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연중 제21주간 금요일) 마태 25,1-1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런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하늘 나라는 저마다 등을 들고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에 비길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다섯은 어리석고 다섯은 슬기로웠다. 어리석은 처녀들은 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기름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등과 함께 기름도 그릇에 담아 가지고 있었다.

신랑이 늦어지자 처녀들은 모두 졸다가 잠이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외치는 소리가 났다. ‘신랑이 온다. 신랑을 맞으러 나가라.’ 그러자 처녀들이 모두 일어나 저마다 등을 챙기는데, 어리석은 처녀들이 슬기로운 처녀들에게 ‘우리 등이 꺼져 가니 너희 기름을 나누어 다오.’ 하고 청하였다. 그러나 슬기로운 처녀들은 ‘안 된다. 우리도 너희도 모자랄 터이니 차라리 상인들에게 가서 사라.’ 하고 대답하였다.

그들이 기름을 사러 간 사이에 신랑이 왔다. 준비하고 있던 처녀들은 신랑과 함께 혼인 잔치에 들어가고, 문은 닫혔다. 나중에 나머지 처녀들이 와서 ‘주인님, 주인님, 문을 열어 주십시오.’ 하고 청하였지만, 그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너희를 알지 못한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태 25,1-13)


기름 없는 등 : 실천 없는 믿음

다양한 표현 수단을 통해
사람은 자신을 드러냅니다.
그렇지만 모든 표현이 진솔한 것은 아닙니다.
삶을 담아내는 그만큼 표현은 진실합니다.

삶이 빠진 표현은
사실 아무 것도 드러내지 못합니다.
그저 공허할 뿐입니다.

다양한 표현으로
그리스도인은 믿음을 고백합니다.
그렇지만 이 표현들이
모두 참된 신앙 고백인 것은 아닙니다.
믿음을 증거하는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이 아니라
삶이기 때문입니다.
삶을 담은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받아들이시는 것은
때로는 가식적일 수 있는 신앙 표현이 아니라
삶의 고백입니다.

미련한 처녀가 있습니다.

기름 없는 등으로
불을 밝히겠다고 나섭니다.
어림없는 일입니다.

기름 없는 등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골동품 가게에서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금의 어두움을 밝히는 데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믿음은 결코 골동품 가게 진열장의
한 편에 놓인 장식품이 아닙니다.

믿음은 언제 어디서나
주님께 바쳐져야 하는
거룩하고 고귀한 삶이어야 합니다.

믿음은
절망의 나락에서 헤매는
이웃들에게 희망의 빛으로,
삶의 의미를 상실한 이웃들에게
생명의 단비로 나누어짐으로써
고백되어지는 것입니다.

믿음은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지는 것입니다.
 

 
상지종 신부 (베르나르도)
의정부교구 성소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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