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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잊어도 좋을 그 많은 일들을/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닉네임
늘벗
등록일
2019-11-27 03:55:58
조회수
903
첨부파일
 7.jpg (500464 Byte)

하느님 자녀로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면, 어떤 의미에서는 먼저 세상을 거꾸로 산다는 뜻이 포함될 수도. 그런 관점에서 하느님 말씀 중에서도 가장 결정적인 게 바로 박해와 순교이다. 사실 교회는 어떠한 순간에도 그것이 무서워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이를 하느님의 선물이요 최고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박해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어디서든지 하느님 증언을 할 좋은 기회이다. 세상이 추구하는 가치와 정반대의 것을 추구하기에, 때로는 오해와 비방과 미움도 산다. 

예수님의 말씀처럼 제자들은 임금들과 총독들 앞에 끌려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을 버릴 것을 강요받고 하였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버리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믿음의 신앙이 강한 많은 이들은 목숨을 바쳐서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증언하였다. 그들이 증언한 그분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오랜 교회의 역사가 잘 증언한다. 이렇게 교회는 이런 순교자들의 피를 통한 숭고한 증언들을 바탕으로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마지막 순간에도 하느님으로부터 인간적인 보호를 기대하거나 보상을 바라지 않았다. 그건 지금 이 고통을 결국은 하늘 나라에서 보상받고, 머리카락 하나라도 소홀히 하지 않으시리라는 것을 알기에. 믿다보면 가끔 노심초사, 근심 등이 두루 쌓일 게다.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다보면 세상살이와의 괴리에 종종 걱정도 오해도 사고 부득이 변명도해야 한다. 

그래서 예수님도 당신 이름 때문에 미움 받고 심지어 박해 받더라도 걱정하지 말라신다. 그저 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란다. ‘때가 오면’ 당신께서 적대자에게 맞서거나 반박할 언변과 지혜를 주시겠단다. 바오로 사도도 감옥에서도 이 점을 권고한다. “주님 안에서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떤 경우에든 감사하고 기도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아뢰십시오.”(필리 4,4-6 참조) 그의 이 기쁨은 오직 예수님께만 의지하는 믿음에서 나옴을 일깨운다. 

그래서 거듭거듭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란다. 주님 안에서 모든 걸 다 잊어버리고 오로지 감사하는 마음이라면, 하느님께서 우리 소원을 하나도 빠짐없이 죄다 들어 주신다나. 예수님께서도 이 인내를 동반한 그 기구한 기다림을 정말 정확하게 언급하셨다. “부모형제, 친척과 친구들까지도 너희를 넘겨 더러는 죽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미움을 받을 게다. 그러나 머리카락 하나라도 잃지 않는다. 너희는 인내로 생명을 얻어라.(루카 21,16-18 참조)”

사실 사람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진면목이 확실히 드러난다. 그 순간 그 사람이 평소에 생각하고 추구하던 가치가 어떤 것인지 드러나고 그가 하느님 사람인지 세상 사람인지 여러모로 들추어진다. 진짜 그리스도인은 박해의 그 순간에도 세상의 헛된 인연이나, 재물이나 무기에 의지하지 않는다. 예수님께서 주신 이 말씀이, 우리를 지키려는 무한한 힘의 원동력이니까. 

이렇게 하느님과 함께하면 감사드릴 수 있는 영광을 누리는 참 기쁨을 얻을 게다. 잊어버림으로 새로움을 만나자. 잊어도 좋을 그 많은 것을 하느님께 남겨두자. 박해가 주어져도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하느님께서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게 하실 것이기에. 때가 오면 그분께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반박할 수 있는 언변과 지혜를 주시리라. 그러니 오직 그분만을 바라보면서 세속의 어떠한 불만도 죄다 잊도록 하자. 교회의 한 해가 서서히 저무는 지금이다. 

작성일:2019-11-27 03:55:58 183.104.33.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