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 기독교 시국 기도회

지난 6월 3일 개신교에서는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오후 7시에 ‘기독교 시국 기도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목회자들은 주홍색 영대를 거치고, 신자들은 초록색 띠를 걸친 사람이 많았다. 이 기도회는 지난 월요일부터 미사를 봉헌한 정의구현사제단의 집회에 이어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주최하였으며, 광장에는 2천여 명의 신도와 시민 등 2만여 명이 참여하였다.

이날 진행을 맡은 사회자는 기도회 전에 “국민 여러분에게 사죄의 말을 드린다”며 “일부 개신교 목회자들이 국민의 뜻을 반하는 집회와 맞불 집회로 이 광장을 혼탁하게 만든 것에 대해 대신 사죄한다”고 뉴라이트 계열의 개신교 구국기도회에 대해 같은 개신교인으로서 대신 사과하였다.

시국 기도회는 200여명의 목회자들이 '하늘이 주신 권리, 국민 주권 수호하자', '우리는 촛불의 힘을 믿습니다' 등의 피켓을 손에 들고 입장하면서 시작되었다. 무대에 오른 목회자는 "현 정권은 지난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 강박하며 마치 진리의 시대가 열린 양 날뛰었다"면서 “이것은 거짓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대운하로 산천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고 뉴타운 열풍으로 가난한 서민들의 가슴은 무너졌다"며. 특히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과 관련해서 "정권의 거짓말은 국민의 삶과 생존권을 벼랑으로 내몰게 했다"고 지탄했다. 또한 "이런 정권 아래서 하루라도 산다는 것이 슬픔이고 괴로움"이라며 자신들은 ‘선한 싸움’을 계속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어느 목회자는 "현실이 참으로 기가 막히고 답답하다"면서 "국민들의 마음에, 가정에, 손과 발에 평화의 내용이 함께 하길 바란다"고 축원하면서 "방패를 쥔 손이 아닌 어린이, 노약자를 부축하는 안내의 손이길, 높이 솟구친 물대포는 평화를 의미하는 축포가, 해산을 말하는 확성기에서는 평화의 목소리가 나오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그리고 조중동 보수언론이 촛불시위를 폭력시위로 왜곡하는 것을 비판하며 "우리의 촛불이 그들의 거짓을 깨뜨리고 평화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시국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발표하고, 신도들과 시민들에게 “끝까지 비폭력으로 일관할 것”을 부탁하며 한손에 촛불과 한손에 장미꽃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빛의 열매는 모든 선과 의와 진실입니다'와 '당신들과 당신들의 자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시오'라는 성경 구절이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행진했다. 남대문을 거쳐 명동을 지나 을지로 거리를 통해 1시간 가까이 행진했다.

행진을 앞두고 진행자는 “어제 가톨릭교회에서는 침묵으로 행진했지만, 개신교는 문화가 다르니, 얼마든지 구호를 외쳐도 좋다”고 하면서 “오늘도 이명박 대통령이 인왕산에 올라가서 보고 있을지 모르니 제발 듣고 회개하라고 큰소리로 외치자”고 하였다. 이들은 거리행진을 하면서 ‘뜻없이 무릎 꿇는’ 등 민중복음성가를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면서 행진하고 다시 시청광장으로 돌아와 58번째 촛불 문화제를 시작하였다.

가수 전경옥 씨의 먼저 나와서 '힘내라 촛불아~'를 부르면서 시작된 문화제에서 신광수 목사는 이제껏 나서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시민들에게 큰 절을 올리며, 이명박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면서, "어떤 미친개가 차를 차도가 아닌 도보로 몰면 수많은 시민들이 다칠 수밖에 없다. 이걸 저지하기 위해선 미친개를 운전석에서 끌어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노숙자들과 살고 있다고 밝힌 어느 목회자는 사회자가 한 말씀 하시라고 하자 “목사가 이런 데 올라와서 설교하면 하느니 노래 한곡 하겠다”면서 반주로 없이 ‘선구자’를 불러서 마음을 숙연케 하였다. 노래와 시민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밤 11시경에 시민들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르고 행사를 마쳤다.

/한상봉 200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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