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환경사목위, 개발 허가 뒤 첫 계양산 생명평화미사 봉헌

 


파란 가을 하늘, 코스모스 길을 지나 계양산 소나무 숲으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그 길머리에 자리 잡은 롯데건설의 건설계획 조감도와 현수막이 가장 먼저 나의 눈길을 끌었다. “SKY HILL 인천, Invitation to Nature” “소나무 군락지인 이곳을, 원형대로 보존하겠습니다. 롯데건설(주)” 하지만 늘 이 산을 다니는 듯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은 무심코 그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입구에서 3백 미터 쯤 숲길을 따라 올라가자 소나무 군락지가 나타났다. 롯데건설이 원형대로 보존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곳이다. 아울러 이곳에서 인천녹색연합 간사 신정은(28세) 씨와 인천평화교회 윤인중 목사(40세)가 각각 56일과 155일, 모두 210일 동안 나무 위 농성을 했던 바로 그곳이기도 하다.

2007년 9월 7일 금요일 오후 2시, 약속된 시간이 되자 숲길을 따라 올라온 사람, 산길을 따라 내려온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든다. 계산동본당 등 근처 본당 신자들과 인천교구 사회사목 종사자들이 모두 20명이다. 조촐하다. 인천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위원장 김일회 신부(47세)와 인천교구 사무처 임현택 신부가 공동 집전하는 가운데 미사가 시작되었다. 소나무 숲에서 성가 소리와 기도 소리를 은은히 퍼지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참을 바라보다 지난다. 신자인 분들은 기도문을 함께 중얼거리며 지나간다.

이날 미사는 지난 8월 23일 인천광역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롯데건설의 골프장 건설 등 계양산 개발 계획을 허가한 뒤 처음 열리는 미사이다. 김일회 신부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허가했지만 아직 중앙정부의 검토와 허가를 거쳐야 한다. 적어도 2년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이 숲이 사라지기 전까지 작은 노력이지만 계양산 모든 생명을 위한 미사를 봉헌할 것이다.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듯이, 우리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 미사를 봉헌하자.”고 하였다.

"우리가 바치는 제물이 우리의 생명 뿐만 아니라, 계양산의 생명 뿐 아니라 온생명이 살아나게 되는 기도가 되게 하소서."

인천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계양산 생명평화미사를 매월 첫째 주 금요일 오후 2시에 봉헌할 예정이다. 앞으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를 계양산의 모든 생명을 위해 봉헌되는 미사이다. 인천시민위원회도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계산역에서 진행해온 계양산 생명평화 촛불집회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박영대 2007.9.18.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