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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게일 A. 아이스니츠의 <도살장>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누가 그래?
  • 박오늘 ( othil@naver.com )
  • 승인 2008.11.21 14:10 | 최종수정 2008.11.2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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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국제 협상이 불러온 쇠고기 정국은 여전히 경색지경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재협상을 부르짖는 국민의 민심에 추가협상이라는 카드로 쇠고기 경색정국을 뚫어보려는 이명박 정부의 의지는 더욱 초라해지고 있을 뿐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쇠고기 방미단을 만나 ‘한국민들에게 미국 쇠기와 관련해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고 있어 유감’이라면서 ‘세계 많은 나라들이 모든 연령의 모든 부위를 수입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쇠고기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업체 간 자율규제를 하고 양국 정부가 보증하는 방안에 대해 ‘미 업계 측의 입장을 우선해야 한다.’고 일부 미국 의원들은 부정적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연합뉴스, 6월 16일자).

   
안전하단다, 그러니까 먹으란다. 그리고 맘이 놓이지 않으면 안 먹으면 된단다. 미국 정부를 믿고 미국 축산업자를 믿으란다. 설마 먹지도 못할 고기를 수출하겠느냔다. 그들도 이익을 내자고 하는 장산데 못 먹을 것을 팔겠느냐는 거다. 여기서 맞는 사실 하나는, 손해나는 장사는 결코 안한다는 것이다.

미국 축산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이기 위해서 그들의 도살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가? <도살장>은 바로 미국의 대형 도살장에서 일어나는 가축에 대한 잔혹행위는 물론 비위생적인 도살과정과 검역 시스템을 고발하는 책이다.

“소머리가 문 밑에 끼이면 빼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소가 살아 있더라도 그 머리를 잘라내는 겁니다. 코와 얼굴이 절반으로 갈라져서 누워 있는 모습도 많이 봤어요. 이동하거나 도살하는 과정에서 다친 소들을 하울러라고 합니다. 그런 놈들은 일단 줄에서 벗어나면 소똥으로 범벅이 됐죠. 도살장 통로를 질질 끌려오니까 똥이 묻은 거죠.”

“반장은 소들을 발로 차고 쇠스랑으로 찌르고 손에 잡히는 대로 뭐든 들고 소를 괴롭힙니다. 그는 소의 눈이나 머리나 엉덩이를 찌르는 것도 개의치 않아요. 얼마나 세게 찌르는지 쇠스랑의 나무 손잡이가 부러질 정도예요.”

“난 살아있는 동물들이 체인에 묶여서 위로 끌어올려져서, 목을 찔리고 껍질이 벗겨지는 것을 봤어요.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어요. 너무 많아서 기억도 안 나고.”

“나는 체인에 묶인 소가 목이 찔리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는 걸 봤어요. 분명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는 돼지들인데, 목이 찔린 후에도 피를 쏟아내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벌떡 일어서는 것도 봤어요. 끓는 물에 빠진 돼지들이 발버둥 치면서 애쓰는 것도 봤어요.”

“이 돼지들은 아주 비좁은 우리에서 커서 움직이는 것에 익숙지 않아요. 그래서 이 도살장을 한 바퀴 도는 것만 해도 반마일은 걷는 것과 같습니다. 이 돼지들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이 걸어본 적이 없거든요.”

“돼지 도살장에서, 1시간당 1,100마리의 돼지를 도살하는 곳에서 자행되는 동물 학대는 통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비위생적인 도살과정은 물론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동물학대에 관한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도살장 바닥은 유지, 지방, 모래, 바퀴벌레로 뒤덮여 있습니다. 벌레들이 도살장 벽 사방에 있습니다. 날아다니는 바퀴벌레 중에서 정말 큰 놈들은 4~5인치 정도로 크죠. 우린 이정도로 큰 바퀴벌레라면 목줄을 매서 산책을 시켜도 되겠다는 농담을 하곤 했죠. 도살장에는 사방에 파리가 날아다녔는데 그중에는 큰 검정 파리들도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계속 입담배나 코담배를 씹었다가 바닥에 뱉곤 했죠.”

“(미국) 농무부가 그들 말로는 ‘현대적’으로 바꿨다는 검사 기준은 ‘불결한’ 검사 기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네브래스카 주의 한 검사관이 도살장에서 머리 고기를 몰래 빼내어 검사를 해보고는, ‘포장하기 위해 머리뼈에서 고기를 발라내는 테이블에 도착한 소머리의 24퍼센트가 털, 흙, 가죽, 음식 섭취물 같은 것으로 오염돼 있었다.’고 말했다.”

“난 우리 회사(스미스필드) 돼지고기는 사지 않아요. 내 말은 우린 걸어 다닐 때마다 30센티미터짜리 회충이 발목에 엉겨 붙어 질질 끌려 다니는 곳에서 일하고 있단 말이에요. 당신은 아침에 일어나서 베이컨 몇 장을 구워서 식사로 먹나요? 아니면 소시지를 먹나요? 그 소시지에 곱게 간 회충이 들어있을 수도 있어요.”

<도살장>은 미국 인도주의적 축산협회(HFA)의 수석 조사관이자 동물보호 운동가인 저자 게일 아이스니츠가 병원균이 득실대는 도축 현장을 방문하여 현장 노동자와 검역관 수의사 등 관계자들의 양심고백을 끌어내어 미국산 육류 오염의 실상을 고발하는 책이다. 완벽하다는, 그래서 그 무엇보다 안전하다는 미국의 검역 시스템의 허상을 낱낱이 까발리고 있다.

오염된 햄버거 고기 한 조각을 먹고 죽을 뻔하다가 살아난 아이,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중병에 걸린 아이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은 상으로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에 다녀온 뒤 사망한 아이들에 대한 증언도 담겨 있다. 아이들 모두 미국에서 도축되고 완벽하다는 검역 시스템을 통과한 식육 고기를 먹은 뒤 이러한 변을 당했다. 이러한 고기가 우리 아이들 식탁에 오른다. 자, 선택의 여지가 있는가?!

“0157: H7 대장균의 감염원이 소의 장관(腸管)이라는 것이 증명됐다는 걸 인정할 만큼, 감염 경로가 당신이 먹는 고기에 뿌려진 동물의 배설물이라는 걸 인정할 만큼 당신은 용감한가? 10년 전만 해도 극도로 희귀했던 질병이 이제는 미국 아이들의 신장질환의 주범이 됐다는 인정할 만큼, 이 모든 고통이 지난 두 정부의 규제 해제 프로그램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는 걸 인정할 만큼?”-‘안전한 식탁이 우리의 최우선’ 단체의 창립자 메리 허싱크-

“<도살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출을 관장하고 있는 미 농무부가 대중의 건강을 보호하기보다 농산물 시장을 확대하고, 정육업계의 탐욕스러운 이윤 추구와 증가에 더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현실을 기록한 책입니다.

한국인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의심을 품은 것은 현명한 판단입니다. 다시 시장을 개방하는 한국인들에게 한 마디 경고하고 싶습니다. 미 농무부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식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자신들이 도살장을 관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동물등과 그 살코기는 지속적으로 치명적인 E. Coil 대장균과 살모넬라균에 오염되어 있으며, 이를 가공한 식품으로 인해 생긴 질병으로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는 것이 현실입니다”(저자가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에서).

믿으라고, 미국 정부를 믿고 미국 농축산업자를 믿으라고, 촛불집회 때 외치던 아이들의 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너나 믿어!”

/박오늘 2008-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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