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5년간 편집 맡아온 김옥자 씨]

우리신학연구소에서 내는 평신도가 직접 만드는 강론집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이 2011년 11월 13일, 평신도 주일에 1천 호를 펴냈다.

1년에 대략 50개의 주일이 있다면 20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기쁜소식’을 전해온 셈이다. 1996년 12월 270호부터 1,000호까지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이하 갈기)을 편집해 온 우리신학연구소 김옥자 출판부장을 만났다.

▲ 1천 호를 맞이한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

1천 호를 끌고 온 동력은?

무엇보다 15년 가까이 갈기를 만들어 온 동력이 궁금했다. ‘나는 꼼수다’의 영향일까? 그녀는 이미 준비된 편집자였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우리신학연구소에서 일하기 전에 봉사직이었지만 서울대교구 어린이 주보인 <작은마음> 편집부에서 활동했어요. 매주 두 번의 편집회의와 한 번의 교정모임을 하면서 일주일 단위로 돌아가는 일이 익숙해져 있었어요”라고 답하는 그녀의 눈에서 지난 세월이 흘러간다.

준비된 편집자도 어려움은 있는 법, 갈기를 혼자서 편집해야 하므로 오는 외로움이다. 작은마음에서는 매주 두 번 이상의 회의로 바쁘긴 했지만 여러 사람과 코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갈기는 돌발상황이 닥쳐도 혼자서 모든 걸 결정해야 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녀는 이런 외로움을 어떻게 견뎌왔을까?

“글들을 화장시킨다고나 할까요? 가리고 싶은 부분은 가리고 돋보이게 하고 싶은 부분은 키워주면서 글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어요. 가끔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원고들이 들어와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듬어졌을 때 오는 쾌감과 보람을 느끼며 이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지요.”

물론 화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필자들도 있다. 그녀는 필자와 미처 상의하지 못하고 단어 몇 구절을 고쳤다가 혼난 경험이 세네 번 있다고 한다. 15년의 편집 인생, 아니 어린이 주보 편집 12년까지 합치면 30년에 가깝다. 그 세월 속에서 이 정도의 실수담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않을까?

사실 그녀가 필자들에게 미안해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원고료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들에게 주는 것은 오로지 편집자의 웃음과 가끔 연구소에서 펴내는 책 등의 선물뿐이다. 그럼에도 흔쾌히 글을 보내주는 필자들에게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한다.

기억에 남는 사람들

▲ 우리신학연구소 김옥자 출판부장.

그녀에게는 모두가 아름다운 필자이겠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필자가 있는지 조심스럽게 질문했다. 한 사람은 ‘작은책’ 단행본인 <깨물지 못한 혀>의 저자 김유철 씨다. 그녀는 김유철 씨를 편집자가 정말 좋아할 필자라고 손꼽았다. “펑크를 내신 적도 없고, 정해진 글자 수에 딱 맞게 원고를 보내주시고, 수정할 부분을 부탁하면 충분히 논의하면서 글을 만들어갈 수 있는 필자”라는 것이다. 그녀는 무엇보다 김유철 씨의 평신도로서의 역사의식을 높게 평가했다. 교회에 아픈 역사를 꼬집는 책 ‘깨물지 못한 혀’를 집필하면서 끊임없이 공부해가며 책을 쓰는 그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그녀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는 필자도 있다. 동화작가 김현옥 씨의 ‘주앵이 가시나야’가 바로 그것. 어린 시절 말도 잘 못하고 살아서 그런지 정이 많이 가는 코너라고 말하는 김 부장은 “요사이 힘들 때마다 씩씩한 주앵이를 보며 용기를 얻고 있어요”라며 김현옥 씨에게 고마워했다.

그녀는 특별히 1천 호에 기억에 남는 독자들에게 축하글을 부탁했다. 이들의 축하글을 보면 갈기가 독자들에 얼만큼의 선물로 다가가는지 살펴볼 수 있다. 유선근 씨는 갈기를 ‘오솔길이자, 나지막하게 부르는 노래요, 세로토닌’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기독교 신자가 아닌 장용창 씨에게 갈기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으며 우리신학연구소 후원회원 이종국 씨에게 갈기는 ‘뿌리 깊은 나무요,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독자의 눈을 오랫동안 머물게 하는 글들이 갈수록 줄어든다. 하지만 갈기를 읽는 독자들에게 갈기는 대충 훑어보는 글이 아니다. 은퇴한 원주교구의 원로 안승길 신부에게 갈기는 은퇴숙소로 자리를 옮길 때도 바뀐 수취주소를 알려주는 잡지였고, 대구새민족교회의 백창욱 목사에게 갈기는 기도 노트에 옮겨 적기도 하고 교회 홈페이지에 퍼올리기도 하는 잡지다.

한편 갈기에게 있어서 영원한 독자는 없다. 김옥자 부장은 “갈기는 좋은 필자를 발굴하는 실험적인 잡지”라고 다른 잡지와의 차별성을 내세운다. 좋은 글이 있으면 문자로 피드백을 넣어준다는 성공회 광주교회 김경일 신부는 타 교파에 속하지만 소중한 필자가 되었다. 청각은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안명옥 씨도 갈기의 애독자이면서 김 부장의 원고청탁을 받아주는 필자다.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얘기 해주는 참 잡지 만들 것

갈기를 열독하는 애독자들이 많지만, 빠르게만 돌아가는 시대의 흐름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즈음 김옥자 부장을 고민에 빠뜨렸던 부분도 인터넷 시대에 갈기는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 가였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나오면서 가톨릭계의 비판적인 소식을 갈기에만 싣지 말고 지금여기에도 실리도록 해야 한다. 갈기가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있느냐는 등의 이야기가 들리면서 저 자신도 많이 위축됐었어요.”

하지만 한 독자의 “2백 년밖에 안 된 천주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이름으로 강론을 쓸 수 있고 보여주는 곳이 어느 잡지가 있느냐? 너무나 큰 기적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에 그녀는 다시 힘을 얻었다고 한다. 그녀는 “갈기를 인터넷의 빠름에 휩쓸리지 않고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얘기를 당당히 해주는 참 잡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김옥자 출판부장은 마지막으로 “반짝거리는 글들을 써주시는 아름다운 필자와 그 글을 너무나도 잘 알아봐 주시는 독자들이 없었다면 갈기의 1천 호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갈기 1천 호는 제가 만들었다기보다 독자와 필자들이 함께 만들어주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자신은 심부름꾼일 뿐이란다.

그녀는 덧붙여 1천 호를 맞이하면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독자 모임을 올해 안에 갖겠다고 귀띔했다. 이것 역시 한 독자의 아이디어라는데, 참 복 받은 편집자임이 틀림없다.

▲ 천 번의 '기쁜 소식'을 나르면서 모습도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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