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미친소 미친교육 촛불 문화제 현장에 5만의 인파 모이다

이즈음 우리 사회는 어둔 밤을 걸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어슴푸레 빛이 밝아오기 시작하면 빤히 보일 현상들을 그저 어둡다는 이유로 사실과 다르다고 발뺌하거나 거짓으로 일관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말이다. 이렇게 빤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어둠 속의 어른들을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보며 질책하는 아이들이 있다. 어둠이 길다 한들 새벽빛에 스러지는 것 또한 진실이라면 어른들의 터무니없는 거짓이 이들 앞에 무릎 끓을 날도 머지않았으리라.

한 여학생의 제안으로 촉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 지난 5월 17일 열다섯 차례 열리는 그 열기의 현장을 찾아갔다. 저녁 6시부터 서서히 모이기 시작한 학생들과 시민들은 8시를 넘어가면서부터 5만의 인구로 불어났다. 같은 시각 광주와 전주 등지에서도 동참 촛불 문화제가 열린다고 하는데, 5.18을 앞둔 광주에서는 1만5천 명의 학생 시민이 도청 앞에 모여 문화제의 열기를 이어갔다.

촛불 집회는 횟수를 거듭하면서 단순히 먹을거리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모여 광우병 소고기 수입 협상 철회 요구에서 건강한 교육을 외치는 소리를 보태며 더욱더 환하게 타오르고 있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논란으로 불거진 촛불 문화제는 이제는 중고등학생들의 0교시 철폐로 번져가고 있다. 먹을거리 문제가 교육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성난 아이들의 함성에 분노한 어른들의 목소리가 합쳐지면서 더욱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이날 촛불문화제는 지난 5월 8일 MBC 백분토론 때 출연해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던 재미교포 이선영 씨와 전화연결한 자리에서 이선영 씨는 “한국에 수입되는 소고기는 미국에서 미국 사람들이 먹는 소고기와는 전혀 다르다.”며 "이렇게 왜곡된 것을 바로잡으려는 여러분들께 이렇게라도 함께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는 격려의 메시지로 시작되었다. 이어 발언대에 올라선 한 목사는 “제가 목삽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장로입니다. 장로 교육 잘못 시킨 목사로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하고 말문을 열었다.

“죽기 싫어요. 죽일 거면서 왜 우리를 보고 미래의 주인이라고 그래요.”

이날 강기갑 의원은 고삐 풀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해 정부 측에 “‘몰랐습니다. 광우병이 이렇게 무섭고 미국이 이렇게 우리의 것을 발가벗겨 가는지를 몰랐습니다. 이제 우리의 것을 찾아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전국에서 이런 양심의 촛불이, 행동하는 촛불들이 모여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서 재협상할 수 있도록 우리가 힘을 줍시다. 미국 국민에게 먹이지 못하도록, 유통하지 못하도록 한 것까지 왜 우리가 먹어야 합니까? 옷만 벗겨가는 게 아니라 거죽까지 벗겨 가게 한 겁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국민이 일어나지 않으면 찾아올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국민이 일어났습니다. 끊임없이 양심의 촛불에 눈물을 흘립시다.” 그렇게 용기 있게 다시 맞장을 뜰 수 있도록 신선하고 힘 있는 함성을 청와대로 보내자는 강기갑 의원의 발언에 이어 일반시민들의 발언 릴레이가 이어졌다. 학생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발언을 하게 되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훈넷 책임자로 있다는 이현파 씨는 “괴담이 번진다고 하는데 윗분들(정책자들) 이야기보다 더 무서운 괴담이 없습니다. 선동세력 핵심세력 중심세력 배후세력 하는데, 여기 앞에 있으면 선동세력이요 저 뒤에 있으면 배후세력이라는, 아버지께서 들려주신 칠팔십년대의 웃지 못할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하면서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은 어린 세력, 여기 모인 여러분이 미래의 유권자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이어진 발언 릴레이는 “국민의 건강과 주권을 포기하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였으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건강과 안전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이어 예술고등학교에 다닌다는 한 여학생은 “자발적인 정치 참여에서 배후세력을 찾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하고 있습니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강대국에 굽실거리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당당한 정부가 되기를 촉구하는 한편 잘못한 협상을 철회하고 국민의 안전과 검역 주권을 되찾아오기를 소리 높여 촉구하였다. 또한 그 힘은 국민한테서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하는 자리이기도 하였다. 국민을 이긴 정부는 없었다.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여 국민을 기만하면서도 대책이라고 우기는 정부에 대해 재협상에 나서는 길만이 현 정부가 살 길임 또한 경고하였다. “국민을 버리는 정부는 국민이 버릴 것이다.” 이어 터지는 함성들은 협상을 무효화하고 고시를 철회하라는 외침이 이명박 대통령이 만든 청계광장에서 청와대를 향해 계속하여 울려 퍼졌다. 십대는 더 이상 미래 사회의 주인공이 아니다. 바로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책임지려는 용기 있는 이 시대의 동반자인 것이다.

/박오늘 200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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