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선의 그분과 산책나온 시]

추석을 지내러 시골에 가서
난생 처음 반딧불을 잡아 보았네

어둔 밤
바람을 타러 내려온 그 별빛
손 안에 움키고
꿈을 보듯 찬찬히 바라보았네.
등딱지 소박하여 정겨운데
그 신비한 불빛은 무슨 조화일까.

호박잎 밑으로 숨는 반딧불 보며 나는 생각했네
그분,
얼마나 사랑스런 마음으로 이 세상 만드셨는지.

-반딧불

사진출처-http://blog.daum.net/jangme1895/12994071



오래전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시골 부모님 댁에서였다. 모처럼 만난 손주들을 반기는 웃음과 티비소리가 엉켜있는 그 소란스러움에서 잠시 물러나와 시골의 밤바람, 별빛이 그리워 나온 자리였다. 글쎄, 어떻게 그 반딧불이 내 손안에 들어왔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때 그 경이로운 느낌만은 지금도 참, 선명하다.

아... 요놈, 그 딱딱한 등딱지 밑으로 가물거리던 불빛. 어떻게 그분은 꽁지에 빛을 심어줄 생각을 하셨을까. 내 손바닥 너머로 그분의 반짝이는 장난스러움이 기분좋게 느껴졌다. 나는 아마 그때, 그분이 아주 행복한 궁리를 하며 오밀조밀 세상을 만드시는 것을 보았던 것 같다, 그 반딧불을 통해.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건 내가 그 손님을 놓아 주었기에 그분의 마음을 그렇게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그때, 나는 이런 것도 잡을 수 있다는 호기로움과 자연공부라는 미명으로 그 하늘손님을 방안으로 끌고가 아이들 구경거리로 삼았더라면, 그러다 혹시나 내 허영과 아이들 호기심의 제물이 되기라도 했다면 그건 그저... 작은 곤충 한마리일 뿐이었을 것이다.

놓아준다는 것. 본디 내것이 아님을 알고 언제든 움켜쥔 손을 펼 때야 그분의 그 사랑스러움을 공유하게 되는 건 아닐까.


조희선/ 시인,  일상을 살며 그동안 <거부할 수 없는 사람>,
<타요춤을 아시나요> 등의 시집을 풍경소리사에서 내었다.

/조희선 200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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