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태양에 취해
아찔해 눈이 부신 날
비틀거리다 미끄러지다
그만 발을 헛디디고 만 거야
나의 구두는 너를 잊겠지만
나는 널 절대 잊지 않아
달콤 사탕에 널 새기고
콰지직 으깨 하늘에 날린다
미안 미안 작은 개미야
너의 우주 너의 삶
친구들과 여왕을 위해
비스킷 가루를 뿌려 줄께
미안 미안 개미야 (‘미안 개미야’ 가사 전문)
젬베라는 아프리카 타악기와 통기타만으로 표현된 이 노래는 기계문명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내 삶에 짧은 휴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화려한 겉치레와 능숙한 기교로 점철된 요즘 세대들의 노래문화 속에서 어떻게 이런 신기루 같기도 하고 오아시스 같기도 한 노래를 만들고 부를 생각을 했을까? 생각할수록 고맙고 기쁘기 그지없다. 신선한 연주 형식과 독특한 창법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이 노래의 가사에 담긴 내용 또한 감동을 준다.
군대에서 훈련 중에 밞아 죽인 개미를 생각하며 만들었다는 이 노래는 개미에 대한 미안함을 넘어서서 죽은 개미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실천의지를 담고 있다. 인간이 보기에는 하찮은 미물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런 미물에게도 자신이 속한 우주가 있고 삶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정직하게 받아들이면서 비록 실수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벌어진 일들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그 책임에 대한 보상의 의미로 개미의 친구들과 여왕을 위해 비스킷 가루를 뿌려주겠다는 것이다. 그것으로도 미안함은 다 가시지 않아 계속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 이 노래의 내용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개미가 당한 억울함을 안고 사는 이웃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이웃들에게 이 노래가 자주 들려져서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알게 모르게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생명들에게 가해진 폭행이 있었다면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성찰하고 싶다. 그것이 물리적인 폭행뿐만 아니라 말로써 이루어진 폭행일 수도 있고, 때로는 너무 미미하다고 여겨져서 시간이 지나면 서로에게 잊혀져 버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한 자주 자주 가슴에 새기고 싶다. ‘미안해 미안해’라고.
/김정식 2007-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