신문>에는 광고를 싣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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