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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과연 호스피스를 논할 자격이 있습니까? 목숨에 격이 있나요?

닉네임
들풀
등록일
2009-11-12 18:45:34
조회수
6051

 

깊이 생각해 보았지만...

'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법에 걸릴 일은 더더욱 아니며, 잘 모르는 분들은 의례 그런 줄 알고 억울할 것도 없겠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서울성모병원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 도덕적으로 쉽게 용인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혈액암환자병실을 대폭 축소하여 응급실에 계속 환자들이 정체된 결과로

응급실에서 2-3주 있는 것은 예사일이 되었으며

외래대기환자도 수십명에 달합니다.

응급실 대기환자들은 더 중한 사람들인 경우가 많기에

응급이 아닌 사람들이 응급실에서 생을 마감하시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분들은  병실에도 못들어가고 돌아가신 분들에 대해

비싼 병실료를 물지 않은 자신들을 탓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떨결에 보낼 수 밖에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어느 누가 가족을 응급실에서 병실대기하다 죽게 하고 싶겠습니까?

혹 다른 병원, 암환자 병실이 좀 더 있는 병원에 갔으면 그런 일이 없지 않았을까 탓할지 모릅니다. 저역시 다른 병원을 알아보았었고 병실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아시다시피 암환자들은 특히 혈액암환자들은 병원을 옮기는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늘 서울 주보에  서울성모병원의 호스피스 담당교수님의 글이 실렸습니다.

저희 응급실 환자들은 존엄한 죽음을 위해 교수님의 방문을 받으시는 호스피스 환자들과

격이 다른가 봅니다.

또 예전 혈액암환자들과의 소송사건으로 병원이 억울한 점이 많고 돈도 많이 손해가 난다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암병동을 줄인 것이 "선배 암환자들 탓입니다" 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암환자도 선후배가 있다는 사실을.

결국은 이 병원을 택한 우리들 보호자들 자체를 탓해야 한다는 말로 들립니다.

당신들이 수익을 위해 병동을 축소한 댓가로 우리는 응급실 규정을 철저히 지키느라

좁고 불편하고 밥도 안나오고 춥기까지한 그곳에서 의사와 연락이 힘든 응급적인 박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고액병실을 택하느냐 그냥 여기서 임종하냐의 선택만을 하게 되었습니다.  설사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부님들이나 돈있는 분들이 가족을 여기 응급실에서 죽게 할리는 만무한 데 말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야박한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우리를 안스러워 하거든 차라리 먼저 다른 병원으로 가서 죽으라고 말해주시기 원하나 아무도 그런 사람도 없습니다. 그저 보호자가 알아서 결정해야 하고 우리는 마음대로 아무병원이나 갈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경영진, 그리고 신부님들 당신들이 내린 결정에 의해 우리는 존엄한 죽음을 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법으로 뭐라 할 수 없고, 경제논리로 뭐라 할 수 없는 이런 현실에 대해

하느님은 뭐라고 하실지...궁금합니다.

주보에서 처럼

열심히 호스피스를 하십시요.... ... 존엄한 죽음을 위해 위로하고 격려받는 그들과 달리

우리는 응급실에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죽도록 하겠습니다.

2인용병실 제안도 1주일넘게 지난 후에야 들어왔습니다.

미리 비싼 병실을 확보못한 우리가 바보입니다.

이미 돈 많이 들여 돈 없는 우리가 격이 다른 목숨인가 봅니다. 

 

작성일:2009-11-12 18:45:34 211.59.205.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