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일치포럼

지난 5월 15일 저녁, 명동성당 코스트홀에서 제8회 한국 그리스도인 일치를 위한 일치포럼이 열렸다. “그리스도교 안에 있는 생태영성의 다양성”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은 정교회 한국대교구,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가 주최한 것이다.

가톨릭교회의 생태 영성에 대해 발표한 이동훈 신부(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 총무, 원주교구)는 생태의 개념이 하느님과 모든 만물이 거처하는 ‘공동의 집’이이기 때문에 생태영성은 하느님의 창조활동을 인식하고 생명의 길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신부는 가톨릭 수도 공동체의 전통 중 노동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베네딕토의 영성과 자연만물을 형제자매로 받아들인 프란치스코의 생태영성을 소개하고, 또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제시한 창조물과 세계, 인간활동에 대한 인식을 비롯하여 공의회 이후 교황들의 생태 비전을 요약하였다. 특히 최근 발표된 신칠죄종(환경파괴, 윤리적 논란 소지가 있는 과학실험, DNA 조작과 배아줄기세포연구, 마약 거래, 소수의 과도한 축재, 낙태, 소아성애)의 대다수가 생태윤리와 관련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여, 모든 존재하는 것들과의 관계를 다시 보는(re-spect) 존경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개신교의 생태 영성에 대해 발표한 이정배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 위원,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는 ‘身土不二의 생태적 영성과 한반도 대운하’라는 제목의 발제를 통해 생태계 파괴에 대한 기독교의 책임을 우선 언급하였다. 이 목사는 척박한 사막문화에서 생존하기 위한 유대-그리스도교의 역사 현실과 가톨릭의 유기체적 세계관을 버리고 기계론적 세계관에 추동한 개신교의 초창기 흐름에 대해 성찰하였다. 최근 기독교 애니미즘(Animism)이라는 말조차 과감히 수용할 정도가 된 현대의 생태신학과 자연을 하느님의 몸이며 성육신으로 해석한 여성생태신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며, 개발독재 망령에 이끌려 대운하를 추진하는 현 한국 개신교의 과오를 꼬집고 하느님의 ‘녹색은총’을 깨닫도록 촉구했다. 이를 위해서는 느림을 추구하고, 침묵의 길, 몸 비우기, 마음 다하기 등 ‘단순성’을 회복하고 ‘손의 창조력’을 회복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정교회에서는 그리스에서 온 테오크세니 수녀(Sr. Theoxeni, 크리소피기 수도원 원장)가 크레테섬 하니아 지역에 위치한 크리소피기 수도원의 생태적 삶을 정교회의 생태 관련 이콘 사진과 자료 사진을 슬라이드로 보여주며 소개하였다. 금욕과 성만찬을 강조하는 정교회는 환경 파괴 문제에 대해 늘 민감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없이 자비로운 교회지만 1900년 그리스 정교회가 반포한 주교회의 회람에서는 숲을 파괴한 방화꾼들에게 출교의 벌을 가하도록 지시할 정도로 환경 보호에 대해 아주 준엄하고 비타협적인 입장을 채택했다. 테오크세니 수녀가 원장으로 있는 크리소피기 수도원은 유기농 농사를 짓고 쓰레기를 생태적 처리방식으로 처리하면서 지역의 생태적 모범을 보여주고 있고, 젊은이들에게 생태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사례를 소개하였다.

그리스도교 내 세 종파의 발제에 대해 손은하 목사(전북 김제 새만금생명교회 담임목사)는 조류독감 문제와 한우 가격 폭락으로 고통받는 김제 지역의 현실을 소개하며, 그 이면엔 자식들을 농촌에서 안 살게 하려는 ‘사라진 농심’과 동식물을 함부로 해서라도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던 우리의 욕심을 성찰했다. 손 목사는 이전에 김제 지역에서 새만금 방조제를 막기 위해 종교들이 펼쳤던 노력을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제와 금욕의 삶이며 손의 창조력을 회복하는 것임에 동감한다면서 그리스도교 영성이 한반도를 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불교의 법현 스님(태고종, 열린선원 원장)은 사람들을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개념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연이 나와 같은 존재임을 깨달아 관계회복이 이루어질 때 세계관이 바뀔 수 있다고 하였다. 법현 스님은 자연만물도 모두 부처라고 보는 불교의 생태 가르침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우리의 욕구를 최소화할 때 세상 파괴가 덜 일어나게 된다고 하였다.

이번 포럼은 그리스도교 안에 있는 생태영성의 다양성을 이론적으로 성찰하면서, 이 영성들을 바탕으로 한국 사회의 구체적인 생태문제 현실에 그리스도교가 응답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자리였다.

/이미영 2008-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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