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람 생활글
빡센 직장에서 10년 버티기, 세 가지 비법[레알청춘일기 - 조대웅]

올해가 벌써 처음 구한 직장에서 년차로는 11년차, 만으로는 딱 10년째 해다. 나 스스로는 몰랐는데, 사람들에게 말하면 놀라면서 어떻게 그렇게 한 곳에서 일했는지 물어보는 친구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생각해본 결과, 나름의 노하우가 아닌 노하우가 세 개 정도 떠올랐는데, 그 첫 번째는 일에서 찾은 보람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보람된 것 아니냐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라 그냥 나 스스로 보람을 부여했던 것 같다. 쉽게 말하면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약간은 건방질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자부심을 부여해 ‘내가 없으면 일이 안 돌아가’ ‘내가 잠깐이라도 쉬면 다들 찾고 난리야’, 뭐 이런 식의 마인드로 일을 하고 사람들에게 말을 했다. 이것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조금이나마 진짜 자부심도 생겨나게 되고 그 속에서 조그마한 보람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일종의 세뇌를 스스로 했던 것이다

두 번째는, 조금 부끄럽지만, 들어오는 월급을 철저히 나를 위해 썼던 것이다. 서로 일을 하는 목적들은 다를 수 있겠지만, 어떻게는 한 달이란 시간이 지나면 월급이라는 것이 나오는 게 직장의 순리인 것 같다. 그렇게 들어온 월급으로 저축을 많이 하는 친구도 있고, 부모님께 모두 맡겨 관리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나는 오로지 내가 관리하며 나에게 투자를 많이 했다.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닌다든지, 평소에 봐두었던 이쁜 옷들도 사고, 주말이 오면 여행을 다니는 데 많이 썼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게 많았던 만큼, 직장에서 주는 월급을 한 달에 한 번씩 받는 선물이라 생각하니 일을 한다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 병원 내 축구동호회에서 (사진 제공 / 조대웅)

마지막 방법은 동호회를 통한 취미 생활이다. 일을 하다보면 다들 제일 힘들어 하는 게 직장동료와의 관계일 것이다.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지라 어떤 직장이든 마찰이 있을 수밖에 없고, 자기 입맛에 딱 맞는 동료로 이루어져 있는 직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 또한 을(乙)로 지낸 시간만큼 그런 어려움이 쌓여 갔는데, 그때 내가 시도한 것이 직장 내 동호회와 외부 동호회에 가입해 취미 생활을 만든 것이다. 직장 내 동호회에 들면서는 서로의 관심분야로 모인 만큼 일할 때와는 서로 다른 태도로 만나게 되었다. 조금 더 친근감 있게 동료들을 만나다 보니 그 사람의 원래 성격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나중에는 업무에도 이어져, 서로 배려하게 되고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외부 동호회를 통해서 취미생활을 하면서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다 보니 5일의 스트레스보다는 2일의 즐거움을 기다리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자기가 원하던 꿈을 이뤄서 일을 하든, 아니면 할 수 없이 구한 직장이든, 그것이 ‘일’이 된다면 지치기 마련이고 힘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들을 취미생활로 즐기고, 그것을 영유하기 위하여 일을 한다고 거꾸로 생각하니 일이 한결 수월해졌던 것 같다.

이렇게 저렇게 버티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10년이 지나고, 점점 더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의 10년이 이런 노하우를 이용해 버텼다면, 앞으로는 내가 지켜야할 소중한 것들을 위하여 좀 더 책임감 있고 일 자체에서도 즐거움을 한번 찾아보는 게 지난 나의 청춘에게 바치는 심심한 위로가 아닐까 싶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지금 당장 일이 힘들지라도, 돌이켜보면 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는 책상 한 켠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한번 생각해보길 바라며, 장마와 무더위에 힘들 모든 청춘들에게 힘내라고 말해주고 싶다.
 

 
 

조대웅 (요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남자간호사로 일한다. 직업적 이미지와 달리 농구, 축구, 야구 등 거친 운동을 즐긴다. 술잔에 담긴 술보다는 마주 앉은 사람의 마음속에 담긴 이야기를 좋아하며,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과 또 다른 만남의 장을 여는 소통으로 글을 쓰며,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살려고 노력하는 보통 청년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