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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농업 2세대의 꿈, “온누리에 생명이 살아나도록”[농민주일 기획 - 우리가 바로 생태사도입니다 2]
농촌생활공동체, 안동교구 가톨릭농민회 효선분회 지킴이들

안동교구 효선분회. 사과와 마늘로 유명한 경북 의성에 자리 잡은 분회다. 안동 가톨릭농민회(이하 가농) 회원 중에서 연령대로도 가장 막내인 이들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로 농촌 사회에서는 드물게 젊은 농민들이다. 5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이 마을의 50대 초반 이하 가구는 11가구. 덕분에 가농 회원 여부와 관계없이 청년공동체 모임이 활발하고, 공동육아와 교육부터 다양한 공동체 모임이 활성화됐다.

젊다는 것 외에 효선분회가 갖는 특징은 또 있다. 아버지들로부터 대를 이은 생명농업 2세대라는 것이다. 안동 가농 부회장을 맡고 있는 박희태 씨와 박창원 분회장, 김정희 씨 등이 그들이다. 한국 유기농의 대부라 불리는 김영원 장로가 효선분회에서 생명농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작고한 그의 아들 김정욱 씨와 며느리 김정희 씨가 그 뒤를 이었다. 최근에는 그의 손자도 학교를 졸업하고 농사를 짓겠다고 나섰다. 박희태 씨와 박창원 씨 역시 아버지들로부터 생명농업의 뜻을 물려받았다. 이들과 함께 작년부터 소 입식을 하고 있는 김성곤 씨까지 4가구가 효선분회 지킴이들이다.

   
▲ (왼쪽부터) 박희태 안동 가농 부회장 부부와 효선분회장 박창원 씨. 보기 드문 젊은 농사꾼들이다. 박희태 부회장은 생명농업을 하게 된 이유가 “세상을 너무 몰라서였다”며 웃었다. 너무 힘들지만 한 번만 더 해보자는 결심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래도 끝까지 가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생명농업의 길… 매 순간의 갈등과 고민
그러나 땅과 생명을 살리는 가농의 철학에 전적으로 동의해

“한 해만 더 해보자, 한 번만 더 해보자는 생각으로 12년을 이어왔죠. 지금은 짓던 것만은 끝까지 한 번 해보자고 결심했어요. 아내도 동의해줬고요.”

박창원 분회장은 8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부친이 돌아가신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 전에도 집안일을 곧잘 도우러 왔지만, 생명농업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줄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듯, 작황이 좋으면 힘이 나다가도, 생각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만 둬야 하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결국 짓던 농사만이라도 지켜보자고 결심했다.

분회원 중에 가톨릭 신자는 없다. 박희태 부회장은 개신교 모태 신앙인이다. 하지만 가끔 가농 모임에서 이뤄지는 전례 때 형식이 달라 당황하는 것 말고는 어려운 점은 없다고 했다. 아버지 때부터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과 연계를 맺고, 생협에 생산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가톨릭농민회가 추구하는 생명농업 정신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박희태 부회장은 똑같이 유기농산물을 다루고 있지만 생협과 가농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생협은 소비자 중심이고, 생산자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경제 논리와 건강 문제가 주를 이루는 생협과 달리, 땅의 철학과 공동체를 중시하고 생명을 나눈다는 개념을 가진 가농의 가치가 본질적으로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순 유기농이나 친환경이 아닌 ‘생명농업’의 가치를 알고 따라가기에 그만큼의 어려움이 있을 것. 가톨릭농민회 이름으로 농산물이 출하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박희태 부회장은 생산 전에 인증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그 이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 “마늘 시집가는 날”이라고 했다. 예쁘게 단장한 효선분회 마늘이 출하를 기다린다. ⓒ정현진 기자

생산 원칙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우리농촌살리기운동과 생명농업에 대한 교회의 적극적 가르침 절실

박창원 분회장은 “단순히 농약을 치지 않는 것이 다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가농은 다른 곳에서 요구하지 않는 자급퇴비 사용, 유기순환농법 등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가농에 부합하는 정신으로 농사를 지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생산한 농산물이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품질 저하, 제철 농산물의 한계를 지적받을 때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반 농산물과 비교해서 모양이나 크기가 떨어지고, 제철 농산물만 생산해야 하는 것은 ‘원칙’ 때문이다. 문제는 가농의 생산 원칙과 소비자들의 의식이 함께 가지 못하는 것에 있다.

마트에서 사시사철 볼 수 있는 고추나 깻잎을 우리농 매장에서는 1월부터 3월까지 볼 수 없다. 생명농업실천위원회 생산 출하 규정에 의하면, 화석연료를 사용한 농산물은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농 매장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운 일이다. 박희태 부회장은 그런 부분에 대해 이해한다고 말했다. 필요한 먹거리는 10가지인데 5~6가지밖에 구할 수 없는 불편함을 어떻게 참아야 할 것인가.

그는 “왜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하는가”, “왜 생명농업인가”와 같은 문제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동참하려면, 교회의 가르침이 지금보다 훨씬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생산자 입장에서도 설득과 공감을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지만, 일일이 소비자들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교회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운동이니만큼 각 성당 공동체를 중심으로 사제, 사목회, 생활공동체, 신자들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 대구대교구 옥계성당에서 감자와 옥수수 파종 체험에 나섰다. 아직 본당 결연을 맺고 있지 않지만, 대구와 안동, 구미 등 인근 지역 성당의 체험 프로그램이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단연 인기는 마늘쫑 수확과 마늘 장아찌 담그기다. ⓒ정현진 기자

가장 힘든 것은 현실과 신념 사이의 갈등
“우리를 알아주고 믿어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생산자 입장에서는 더 쉬운 대안이 있는데, 굳이 어려운 가톨릭농민회 생명농업을 지키겠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창원 분회장은 “현실적으로 너무나 힘들다.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사를 쉽게 짓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일반농사 20평, 유기농 10평을 짓는다면, 20평은 포기하고 10평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10평에서 30평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는다. 모두가 하는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분회장은 “짧은 농사경험이지만, 힘들게 지은 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농사를 쉽게 짓고 싶지는 않다”고 고백했다.

두 농민에게 물었다. 언제가 가장 좋으냐고. 자신들의 생산물을 좋다고 말해줄 때, “아, 이게 어느 집 그 마늘이구나”라며 인정받을 때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그것은 그냥 인정이 아니라 서로 믿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반면 가장 힘들 때는, 신념을 두고 현실 앞에서 갈등할 때다. “약 한 번만 치면 좋겠는데.” 농산물에 병이 왔을 때, 타들어가는 마음으로 번민하는 순간이 가장 두렵고 어렵다.

“믿는다는 것이 우리 농민들에게는 가장 큰 보상입니다. 농산물에 깃들인 우리의 정성과 땀, 보이지 않는 그것까지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이 됩니다. 우리는 이 농사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때론 정성을 쏟고, 때로는 수없이 갈등하면서 키워낸 농산물이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전해지기를 바라고, 또 한편으로는 못난이 농산물을 찾는 이들이 정말 고맙습니다.”

도시생활공동체 회원들을 꼬박꼬박 ‘꽃님들’이라는 우리농 공식 별칭으로 부르는 박희태 부회장에게, 그동안 꽃님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청했다.

“사랑과 일치와 신뢰가 싹트게 하시고 농촌과 도시가 하나로 이어져 온 누리에 생명이 살아나게 하소서.”

박희태 부회장이 좋아하는 ‘농민을 위한 기도’의 마지막 구절이다. 온갖 생명이 살아갈 수 있도록 섭리해주시는 하느님에 대한 감사,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농사일을 더욱 소중히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청원, 온갖 죽어가는 것들을 살리는데 앞장서겠다는 결의가 담긴 기도문이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시간 안에서 기도문이 그리는 삶을 만났던 것 같다.

그러나 이 기도는 비단 농민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보시니 참 좋았다’던 그곳으로부터 비롯된 이들 모두가 함께 바쳐야 할 기도이며, 생명의 길이 그로부터 열릴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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