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광장에서 제3차 정의구현사제단 시국미사 봉헌


7월 2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주최하는 제3차 시국미사는 장맛비가 내리는 속에서 50여 명의 사제들과 3만여 명의 신자와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광장에서 거행되었다. 이날 촛불집회는 시국미사에 앞서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2시간 총파업을 벌인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1부 행사에 이어 시국미사가 끝나고는 2부 문화행사와 평화적인 거리 행진으로 마쳤다.

비가 와도 촛불은 꺼지지 않고 계속해서 타오를 것이라는 염원과 다짐을 보여준 촛불집회는 이날로 56번째를 맞았다. “우리는 왜 촛불을 들고, 무엇을 기원하는가?” 더욱 세차지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고스란히 받아내는 신자와 시민들은 이러한 물음에 오히려 결연한 몸짓으로 앉은 자리에서 비켜서지 않았다. “우리는 단순히 촛불을 드는 게 아니다. 촛불을 들고 이루고자 하는 염원이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빼앗겨버린 검역주권을 되찾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원한다.”

스스로 상납하듯이 갖다 바친 대한민국 국민의 상처받은 자존심을 국민이 스스로 되찾으려는 일련의 촛불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아침엔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의 방한 뉴스가 보도되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방한 날짜 발표는 한국 정부의 외교 부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또다시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히게 했다.

오락가락하는 장맛비 속에서 차분하게 진행된 이날 시국미사 강론은 전주에서 올라온 송년홍 타대오 신부가 하였다.

우리 모두가 함께 들고 있는 촛불

송신부는 “‘비가 오면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신다.’는 독일 속담이 있습니다. 아마도 촛불 들고 나라 걱정하는 우리를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고 계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비가 와도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라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비를 내려주시는 겁니다. 평화를 상징하고 어둠 속에서 빛을 밝히는 촛불은 비가 와도 추워도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이렇듯) 우리를 통해서 축복해 주십니다. 우리가 들고 있는 촛불 하나하나는 각 개인이 들고 있는 촛불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들고 있는 촛불입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 이 촛불이 꺼지지 않게, 비가 와도, 아니 겨울까지 이어진다면 눈이 와도, 추워도 더워도 들고 있어야 합니다."고 말했다.

또한 "(땅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하나하나가 청와대에도 울리고 정부에도 울리고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에게도 들려서 우리가 왜 촛불을 들고 있는지, 왜 들어야 하는지, 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지를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제단에서) 지금 단식을 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사제단에 보이는 사랑 때문에 힘이 생깁니다."고 하였으며, 한편 그것보다 더 힘이 나는 일은 천막에 와서 신자라고 하면서 "그만하고 가시지요." 하는 분이나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신부님이 이런 일에 나서냐?"고 하는 분, 그리고 무엇보다 조중동 신문 사설에서 "정치와 종교는 분리되어야 한다."는 기사를 보면 더욱 힘이 난다고 말했다.
한편 송신부는 ‘이 단식이 누구를 위한 단식인가? 우리가 드리는 이 미사가 누구를 위한 미사인가?’ 물으면서, "지금 여러분을 위해서, 나 개인을 위해서 드리는 미사가 아니고, 들고 있는 촛불이 아니고, 단식이 아니"라면서, "우리 모두를 위해서, 우리나라를 위해서, 우리 아들딸을 위해서, 우리 가족을 위해서, 우리 이웃을 위해서, 우리 동네를 위해서" 촛불을 들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함께 촛불을 들자!

한편 송신부는 "그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루가 1,51-53)하는 이날 복음을 인용하면서, "이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기도한다고 했다. "먹을 것을 우리 마음대로 골라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세상, 백성의 소리를 듣고 백성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백성이 주인이 되는 세상, 그리고 배고픈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위해서" 기도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잘못했으면 잘못했다고 용서를 청하고 화해하는 세상, 늑대와 새끼양이 표범과 새끼염소가 송아지와 새끼사자가 함께 뒹굴고, 암소와 곰이 함께 풀을 뜯어먹고,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는, 그래서 어린아이가 뱀을 밟고도 물리지 않고 젖먹이 어린아이는 살모사 굴에 손을 넣어도 물리지 않는, 그런 평화로운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강론을 마무리 하면서 송신부는 촛불이 더욱 많이 켜졌으면 기대했다. "이곳 서울에서, 전국 방방곡에서 더욱 많이 켜져서 밤이 되면 위성사진에 환하게 나올 정도로 모두가 함께 (촛불을) 들었으면 좋겠고,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초등학생도,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애인 손 꼭 잡고 나온 젊은이들도 (모두 함께) 나와서 평화롭게 우리의 요구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 역사를 실시하라, 질긴 놈이 이긴다."고 외쳤다.

시국미사를 계기로 촛불집회에 동참하는 각 종교계

6시 40분쯤 마친 민주노총의 1부 행사에 이어 묵주기도가 이어졌고 곧바로 시국미사를 거행하였다. 장맛비 속에서 8시쯤 마친 미사 뒤에는 민주노총 주최의 촛불문화제로 이어지면서 침묵의 촛불행진은 계속되었다.

사제단의 시국미사로 촉발된 종교계의 촛불집회는 개신교계와 불교계의 동참을 끌어내어, 개신교계에서는 7월 3일(목)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주최로 시청 앞 예배가 열리고, 불교계에서는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주관으로 7월 4일(금)에 서울광장에서 법회가 열린다.

사제단의 “국민존엄을 선언하고 국가권력의 회개를 촉구하는 비상 시국미사”는 이웃 종교들의 동참으로 7월 2일(수)로 마무리되었다. 사제단의 시국미사는 마감하였으나, 7월 5일(토) 오후 3시에 남여 수도회가 지난 2주 동안 진행한 '촛불 바람에 응답하는 시국미사'를 거행하며, 미사 뒤에는 5시부터 진행하는 촛불문화제에 동참한다. 이날 열리는 촛불집회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와 통합민주당 등이 참여하기로 하면서 지난 6월 10일에 열린 100만 촛불행진에 이은 대규모 집회가 예상되는 바 촉각을 곤두세운 정부와 시민들의 귀추가 주목된다.

비가 와도 눈이 내려도 비바람이 불어도,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박오늘 2008-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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