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와 밀담을 나눈 그 동료는 부상을 당한 요하임에게 즉시 가봐야 한다며 급히 일어서서 길을 나섰다. 지금부터 달리다시피 걸어도 하루 밤낮을 쉬지 않고 걸어야 할 거리였다. 카루라가 몇 가지 약초들을 챙겨서 그의 손에 들려주었다. 이미 어둑해진 밤길을 내려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유다는 아무도 모르게 눈물을 삼켰다. 유다는 요하임이 전한 목도리를 손에
나의 생활을 전환 하여야만 된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꽉 찬 삶을 살아가기 위해 사랑에 미치도록 그분을 열렬히 사랑해야 한다. 일상 안에서의 모든 동작을 그 동작 안에 주님을 모시고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며 봉헌하는 삶을 살아간다. 이 세상 것이 아닌 하늘나라에 관한 것에 사랑을 태우는 것이 목적이다. 님바라기(김종옥 작사·작곡 / 김운진 편곡
요하임은 숲속에 숨어있던 동료들의 부축을 받아 계곡을 내려왔다. 그는 기필코 죽였어야 하는 요물 살로메에게 오히려 자기 목숨을 구걸했다는 생각 때문에 낭패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살로메는 그가 말로만 듣던 것과는 전혀 다른 여자였다. 그는 아까 일방적으로 당했던 상황을 다시 생각하기도 싫었다. 살로메가 자기에게 지껄였던 말들을 머릿속에서 한시라도 빨리 지워
그 이상한 꿈-배달순저녁 늦게 로마 공항에 도착 호텔 ‘캐피탈’ 객실에서 멀고 먼 순례길의 짐을 풀었다. 이 설레는 첫 로마의 밤에 그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나는 참으로 신기한 꿈을…! 그것은 문득 내 얼굴 모습이 뜻밖에도 맑고 아름답게 몇 차례나 변모하는 것이었다. 그때 고요 속에 기쁨으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릴 때 한 거
그녀는 유대 땅에서 진행되고 있는 권력들의 끊임없는 충돌에서 목숨을 부지하려면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보위할 수 있는 강력한 무엇인가를 손아귀에 넣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흐르는 세월 앞에서 어느 누구도 장사가 없다. 자신의 검은 눈도 흐려질 것이고 흑단 같은 검은 머리도 윤기를 잃고 희어질 것이고 사람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 몸도 언젠가는 늙어서 흉물스럽게 변
그들은 아침이 훨씬 밝아서야 그 여인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시몬과 엘나단이 앞뒤 숲속을 뒤졌다. 이리야와 안드레아가 계곡 아래 마을에 내려가서 수소문 해 보았지만 아무도 그녀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그이가 목이 메인지 아침을 먹지 못하고 세 명의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면서 말했다. 그녀가 나와 같은 하늘 아래서 정처없이 떠돌겠구나. 하지 않음도 없고 함도 없
길 위의 사제-박춘식문규현 바오로 신부 은퇴 미사에 대한 정현진 기자 글(2011.1.24 게재) 중에 “믿는 이들이 있는 곳은 어디든 교회이며, 온 세상이 복음화 현장이다. 성당건물과 교회질서 안에 우리 자신을 한정시켜 세상 구원과 복음화를 얘기하는 것은 하느님을 옹졸하게 만드는 신성모독이라고 말하면서, 신
사람 사는 방법에 제일 우선적인 것은 사람으로서 잘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답게 사는 교육은 가정에서 부모로부터 시작된다.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대가족 제도 안에서의 교육이 좋았던 것 같다. 자연스럽고 거부감 없이 내리사랑으로 답습되어 왔다. 언니 오빠 그리고 엄마와 아빠에 대한 동경으로 삶의 방식들은 알게 모르게 모방되었고 그렇게 산다.이른 아침잠
그들은 광야의 바위틈에 이틀을 더 숨어 있다가 그리짐산 기슭까지 걸었다. 요르단 강 숲을 태우는 불길은 사흘 밤낮이 지나서야 잦아들었다. 혹시 사람들 눈에 띌까 봐 몇 개의 조로 나누어 걸었다. 아이들과 아낙들은 떠도는 유민을 가장했다. 요즘 제 땅에서 쫓겨난 유민들이 많은 탓에 간혹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도 그들 일행에 대해 별 관심이 없었다. 유다의 얼
좁고 밀폐된 곳이었다. 눅눅한 냄새와 땀 냄새가 뒤섞여 숨쉬기조차 답답했다. 방금 기어들어왔던 좁은 틈새도 돌멩이와 흙부스러기로 단단히 틀어막았다. 그이는 망연자실한 채 아이를 품에 안고 쪼그리고 앉아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분노하거나 슬퍼할 겨를도 없이 우선 이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시몬이 업고 온 아낙이 가끔 악을 쓰려하는 것을 유다가
숲 속은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그이와 시몬 그리고 카루라와 숲속의 환자들과 어린아이, 아낙들만 남겨두고 하류 쪽의 모래둔치를 개간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짐을 싸서 떠났다. 솥과 약간의 식량, 그리고 농기구들을 메고 떠나는 그들은 새로운 희망에 들떠 있었다. 이곳 숲속에서 그곳까지 오고가는 데만 한나절을 허비하므로 아예 그곳에서
소록도 천사-박춘식 소록도 마을 어귀 엄마 솟대 둘 바다가 섬으로 오고 구름이 섬으로 오고 육지가 섬으로 다가오고 하늘이 섬으로 내려오고 솟대를 바라보며, 오고 가고 오고 앳된 두 미소 오스트리아에서 날아와 43년 동안 날개옷을 접어 솟대 위에 올려놓았다 눈이 시리도록 파아란 어느날 기둥만 서있고 날개옷은 보이지 않는다 마흔 세 편 향긋한 봄의 시(詩)를
산고는 재창조의 일이다. 새로운 생명, 성령의 열매를 맺는 일이다. 내 삶의 목적은 세상에 또 다른 예수를 낳아 기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일상에서 산고를 느낄 때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한다. 인류의 조상인 아담과 하와의 잘못으로 얻게 된 고통, 고생을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함으로 봉헌한다. 자신의 영육을 정신을 잘 관리하여 건강하게 살아간다. 새로운 생명을
요르단 강이 갈수기에 시달리며 숲은 가을빛에 물들기 시작했다. 요르단 강 숲속의 세례공동체는 점차 안돈이 되었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몇 동료들의 불만이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그들에게 요하임의 끈이 몰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유다는 어렴풋이 짐작만 했다. 그이는 여전히 카루라와 함께 숲속에 머무르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에 모든 힘을 기울였다. 그이는 숲속에
다음날 아침이 밝자마자 제자들은 예수를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서 요한의 장례 계획을 논의했다. 먼저 유다는 지금까지 자기가 맡았던 유사를 엘라단에게 대신 맡아 달라고 했다. 그는 요한 선생의 시신을 수습한 후에 숨을 돌리고 잠시 쉬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곳 숲속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과 환자들에 관한 책임자는 카루라와 시몬과 사마리아 사람 &
새들의 기도 1-박춘식 새들은 십자가를 그리면서 날아간다 기도한다 십자성호를 긋지 않으면 떨어지기 때문에 기도를 잠시라도 멈추지 않는다 하얀감실(성체조배기도시집),박춘식,들숨날숨,61쪽 새들은 항상 두 날개로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새 마다 나르는 모습이 조금씩 다르지만 큰 새든 작은 새든 십자가 모습으로 날아갑니다. 이러한 사실을 깨우친
마커스 보그(Marcus J. Borg)는 미국 오레곤 주립대학 교수이고, 역사적 예수를 탐구하는 ‘예수 세미나’의 대표적 성서학자이다. 그의 글은 쉬우면서 학문적 양심에 솔직하고, 신앙의 성숙을 향한 열정도 담겨 있다. 교회에서의 가르침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어린 시절 다니던 루터 교회를 떠났다가 20여 년 만에 돌아와 지성적 신앙생
헤어짐의 길 앞에서 역어진 정과 사랑이 마음을 흔든다. 삶의 시간 속에서의 희 노 애락 들은 어느덧 추억되어 소중한 보석처럼 빛난다. 전교수녀로서 본당에서의 임기4년을 마치고 새로운 선교와 봉사를 위해 떠난다. 교중 미사 중 인사말 한마디를 하라는데 목부터 메어온다. 한 두 번의 떠남도 아니건만 에공~공~ “제가 여러분을 바라봅니다. 저의 눈망울
유다는 숲 끝으로 시몬을 몰래 불러내어 자기가 없는 동안에 숲 속의 사정을 물었다. 시몬은 지치고 불안한 표정이었다. ‘안드레아와 함께 동료들을 단도리 했네만, 요하임이 이미 오래전부터 동료들을 줄 세웠더군. 손을 들어 숫자를 셈한다면 우리 쪽이 근소한 차로 밀리는 것이 확실 하네’ 난감한 일이었다. 아무튼 정황으로 보자면 요한이 결정
술이 거나해진 헤로데 안티파스는 이 마케루스 궁전이 분명히 어딘가가 잘못 지어졌다고 생각했다. 우선 연회장이 너무 비좁고 사해에서 불어오는 짠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자신의 머릿속을 항상 흐리게 했다. 술에 취하면 그 짠 냄새에 헛구역질을 할 만큼 더욱 싫어졌다. 연회장에 모인 사람들이 덕지덕지 바른 갖가지 진한 향수가 음식냄새에 뒤섞여 더욱 자신의 머릿속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