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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록 부끄러운 지난 삶일지라도/성탄 팔일 축제 내 제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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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벗
등록일
2019-12-31 07:29:36
조회수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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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처음에 말씀이계셨고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였는데, 그게 하느님이셨다. 그분께서는 한 처음 하느님과 함께 계셨다. 모든 게 그분을 통해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것이 사람들의 빛이었다. 그 빛이 어둠에서 비쳤지만, 어둠은 그를 여전히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1-5 참조) 이렇게 우리 하느님께서는 한 처음부터 계속 계셨는데, 모든 것이 오직 그분을 통해서만 생겼고, 그분 없이 생긴 것은 하나도 없단다.

어쩌면 올해 초, 우리는 참으로 많은 희망을 품었지만, 한 해를 되돌아보면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안타까운 시련이 무던히도 많았지만 그 과정에서 작은 희망도 있었다. 생활 곳곳에서 사랑의 싹들이 점차 자라났기에. 이렇게 우리는 겨자씨와도 같은 ‘그 변화’를 발견하리라. 그래도 작년보다는 올해에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이 있었고, 하느님께 다가가려는 나름의 노력이 보였다. 이 작은 게 희망이다. 더 변하려면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만 할까? 사람의 소중함이다.

이렇게 우리는 아쉬운 시간이 지나가 버린 뒤에야, 그게 비로소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곤 한다. 하느님께서 주신 시간과 맡겨 주신 걸 성실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한 해의 끝자락에 와서야 이렇게 깨닫는다. 지난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했고 만난 이 모두가 진정 귀한 분이었다. 오늘 각 성당에는 송년미사를 봉헌할 게다. 올 한 해의 마지막 미사 봉헌이다.

사실 주님께는 한 해의 마지막 송년이라는 이 말은 정녕 어울리지 않는다. 그분은 지금 오늘 여기뿐만 아니라, 저기와 거기에도 언제나 계시기에. 단지 우리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만들어 거기에 의미를 부여할 따름이니. 이 해에도 우리에게는 기억조차 싫은 억울한 일이 참 많았다. 이제는 다 내려놓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 보자. 그것이 빛이신 그분 따르는 길이다.

그분을 따르면 우리가 모르는 새에 밝은 기운이 깃든다. 그리하여 거침없이 빛의 길을 걸어가게 한다. 이제껏 어려운 일, 탈도 많았던 다사다난(多事多難)의 2019년 한 해가 저문다. 이 해를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자주 그분 말씀을 거역하고 자신만을 내세웠는지? 세상 권력이나 명예, 금전 따위의 욕심 등은 주님등지고 우상숭배에 빠졌다는 증거일 게다. 그 잘난 지나친 욕심으로 생명을 경시하였고, 환경 파괴로 자주 주님 마음 아프게 해 드렸으리라.

거듭 반성하지만, 올 한 해는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예쁜 알곡 같은 날들도 여럿 있었지만, 꼭 치워야 할 시든 풀 같은 날들도 분명 있었다. 하느님 앞에서 신나게 노래 부른 날들도 있었지만, 하느님을 잊고는 원망하고 그분 피해 가며 살았던 나날도 종종 기억나곤 한다. 살아온 소중한 날을 되돌아보며, 그 안에 함께 계셨던 그분께 감사드리는 하루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사실 우리는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다. 그러기에 한 해 주님께서 허락해 주신 시간에 대해 감사드리는 마음을 가지자. 주님께서는 저마다의 필요에 따라 당신이 원하셨던 은총을 주셨다. 무엇보다 주님에게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은 그분 자신일 게다. 올해 주님에게서 받은 모든 은총은 내년에 더 받을 은총을 준비하는 것이리라. 한 해의 마지막에 제대로 깨끗이 마무리된 것 보다는, 여전히 숙제로 남는 게 더 많다. 부끄러운 지난 삶일지라도 상처에 새살이 돋듯, 그분께서는 오는 새해도 여전히 새 기운을 담뿍 넣어 주실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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