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들이 쇠고기 재협상을 위한 시국 미사와 촛불시위 참여하다


6월 민주항쟁 21돌을 맞이하는 지난 6월 10일, 항쟁의 근거지였던 명동대성당은 물론 서울대교구 안에서 아무런 공식행사나 시국미사가 예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마당에서 수도자들이 모여서 ‘쇠고기 재협상을 위한 시국 미사’를 봉헌하였다. 이날 미사는 한국 프란치스칸 가족봉사자 협의회와 정의평화 창조질서 보전 위원회가 주관하였으며, 박문식 신부(꼰벤뚜알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주례로 작은 형제회와 예수회 등 여러 수도회와 교구에서 온 20여명의 사제들이 공동집전하였다.

남녀 수도자들 200여명과 신자들이 참석한 이날 미사를 열면서 박문식 신부는 “이명박 정권은 무엇이 두려운가?” 물었다.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이명박과 그 수하들만 모르는 것 같다”면서 “어린 소녀들이 촛불을 들었는데, 그들이 그렇게 두려운가?” 물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생명권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이날 미사 강론에서는 “이번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촛불시위를 통해, 우리는 국민들의 소통에 대한 요구와 정부의 폭력을 경험하였다”고 지적하였다. 결국 “소통의 문제는 민주주의의 문제이며, 동시에 평화에 대한 갈망”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을 단순히 통치대상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이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공동선을 추구하는 것이 권력의 소임이며, 스스로를 봉사자로 여겨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고 말하였다.


한편 “지금 상황은 젊은 청년들, 특히 전경이나 의경에 차출된 젊은이들에게 국민들을 상처 입히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를 향해 민주주의의 상식에 따라 일해 줄 것을 호소하였다. “가난한 이들이 제대로 살 수 있고, 국민의 뜻이 무시되지 않은 세상을 바란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수입되는 위험하지만 값싼 쇠고기를 과연 누가 먹어야 하는지?” 묻는 것이다. 결국 “그 고기는 부모가 가난한 것도 서러운데 이 고기마저 먹어야 하는 자녀들과 학생들, 각종 군부대 장병들이 먹게 될 것”이라면서 비판하였다.

이날 미사 중에 발표된 성명서에서는 “촛불문화제는 민주주의 정신에 합치”하며, “경찰의 폭력은 민주주의에 대한 죄”라고 선언하였다. 아울러 촛불집회에 나선 초, 중, 고 학생 등 모든 시민들에게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인사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협상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사이에 보여진 “야만적 힘의 논리와 굴욕적 저자세는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없다”고 하면서 “참 평화를 위해서 대한민국은 주권 국가의 의무와 권리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를 마무리하면서 박문식 신부는 한 우화를 들어 현 시국을 풍자하고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몫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주었다. 어느 임금이 자기를 손가락질한다고 백성들의 손가락을 잘라 버린다면, 우리 몸이 손이고 발이고 다 잘려나가 절구통같이 되더라도 항의를 그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미사를 마치고 사제들과 수도자들은 광화문을 거쳐 시청 앞까지 재협상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침묵 속에서 줄지어 시위를 하였다. 이들은 서울시의회 앞에서 묵주기도를 바친 뒤에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청 앞으로 이어진 촛불집회 본행사에 참석하였다.

한편 광우병 쇠고기 반대와 공기업 민영화 반대를 외치며 분신하여 지난 9일 결국 사망한 이병렬씨의 빈소가 한편에 마련된 시청 광장 앞에서는 촛불집회를 반대하는 뉴라이트 전국연합 등의 단체들이 3시부터 ‘법질서 수호-FTA비준촉구국민대회’를 열고 촛불집회 참석자들을 “나라를 망쳐 먹는 좌익세력이며 이 시대의 사탄”이라고 몰아붙였다. 특히 이 집회는 일부 개신교단의 구국기도회로 연결되어 열광적으로 “예수 구원”을 연호하여, 가톨릭 수도자들의 모습과 대조되었다.



/한상봉 200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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