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 촛불 시국미사에서 김유철 선생이 천주교회의 친일문제 다뤄

촛불바람에 응답하는 제12차 시국미사가 9월 6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 4층에서 봉헌되었으며 수녀 평신도등 약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미사는 포교성베네딕토수도회의 황동환 신부와 메리놀외방선교회의 하유설 신부가 공동집전하였다.

주례를 맡은 황동환 신부는 현 시국이 “민주주의, 생태, 국민통합, 종교 등 여러 방면에서 위기국면”이라고 평가한 뒤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오체투지 순례를 하고 있는 문규현 신부와 수경스님이 생명과 평화를 호소하고 있는데, 현 정부가 양심이 있다면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덧붙여 성경말씀을 인용하며 “죄를 지은 사람이 있다면 형제들과 교회가 나서서 타일러주어야 한다”고 말하였으며, 이 미사는 “우리 모두가 원수처럼 갈라지지 않고 함께 공존하기 위한 몸부림”이며, 그 안에서 우리는 우리 공동체가 무엇 때문에 신음하는지 자신부터 되돌아보자“고 하였다.

이날 미사에는 특별히 강론을 대신하여 김유철 선생의 강연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천주교회의 친일문제를 다룬 책 <깨물지 못한 혀>를 발간하고 난 뒤의 소회를 나누었다. 김유철 선생은 교회가 솔직하게 친일문제를 다루지 못함을 안타까와하면서, 특히 서울대교구측에서 민족문제연구소측의 친일인사명단 발표 하루 만에 유감을 표명하고, 쟁점이 되고 있는 노기남 대주교가 최초의 조선인 주교로서 민족의 자긍심에 기여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조선인이 주교가 된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교가 되어 무엇을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면서 주교로서 징병을 막지도 못했고 “기껏 명동성당 종 하나 건졌다”고 비판하였다. 노주교는 취임할 때 일본경찰이 옆에서 칼을 들이대고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교우들에게 충실한 황국의 신민이 되라고 촉구하였으며, 취임 한 달만에 <대동아전쟁 기도문>을 조만과를 드릴 때 바치라고 결정한 것을 비판하였다. 물론 노기남대주교는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 그랬다지만 “아이를 교육시키려고 엄마가 몸을 팔아서야 되겠냐?”고 물었다.

김유철 씨

노기남 대주교는 <회고록>에서 “그때 혀를 깨물고 싶었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김유철 선생은 “그때 주교는 혀를 깨물었어야 했다. 그러면 교회가 살았을 것이고 신앙을 욕되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한국천주교회도 참회의 글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그 어디에도 자신이 친일하였음을 반성하는 문구가 없음을 지적하고, 한국교회는 십자가를 현양하면서도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로메로>영화에서 로메로 대주교가 감옥에서 사제마저 고문하는 정권을 향해 “하느님의 이름으로 명한다. STOP!”이라고 부르짖던 장면을 상기시키며 평신도로서 “신앙을 회복하라. 실제 믿지도 따르지도 않는 예수를 붙들고 있는 너희는 누구냐?”고 묻고 싶다고 했다.

한편 지난 6월 14일 사당동에 세워진 노기남관 축복식을 예로 들며 노기남 주교의 정신을 기리자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그렇게 자랑스럽습니까? 나는 부끄럽습니다. 서울대교구는 한국인 첫 주교가 친일파였다는 것을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유철 선생은 이런 교회이기 때문에 촛불이 100일 이상 타올랐어도 기륭전자 여성노동자들이 단식하고 KTX여승무원들이 철탑에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는 충분히 반성하지 않는 한 현재에도 반복된다는 것이다. 교회는 그동안 권력에 순응하고 협조해 온 죄를 통회하고 “아직 깨물지 못한 혀가 입안에 있으면 이제라도 깨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를 마친 참석자들은 서울역까지 행진을 하였으며, 철탑에 올라가 농성중인 KTX여승무원들과 함께 열린 문화제에 합류하여 촛불을 밝혔다.

/두현진 글, 김용길 사진 2008-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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