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남의 민들레 국수집]
밥 먹으러 오는 하느님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자네 집에 밥 잡수시러 오시는 분들이 자네의 하느님이여. 그런 줄 알고 진짜 하느님이 오신 것처럼 요리를 해서 대접을 해야 혀. 장사 안 되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은 일절 할 필요 없어. 하느님처럼 섬기면 하느님들이 알아서 다 먹여주신다 이 말이야.”(좁쌀 한알. 도솔출판사. 최성현. 46쪽).
하느님의 대사(大使)들을 위한 민들레국수집에는 월요일에 손님이 제일 많이 옵니다. 요즘은 토요일과 화요일에도 손님이 많이 찾아옵니다. 많은 분들이 어제도 굶었다고 합니다. 저녁도 못 드셨고, 점심도 못 드셨고, 아침도 못 드셨다고 합니다. 그러면 토요일 저녁은요? 몇 분이 사발면 하나 먹었다고 합니다. 몇 분은 토요일에는 낮에 먹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일인당 소득이 2만 달라가 넘었다는데 배고픈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우리 손님들이 사나흘 굶은 것은 일상이라고 합니다.
민들레국수집에는 "우리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놓았습니다. 그랬더니 고마운 분들이 국내산 한우 고기를 자주 보내주십니다. 우리 손님들께 소고기국을 대접해 드릴 때가 제일 기분이 좋습니다. 이번에는 의정부에서 고마운 분이 보내준 국내산 한우 쇠고기와 뼈를 넣고 푹 고은 국을 끓였습니다. 대파도 송송 썰어 놓았습니다. 후추와 소금으로 미리 간을 해 놓았습니다. 우리 손님들은 설렁탕이나 곰탕을 드신 경험이 별로 없습니다. 소금과 후추를 상에 내어 놓고 간을 맞춰들게 하면 간을 맞출 줄 아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후추를 한 숟가락 듬뿍 넣는 분도 있습니다. 너무 소금을 많이 넣어서 아예 먹을 수 없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소금과 후추로 약간 심심하게 해서 드립니다. 그래야 두세 그릇 더 드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이 조금 뜸한 시간에 꽁치를 사러 갔습니다. 우리 손님 한 분이 지나가다가 제가 꽁치를 사는 것을 보더니 언제 가면 먹을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오후 1시쯤이면 오셔서 드실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싱싱한 오징어가 한 상자에 2만 5천 원입니다. 오징어도 샀습니다. 꽁치는 무 넣고 조리고, 오징어는 손질해서 데쳤습니다. 썰어서 초고추장 곁들어 상에 내었습니다. 참 맛있게 드십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노숙생활하면서는 처음 먹어본다고 합니다. 깍두기는 치아가 부실해서 못 드신다는 분도 데친 오징어를 아주 잘 드십니다. 씹지 못하고 삼켜도 행복해합니다. 꽁치가 먹고 싶었던 손님도 꽁치 반찬에 밥을 두 번이나 들면서 행복해 합니다.
참으로 불안한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불안한 것은 가진 돈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가진 힘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사랑이 없어서입니다. 돈이 우리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현실이 힘겹고 고통스럽다면 자신이 얼마나 사랑하면서 사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사랑만이 우리를 살게 해 줍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처럼 사랑하는 사랑이 우리를 살게 합니다. 결국 우리가 불행하다면 사랑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서영남 2008.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