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사회는 사회 정의와 분배 정의 이루어진 사회


4대 종단의 종교인들과 103일 간의 도보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김규봉 신부(대운하백지화 천주교연대 공동대표)는 지난 5월 27일에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운하 문제에 대한 견해를 나누고, 6월 5일 환경의 날에 주교단의 입장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김신부는 인터뷰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우리 욕심대로 살아온 것이 강을 오염시켰고 강을 죽게 하고 있는 것. 또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도 우리가 욕심껏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을 대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는 인식의 전환 하에서 이제 우리 욕심을 좀 줄이고 자연과 우리 인간이 또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래서 그렇게 하신 말씀 그대로, 그렇게 앞으로 대운하든 FTA 문제든 그런 상생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 가신다면 지금쯤 이런 혼란함은 모두가 정리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한편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 관련해서도 “어떻게든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 인간만이 잘 살겠다”는 생각 나온 것으로 본질에서는 대운하 문제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였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산하에 있는 환경소위원회에 참여하는 김신부는 “말씀을 들어보니까 주교님들도 이 사안에 대해서 거의 반대 입장 보이시고 그래서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서 교회의 입장을 밝힌다고... 교회 입장은 알고 계신 것처럼 대운하는 안 된다. 그래서 저희 주교회의 차원에서도 말씀해주시고 정리해주시면 이런 것들이 각 교구별로 힘 있게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자의 질문에 김신부는 대운하 반대가 교회의 “공식적 입장”이라고 밝힘으로써, 환경의 날에 주교회의의 대운하 반대 성명이 발표될 것이라는 소식이 여러 언론에 소개되었다. 

그동안 대운하 문제에 대하여 공식적 입장을 표명한 곳은 인천교구 정평위원회와 환경위원회 뿐이다. 천주교 인천교구는 대운하 반대 성명서를 지난 3월 30일에 발표하고, 4월 2일 인천 가톨릭회관에서 '한반도 대운하 반대,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한 미사'를 교구 총대리 이준희 신부의 집전으로 봉헌한 바 있다.

인천교구 교구장이기도 한 최기산 주교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2008년 환경의 날 담화문>을 미리 발표하였는데, 주교회의 전체의 의견이라기보다 정의평화위원회 차원의 발표라는 점에서 미흡한 점이 있으나, 주교회의 차원에서 나온 대운하 문제에 대한 첫 발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담화문에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은 현재 세대의 필요 충족과 자연의 한계라는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며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가 기본적인 생활의 필요가 충족되도록 자연의 혜택을 누리되 그것이 생명 부양 체계인 자연의 한계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이러한 관점에서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는 사회 경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생태 경제의 성숙으로 이루어진 사회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며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는 사회 정의와 분배 정의, 그리고 생태 정의가 구현된 사회"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관하여 “생명의 원천인 산하를 파헤치겠다고 하니 걱정”이며, “생명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대운하 건설은 우리의 강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동식물들을 멸종시킬 수 있으며 강 주변의 역사적 문화유산들을 수몰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하면서 “과연 그러한 것들을 희생해서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경제적 관점에서 얼마나 큰 이익을 우리 국민에게 줄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문화’를 위해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생명 문화의 관점에서 그리고 생태 경제의 관점에서 우리는 정말 잘 성찰해야만 할 것”이라고 하였다.

주교회의 관계자에 따르면, 천주교 주교들이 “대체로 대운하 건설에 반대하고 있으며, 공식적인 표명은 적절한 시기가 올 때까지 미루고 있다”고 한다. 이번 환경의 날 담화문은 분명한 어조로 대운하 반대를 표명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으나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는 교회의 기본인식이 잘 담겨 있다.

한편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는 오늘 6월 5일 행사를 통하여 여주 신륵사에서 석불암까지 강변순례를 하고 김용태 신부 등 사회사목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창조질서보존미사를 봉헌 할 예정이다. 행사장까지 가는 버스는 명동성당 후문에서 당일 오전 9시에 출발하며, 회비는 1만원이다. (환경사목위원회 02-727-2278 )

 


환경의 날, 주교회의 정평위 담화문 전문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로의 전환"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요즈음 우리가 마음 놓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중국산 수입 만두에서 농약이 검출되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고, 프랑스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 생산된 대부분의 와인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걷지도 못하는 병든 소를 눈속임 검역을 거쳐 학교 급식용으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실상도 더하면 더했지 이에 못지 않습니다.

이러한 먹을거리의 위협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생존의 터전인 지구 환경의 파괴입니다. 분별없는 개발은 동식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하여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결과적으로 멸종시키게 됩니다. 온실 가스 배출의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 현상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2007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에 따르면 인류가 빠른 시일 내에 온실 가스 감축을 위한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향후 혹독한 기후 전쟁을 겪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과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시간이 갈수록 석유 등 재생 불가능한 자원들은 고갈되어가고 환경 유해 물질들은 축적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인류가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상황에 있지 않다는 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입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현재 세대의 필요 충족과 자연의 한계라는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즉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가 기본적인 생활의 필요가 충족되도록 자연의 혜택을 누리되, 그것이 생명 부양 체계인 자연의 한계 속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는 사회 경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생태 경제의 성숙으로 이루어진 사회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는 사회 정의와 분배 정의, 그리고 생태 정의가 구현된 사회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최근 우리나라의 개발과 관련해서 우려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이 그것입니다. 이 계획은 우리의 강들을 콘크리트로 다시 조성하여 짐을 실은 배가 다닐 수 있는 운하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생명의 원천인 산하를 파헤치겠다고 하니 걱정입니다. 삼천리 금수강산의 척추인 백두대간, 그리고 거기서 뻗어 나온 곳곳의 산줄기와 수려한 산세는 사실 개발의 장애가 아니라 하느님의 축복입니다. 그 산줄기들이 조성한 물길들은 인간의 혈관과 같은 강을 만들어냄으로써 숱한 생명체들의 서식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적, 문화적 삶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생명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대운하 건설은 우리의 강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동식물들을 멸종시킬 수 있으며 강 주변의 역사적 문화 유산들을 수몰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과연 그러한 것들을 희생해서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경제적 관점에서 얼마나 큰 이익을 우리 국민에게 줄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87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사회적 관심」에서 환경 문제에 직면한 인류에게 자연을 대하는 “도덕적 요청 가운데 하나로서 자연 세계의 이용에 대해 한계를 설정”(34항)할 것을 분명하게 요청하셨습니다. 또한 2006년 11월 베네딕토 16세 교황도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와의 공동 선언을 통해 “종교 지도자인 우리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보호하려는 모든 노력을 격려하고 뒷받침하며 미래 세대에게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 가운데 하나”(6항)라고 천명하셨습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사명은 하느님의 창조 질서를 보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불편하더라도 생태적인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에너지와 식량을 최대한 절약해서 가난한 이웃들과 나누어야만 하며 생활 속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주의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생활양식의 전환을 통해서 우리는 절제를 미덕으로 삼는 새로운 문화, 지속 가능한 문화를 구축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문화’를 위해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계획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지혜로운 것인지 생명 문화의 관점에서 그리고 생태 경제의 관점에서 우리는 정말 잘 성찰해야만 할 것입니다.

2008년 6월 5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최기산 주교

/한상봉 200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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