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의 이데올로기화, 관료적 기능주의, 성직자 중심주의 비판

▲ 교황 프란치스코가 세계청년대회 참석을 위해 브라질에 방문 중이던 7월 28일,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 주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교황청 유튜브 동영상 youtube.com/vatican 갈무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7월 28일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CELAM)에서 행한 연설에서, 교회는 복음 메시지를 이데올로기로 바꿔놓으려는 유혹, 교회를 사업체처럼 운영하려는 유혹, 그리고 성직자 중심주의의 유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올로기가 된 교회, 낡은 예법과 규율에 집착한다
영지주의적 깨달음 위주 영성, 마음의 평화에 만족하고 세상을 위한 실천에 소홀해

지난 13일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에 실린 글에서 토마스 리즈 신부(예수회)는, 교황이 복음 메시지를 ‘사도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면서, 복음을 마르크스주의나 자유주의 관점에서만 해석하려는 태도를 경계했다고 전했다. 특히 복음을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작할 위험성을 지적하며, 이런 유혹은 좌파나 우파 모두에게 해당된다고 밝혔다. 이런 유혹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교황은 해방신학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한편,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 교황은 신앙을 개인적인 심리학으로 환원하려는 유혹 역시 비판하고 있다. 교황은 신앙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단순히 ‘자신에 대한 깨달음’의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자기중심적인 엘리트적 해석학’이라고 경계한다. 이러한 유혹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적극적 영성”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마음의 평화 수준으로 만족하는 소극적 영성”만을 촉진한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이런 종류의 자기중심적인 영성이 신학교의 ‘영성과목’과 ‘영성피정’에서도 발견된다고 비판했다.

토머스 리즈 신부는 이러한 자기중심적 영성과 영지주의가 상관이 있다고 전하는데, 교황은 “자기중심적 영성은 흔히 실체가 없는 고차원적인 영성을 추구하는 엘리트 집단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영지주의는 초기 그리스도교인들 사이에 이미 나타난 적이 있지만, 이후로도 교회의 역사 전반에 걸쳐 새롭고 수정된 형태로 끊임없이 다시 등장해 왔다. 교황은 “일반적으로 자기중심적 영성의 추종자들은 ‘계몽된’ 가톨릭 신자들”이라고 말하는데, 이를 두고 토마스 리즈 신부는 “이들은 여성사제나 산아제한 문제 등 사목적 논쟁거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 이데올로기적 유혹으로 교황은 ‘펠라기우스적 태도’를 꼽았다. 펠라기우스주의자들은 하느님의 은총보다 인간의 노력을 통한 성덕(sanctity)을 강조한다. 이는 보수적 가톨릭 신자들이 느끼는 유혹이다. 그들은 교회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신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더 이상 의미 없는 낡은 예법들과 형식들에 집착”한다. 토마스 리즈 신부는 이런 교회 규율과 과거 전통에 집착하는 태도를 문제 삼기 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거창한 교황 복장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교황은 이런 태도를 “정적이며 퇴행적인 과정”이며 “잃어버린 과거로 복귀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였던 시절, 라틴어 미사를 좋아하지 않았고, 2007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의 전통적 미사 방식인 트리엔트식 라틴어 전례를 허락하기 전까지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관료적 기능주의’, 교회를 사업체처럼 운영하려는 유혹
‘성직자 중심주의’의 유혹에는 평신도들도 연루돼 있어

두 번째로 교황은 “기능주의(functionalism)가 교회를 마비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교회의 관료적 기능주의는 “길 그 자체에 관심을 갖기보다, 길 위에 난 구멍을 보수하는 데 관심을 갖는다”고 비판했다. 교회 기능주의는 교회 안에 ‘신비를 위한 여지’를 남겨두지 않고, 오직 ‘효율성’만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교회의 고위 성직자들이 흔히 겪는 ‘유혹’이다. 교황은 이들의 관료적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들은 교회를 하나의 비정부단체(NGO) 쯤으로 격하시킨다”고 비판했다. 교황은 “이런 교회 관료들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양적 결과와 통계수치뿐”이라며 “나는 교회가 여느 사업체처럼 운영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교황이 지적한 마지막 유혹은 ‘성직자 중심주의’다. 성직자 중심주의는 그 말이 드러내듯이 ‘주교와 사제들’이 갖기 쉬운 유혹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주 평신도들도 이 유혹에 연루되어 있다”고 말한다. “사제들은 성직자 중심으로 교회를 운영하고 평신도를 다루지만, 평신도는 내심 이게 편하기 때문에 성직자 중심주의의 대상이 되기를 자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상당수의 평신도들에게 그리스도 신앙이 주는 자유와 성숙함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에 성직자 중심주의가 온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평신도의 자유’는 “공동체적 경험 속에서 그 표현을 찾는다”며 “‘가톨릭’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공동체로서의 가톨릭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지금보다 평신도들의 자율성이 커지는 것은 “건전한 일”이며, 이 평신도의 자율성은 “대중적인 신심을 통해 표현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교황은 “성서 공부 모임, 교회 기초공동체 및 사목회의의 확산은 성직자 중심주의를 극복하고 평신도들의 책임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토마스 리즈 신부는 자유주의적인 성직자들은 대중적 신심을 경멸하고, 보수적 성직자들은 교회 안에서 평신도들에게 더 큰 역할을 허용하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이 내용들이 라틴아메리카 교회에 대한 유혹으로서 제시되기는 했지만, 그것이 보편적인 지적임은 자명하다”고 덧붙였다.

* 참고 기사 번역 제공 / 배우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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