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가톨릭사회포럼 강화에서 열려

 지난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강화도 초록마당에서 ‘가톨릭사회운동의 성찰과 모색 그리고 축제’라는 주제로 제2회 한국가톨릭사회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에 소속된 새 세상을 여는 여성공동체, 가톨릭노동사목전국협의회, 예수살이공동체, 우리신학연구소 활성가들과 수도자, 그리고 사회복음화에 관심있는 가톨릭 신자 등 30여 명이 참석하여 피터 판 신부와 정태인 씨의 강의를 듣고, 가톨릭사회운동의 진로에 대한 토론을 이어갔다.

이번 포럼은 하유설 신부(메리놀외방전교회)와 김일회 신부(인천교구)의 주례로 개막미사를 봉헌하고 노지향씨의 지도로 ‘나를 찾아가는 연극여행’을 통하여 가족과 직장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갈등과 해법을 찾아보면서 시작하였다. 포럼은 기본적으로 명상과 놀이, 강의와 토론을 중심으로 짜여졌다. 특별히 이번 포럼에서는 교회 안에서 생활성가를 개척해 갔던 김정식씨가 노래뿐 뿐아니라 자신의 삶을 진솔하게 나누어 참석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선교의 목적은 하느님 나라

첫날 강연을 맡은 피터 판 신부는 선교를 대화의 맥락에서 찾아보면서, 기존에는 선교의 목적을 영혼구원으로 보고 교회를 확대하는 데 치중했으며, 선교 행위도 성직자, 수도자와 특별히 임명된 사람들이 도맡아 왔으며, 평신도들은 기도와 돈으로 선교활동을 지원하는 데 그치고, 복음을 주로 말로 선포하였다고 꼬집었다.
이제는 그 우선 순서를 바꾸어야 하는데, 선교의 목적을 하느님 나라에 두고, 세례 받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미사와 기도, 가르침뿐 아니라 사회봉사와 정의와 평화를 위한 일을 선교로 여겨야 하며, 교회를 선교의 마지막 도구로 여겨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 대한 비전이 없다면 “교회 성장이나 영혼의 구원이라는 고결한 것도 우상화의 헤로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선교는 복음에 대한 공동증언자인 정교회, 개신교의 선교사들과 함께 이루는 것이며, 다른 종교와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서 피터 판 신부가 말하는 복음화의 방법은 성령의 현존을 믿고, 사람들과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삶의 대화, 해방과 인간성장을 확산시키는 일에 대한 협력하는 행동의 대화, 타교파의 종교 전승에 대한 깊은 이해와 그들의 영적 가치에 대한 존중하는 신학적 소통, 공동 기도와 타교파의 종교 예식을 통한 영적 풍요로움의 공유하는 종교적 경험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활성가, 성찰과 사고능력을 키워내는 학습자 되어야

한편 이 자리에선 가톨릭사회운동의 전망을 얻기 위한 제안과 토론이 이루어졌는데, 경동현 실장(우리신학배움터 울림)은 “앎과 삶이 통합된 배움이 필요하다”면서 “배움의 핵심은 머리를 때린 지식이 가슴을 울리고 이 울림이 다시 삶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가톨릭운동 활성가들에게 성찰과 사고능력을 키워내는 학습자가 되자고 말했다. 그는 “과거 80년대의 운동이 ‘한국사회의 민주화’라는 정상에 오르기 위한 등산이었다면 90년대 이후의 운동은 이전과 달리 목표가 보이지 않게 된 사막을 횡단하는 것과 같다”면서 “사막횡단에서는 내부의 원칙과 방향을 가지고 목적지 보다는 여정 자체에 중점을 두는 접근법, 성찰과 사고의 힘이 매우 중요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경동현 실장은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 배움의 연대체’를 제안했는데, ‘혼돈의 민주주의 시대와 위기의 사회운동’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강좌가 가톨릭학생회와 예수살이공동체, 우리신학 배움터 울림에서 공동기획 형식으로 진행하는 사례를 지적하며, 단체와 본당, 개인 간의 경계를 허물고 ‘교학상장(敎學相長)’의 흐름이 생겨나기를 기대하였다.

상식있는 신자들, 성령강림 신앙대회 열자

박영대 소장(우리신학연구소)은 해마다 성령강림 대축일에 ‘상식있는 가톨릭신자’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하자고 제안하였다. 성령강림 사건으로 교회가 탄생했고, 그래서 성령강림 대축일이 교회 생일이니, 교회 탄생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서 사제, 수도자, 평신도 가름없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신앙대회를 열어 교회쇄신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자유로운 성령처럼, 스스로 기획하고 참여했던 촛불문화제처럼 자기 참여를 기획하는 집회를 예수께서 그러셨듯이 늘 고통받는 민중을 기억할 수 있는 자리에서 열자는 것이다.

한편 한상봉 편집국장(가톨릭인터넷언론 지금여기)은 가톨릭운동 활성가들에게 “언론은 우리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대중의 의견을 수렴함으로써 적절한 실천을 행하도록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조직 밖의 뜻있는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여 가톨릭운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활성가들에게 성찰적 글쓰기와 현장성 있는 기자의 자의식 갖도록 고무하였다. 활성가들 역시 공개적으로 자기 활동에 대한 점검을 받아야 하며, 자기 활동의 의미를 공유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자기 삶과 비전을 통해 자기 운동을 ‘선전’할 수 없다면 누가 이 운동에 합류할 것인가?” 물으면서 교계신문과 교구 주보를 적극 활용하는 교회 제도권 뿐 아니라 기업들도 자신들의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상품을 효과적으로 팔아먹기 위해 상품개발은 물론 ‘광고’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김선실 대표(여성공동체)는 향후 교회여성들의 사회의식과 여성신학적 지평을 열어가는데 보탬이 되어야 한다면서 친밀함과 연대감을 고취시킬 수 있는 소모임 형태의 집중적인 계속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인천교구와 서울대교구 시노드 등을 통해 여성사목에 견해가 제출되었으나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부장적 교회 안에서 여성문화를 가꾸고,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사이에 파트너십을 실현해야 하며, 사회복음화 차원에서 여성들이 본당 밖으로 나와서 활동함으로써 사회의식과 교회쇄신 의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사제직보다 예언직이 더 필요한 시대

한편 소희숙(성베네딕트여자수도회) 수녀는 교회가 지난 2천년 동안 평신도를 둘러리로 세워 왔으며, 사제 없이는 구원의 길로 갈 수 없는 무지렁이로 취급해왔음을 고백하고,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인종(人種)이며, 하느님의 피로 엮인 공동생명이며, 하느님의 성전이며 교회라고 말했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것은 ‘예언직(預言직)’이라면서 예언직이란 “말씀을 맡고 있는” 하느님께 뽑힌 자들이라고 소개하였다. 예언자들은 자기가 없는 자로서 하느님께 봉헌되어 메시아의 사명인 ‘희년’을 선포하는 자라는 것이다. 예언자는 또한 백성에게 희망을 주는 구원의 표지이며 은총의 도구라고 하면서 “하느님의 꿈을 이어가고 투신하고, 승리하리라 확신하고, 하느님 나라를 이 땅에 세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구원과 해방의 독특한 길을 보여준 예수처럼 우리도 작은 예수가 되어야 한다고 참석자들을 격려하였다.

권오광 대표(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의 진행으로 이뤄진 ‘가톨릭운동 전망세우기’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는데, 가톨릭운동의 비전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특히 우리 사회의 축소판인 교회의 쇄신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점이라는 데 공감하였으며, 제 단체와 개인들이 성숙한 활성가로 성장하기 위해 공동으로 양성교육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였다.



/한상봉 2008-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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