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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냐 하느님이냐마산교구 사제들, 트라피스트회 수녀들 거리 미사봉헌

   

수정마을 STX 주민대책위원회는 마산시 구산면 수정지구 STX중공업 조선기자재 공장 유치 결사반대 집회를 6월 30일 오전 11시부터 서울역 맞은편에 있는 STX그룹 본사 앞에서 열었다. 이 집회에는 100여명의 주민들과 50여명의 수도자, 30여명의 천주교 사제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2시에는 미사로 이어졌다.

지난 5월 15일 마산시와 STX중공업, 수정뉴타운추진위원회는 수정지구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5월 30일까지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아내는 조건으로 수정지구 일반산업단지 개발을 위한 협약서를 체결하였다. 그 대가로 STX중공업은 40억을 마을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어 동의서를 받을 수 없게 되자, STX측의 요청으로 주민투표를 강행하기로 결정하여, 마산시와 비전사업본부, 구산면장이 수정뉴타운추진위원회와 공모하여 일방적인 찬반 주민투표를 공고하고 5월 30일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투표계획서와 투표인명부는 마산시가 작성하고 구산면자생단체협의회 이름으로 투표를 하였는데, 찬성 투표한 주민에게는 200만원을 준다는 문자를 보내고, 한편 250세대의 외부인들이 수정면사무소에 위장전입을 하고 투표한 뒤에 마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그러나 300여 세대의 원주민들이 투표에 참석하지 않아 문제가 생기자 부재자수를 일괄 삭감해서 투표율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결과를 발표하였다.

   

6월 5일에는 STX측에서 수정지구 입성 의사를 밝혔고, 6월 12일에는 수정뉴타운추진위원회에서 금권투표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위로금 200만원’을 받아가라고 방송하였다. 위장전입자들은 줄줄이 200만원을 수령해 갔으며, 대부분 주민들은 명분없는 돈을 거절하였으나, 일부 주민들은 돈을 수령했다가 반납하는 사례가 속출했다.

이날 미사에 앞서 열린 토론회에서 백남해 신부(마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는 “이러한 작태는 하느님을 따를 것이냐, 돈을 따를 것이냐를 선택하는 것”이라면서 “돈을 선택하는 것은 영혼을 팔아먹는 짓”이라고 하였다. 일부 주민들이 어려운 처지에 위로금을 받았다가 자식들이 난리를 쳐서 다시 반납하려는데 받아주지 않아서 농약을 들고 가서 안 받아주면 죽겠노라고 협박해서 돌려주고 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들인데, 일당 1만원에서 2만 5천원까지 받으며 홍합을 까는 일을 하였는데, 그마저도 양식업을 하는 찬성론자들의 거부로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요즘은 데모하러 다니느라 홍합 깔 시간도 없다고 한다.

이를 두고 백남해 신부는 “세상에서 제일 추접스런 일이 남 먹는데 쳐다보는 것인데, 더 추접한 것은 쳐다보는 데 안 주는 것”이라는 농담을 하며 이들 주민들에겐 200만원이 큰돈이지만 그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미사는 이상원 신부(마산교구 정의구현사제단 대표)의 주례로 사제들과 수도자들이 주민들을 가운데 두고 울타리를 치고 보호하는 듯한 풍경을 자아내는 가운데 봉헌되었다. 강론을 맡은 백남해 신부는 “요즘은 S자만 보아도 짜증이 난다”고 하면서 “교회가 지역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교회의 운명이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님의 기도에서 보듯이 “하느님께서 당신의 나라를 하늘에 세우지 않고 이 땅에 세우려 했듯이, 가장 가까운 형제들의 손을 잡고 기도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수정 성모 트라피스트 수녀들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수녀원 문을 열고 나와서 치열한 기도를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하면서, “그래서 우리 신부들도 일당도 주지 않는데 이렇게 서울까지 와서 함께 하는 것”이라 했다. 한편 백신부는 세상의 소금이어야 할 교회가 짠맛을 잃어버리면 길거리에 버려질 텐데, 그렇게 버려지지 않으려고 우리 교회는 세상의 가난하고 약한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며, 이게 교회가 살아남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지역주민 김정민씨(55)는 “주민들을 돈으로 꼬여서 앞잡이 세우고 주민들을 분명시키는 게 가장 화가 난다”면서 “이 일이 매듭져도 대대로 주민들 끼리 적수가 되게 생겼다”고 걱정하였다. 결국 돈 문제로 지역주민이 갈라서고 평화롭고 소박하게 살던 마을 공동체를 파괴한 주범은 마산시와 STX라는 것이다. 이들은 환경파괴뿐 아니라 이웃들끼리 마음을 다치게 만든 STX문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막겠다고 나섰다.

/한상봉 2008-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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