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길씨, 인천 동암에서 촛불사진전

8월 28일부터 한동안 인천시 동암역 근방에 있는 ‘삶이 보이는 창’에서 김용길(베드로, 50)씨의 사진전이 열린다. 직장에서 밥벌이 하면서도 틈틈이 시국미사와 촛불집회에 참석하여 찍어둔 사진 가운데 몇 장을 골라 노동자 쉼터로 운영하는 카페 ‘삶이 보이는 창’에 걸어 놓는 것이다. 공간의 규모에 비해 10여 컷의 사진이 무척 커다란 사이즈로 환하게 걸려 있었다.

“요즘 석달을 넘기면서 촛불이 점점 사그라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람들은 지치고... 그래서 이 사람들이 서로 함께 했던 순간들을 다시 보며 힘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생각해 본 전시회지요.”

그랬다. 김용길 씨는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직장생활로 바쁜 상황이었지만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신앙적 요청 앞에서, 자신도 그들 가난한 이들 가운데 한 명이지만, 때로는 휴가를 내고 때로는 어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매주 시국미사가 열리는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으로, 시청으로 광화문으로 조계사로 달려갔다. 며칠 전엔 기륭전자에서 열리는 시국미사에도 참석하였다. 현실은 제 삶이나 돌보라고 다그치지만 ‘더 작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그 사람을 그렇게 그냥 놔두지 않는다.

김용길씨는 삶의 현장에서 사진을 전시하는 게 마땅하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우리 사회에서 사진작가들은 보통 그럴듯한 전시장을 큰 돈 주고 빌려서 이름값을 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유럽 같은 경우만 해도 막상 전시회를 가보면, “카페트를 파는 가게라든가, 골동품 상회 등 그들이 사는 삶의 현장 구석구석에 사진을 걸어놓고 사람을 맞이하는 걸 흔히 볼 수 있다”고 김용길씨는 말한다. 


특별히 이곳 ‘삶이 보이는 창’은 촛불바람에 응답하는 시국미사에서 중요한 몫을 맡고 있는 김정대 신부가 노동자들에게 내어준 공간이다. 그들은 이곳에 와서 술도 마시고 못 다한 이야기도 풀어놓는다. 그 자리에 끼어 함께 술을 마시면서 김정대 신부는 그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곤 한다. 그리고 사실상 본인이 더 많은 걸 그들에게서 배운다고 한다. 내 삶과 전혀 상관없는 공간에서 전혀 뜬금없이 사진을 걸어두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문화유산을 현장에서 분리하여 박물관에 안치하는 것과 같을 지도 모른다. 그건 그 작품에서 생명력을 증발시키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벽에 걸린 작품들은 사진과 액자 사이에 여백이 별로 없다. 사진에 비해 대개 폭을 넓게 잡아 표구하는 ‘마트’라고 부르는 여백을 버리고, 액자 안은 오로지 생동감 있는 사진 그 자체로 가득차 있다. 지금 우리 상황이 여백을 생각할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테고, 삶 자체만으로 충분한 거룩한 현장이라는 작가의 고백일지도 모른다. 우리 시대의 가난한 이들을 찾아가서 포착한 장면을 노동자들의 애환이 서려있을 ‘삶이 보이는 창’이라는 공간에서 풀어놓은 것이라서 느낌이 각별하다.


김용길 씨와 항시 정신적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있는 부인 최금자씨 역시 김용길씨의 든든한 반려이자 동지다. 이들은 ‘공동의 기억’을 강조하였다. “사람들이 이 사진들을 보고 이 시기에 함께 경험했던 아프고 아름다운 공동의 기억을 상기하는 가운데 힘을 얻어 그 길을 계속 갈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위로하고 위로 받으며 함께 걷는 이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할 것이다. 마침 늦게 만난 부부로 연을 맺은 이 두 사람이 혼인서약을 한지 10년이 되어, 그도 함께 기념한다. 오는 9월 5일 사람들을 초대하여 축하할만한 일을 축하하고 더불어 기뻐하면서 손을 잡아주겠다고 말한다.

 

/한상봉 200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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