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사 모니터링 자료는 2월 3일자 2585호 가톨릭신문과 956호 평화신문이다.

2008.2.3일자/평화신문 28면, 가톨릭신문 24면


‣ “나도 신부님이 되고 싶어요!”

가능하다면 일반적이고 관행적인 일도 다양성이 넘치는 세상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몫이다. 때로는 그 몫이 버겁기도 하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은 것이 세상의 인심이기도 하다. 전혀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 아닌데 듣는 사람이 오해하고 기분나빠한다면 그것은 말하는 사람의 내공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하물며 그것이 교회신문의 기사도 아닌 수익을 위한 광고에서 논쟁거리가 나온다면 신문사로서는 난감하고 억울하기까지 할 것이다.

그런 경우가 몇 번 있었는지 1월 20일자 954호 평화신문에는 반가운 소식이 실렸던 적이 있다. ‘서울대교구 2개 위원회 설립’이 그것이다. 별로 재미없는 교구청 관련 소식이었지만 내용은 새겨둘만 했다. 관련 부분만 인용한다. “서울대교구는 ‘주보ㆍ평화신문과 평화방송의 광고 내용 검열위원회’를 설립했다. 위원회는 주보 및 평화방송ㆍ평화신문의 광고가 신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혼돈을 야기하거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광고 내용들을 사전에 점검함으로써 문제 소지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위원회의 명칭이 긴 만큼 하고자 하는 일도 욕심을 낸다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작한 지 얼마 안돼서인지, 혹은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해석해서인지 하나를 놓쳤다.

2월 3일자 두 교회신문은 공통으로 서울대교구 성소국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광고는 칼라이고 만화풍 그림이 있어서인지 우리 집 두 아이 눈을 끌었다. 그리고는 광고의 카피 내용을 따라 똑 같이 말했다. “나도 신부님이 되고 싶어요!” 교회를 위해서든, 가문을 위해서든, 자신들을 위해서든 눈물 나게 고마운 일이지만 말려야 했다. 두 녀석은 딸들이었다. 불행(?)하게도 여자란 말이다. 광고에는 그 대상자격을 이렇게 적고 있다. ‘초등학교 졸업예정자, 중1-고3, 대학생 및 일반인’ 때로 여성사제 운운하면 신학자도 한 번씩 혼 줄이 나기에 미디어 비평자가 교회의 지론에 대해 논할 일은 아니지만, 광고에 예비신학생의 대상은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괜한 여자인 딸자식들 마음에 바람 불기 전에 말이다. 그것이 위원회를 만든 목적인 ‘광고가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혼돈을 야기’하지 않음에 부합할 것이다. 헷갈리게 하지 말고 확실히 적자. ‘초등학교 졸업예정자, 중1-고3, 대학생 및 일반인 (단, 남자에 한함)’이라고...

 

2008.1.27일자/가톨릭신문 17면


‣ 김용옥의 <여자란 무엇인가>

이 학자의 책을 고요한 마음으로 읽기는 쉽지 않다. 육두문자는 예사요, 성인군자도 그 입에 걸리면 박살나기가 일쑤다. 김용옥을 우리 곁에 가깝게 등장시킨 <여자란 무엇인가>란 책을 새삼 떠올린 것은 가톨릭신문에 현재 연재되고 있는 ‘단계별 성교육: 성, 아기 때부터 노년기까지’ 덕분이었다. 연재 1회(1월 20일자)에서 기자는 “쾌락을 위해 성이 왜곡되고 노골화되면서 공개적인 대화도 꺼려진다... 성인들 또한 각종 대중매체와 잘못된 지식으로 그릇된 성 가치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옳다. 연재 2회(1월 27일자)에서는 “정확한 용어 사용해 몸을 깨닫게 하자”고 말하며 ‘부모가 성기의 이름을 말하는데 민망스러워하며 부담스러워 한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나온 성기의 ‘명확한 용어’라는 ‘음경과 질’이라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기자가 민망스러워 하는 것은 아닌가? 연재 3회(2월 3일자)에도 ‘음경’이란 용어는 거듭되고 있다.

다시 김용옥의 말로 돌아가자. “우리는 성기(性器: 성의 그릇)를 표현하는데 있어 매우 단순하고 아름다운 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말이 도덕적 타부라는 고상한 이유로 고상한 자들의 언어에서 지속적으로 회피되고 있는데 그 말은 ‘자지’와 ‘보지’라는 것이다. 자지와 보지는 순수 우리말이며 어떠한 표현에도 양보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을 지니며 단순하면서도 풍부한 의미의 면적을 가진다.”(<여자란 무엇인가> 28쪽, 1989년, 통나무) 예비신학생을 모집한다면서 마음속으로 -알죠? 남자만!- 이라고 하는 것이나, 명확한 용어를 사용하자면서 음경이라고 해야 안심되는 것은 같은 현상이다. 바로 말하자면서 얼버무리면 아니 한만 못하다.

/김유철 200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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