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1일 서울에서 열린 '범국민 행동의 날 민중 총궐기대회'가 전국적으로 6만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민중총궐기대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경찰병력 421개 중대와 경찰관 21,803명 등 총 6만4천여명을 투입했다. 지방에서는 상경 차단을 위해 전국의 1,291개소에 190개 중대와 경찰관 21,803명이 투입했고, 서울에서는 집회를 관리하기 위해서 231개 중대와 물대포 12대 등을 운용했다.

<한겨레신문> 15일자 기사에 따르면, 경찰이 지난 11일 열린 ‘범국민 행동의 날 민중 총궐기대회’에 참가하러 지방에서 서울로 가는 시위대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전세버스 회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운전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협박성 공문을 보낸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이런 경찰의 협박성 공문을 '경찰이 면허 취소 운운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면서 비판했다.

정부는 '교통방해금지' 이유를 내세워 민중총궐기대회를 원천봉쇄했지만 우리나라 헌법 제21조에는 “집회와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 한다”고 되어 있으며, 헌법 제37조에는 “기본권을 법률로써 제한할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더구나 민중총궐기 주최측이 행사의 평화적 진행을 다짐하며, 서울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위해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요청한 것을 경찰측에서 거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경찰이 오히려 법을 지키지 않는 꼴이다.

더불어 주요 언론매체들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무엇을 요구하는지 내용에는 관심이 없었고 주로 경찰과 시위대간의 충돌만을 보도했다. 추운 초겨울에 자신의 돈을 써가며 멀리 부산, 울산, 제주도 등지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때문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모이는 것일까?

대회 주최측에서 내건 주된 요구는 '한미FTA반대, 비정규직차별철폐, 반전평화'였다. 전국의 영소자영업자 음식점 56만 곳 가운데 한해 20만 곳이 폐업하고 1500만 노동자 가운데 2006년 기준으로 845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대회 주최측인 ‘2007 범국민의 날 조직위원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준수”를, 노점상은 “단속중단과 생존 보장”을, 농민은 “쌀값 보장”을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했다. 한 해 1만2천 명에 달하는 이들이 자살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중의 절박한 생존의 요구를 다시 제기하는 것이다. 즉 대회의 주된 요구는 '노동자, 농민, 노점, 빈민 등의 생존권 보장'이라는 것이다.

10월28일자 <경향신문>에서도 “41분마다 한명이 자살하고 있다. 하루 35.5명이다. 그 중 상당수는 감당할 수 없는 생활고가 주된 원인”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경기 고양시에서 붕어빵을 팔던 이근재씨가 12일 목을 맨 것도, 강원 삼척시에서 일자리를 못 구한 60대 노인이 21일 농약을 마신 것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들은 절망의 끝에서 아무런 탈출구를 찾지 못했다. 사회는 어떤 동아줄도 내려주지 않았다. 자살이지만 사실상 ‘사회적 타살’이라고 <경향신문>은 썼다. 또 “대선주자들의 경제성장 공약은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사회복지 확충 등 분배를 통해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 고 신문지면을 통해 우리사회 절망의 양극화를 지적하고 있다.

이렇게 절망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민중총궐기대회'라는 이름으로 서울로 올라왔다. 하지만 정부는 힘없는 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요구하는 자리마저도 허용하지 않았다. 올바른 법치주의 정부라면 최대한 평화적 시위를 유도하고 보장하며 저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도록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위해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대회를 진행하겠다는 주최측의 요청마저 거부한 정부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가난한 대다수 국민들의 목소리는 천심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자비로 귀를 기우리신다. 이 목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제 귀를 막고 남의 입을 틀어막는 정부는 반성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가난한 사람들의 요구를 그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만 보도하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 보수 언론의 태도 역시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복음을 전하게 하신 예수의 뜻을 살아야 하는 교회 역시 이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 숙고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


 두현진 200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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