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죽음의 봄’에 우리는 놀라운 일을 이루었다

큰 싸움은 끝났다. 오만과 독선의 바벨탑은 허물어졌다. 민심은 준엄했다. 그것은 선거혁명이었다. 비록 혁명의 진앙 서울·경기지역의 끄트머리를 끝내 잡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민심이 천심’임을 드러낸 거대한 반역의 드라마였다.

민심은 지난 2년을 그냥 눈감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MB가 자행한 배반의 정치를 똑똑히 보고 있었던 것이다. 곳곳에 부활하는 권위주의 시대의 행태, 용산참사와 대운하 터 닦기 4대강 개발사업에서 드러나는 시대착오적 개발독재, 선진복지사회를 표방하면서 종부세 폐지와 같이 가진 자는 우대하고 가난한 자를 홀대하는 ‘부우빈홀’(富優貧忽)의 서민정책, 남북화해는커녕 끝내 전쟁위기를 가져온 퇴행적 대북정책, 그 모든 것은 시대를 역류해 파국을 가져오려는 죽음의 굿판이었다. 

   

▲5월 31일 오후 3시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열린 '오만과 독선의 이명박정권, 회개를 위한 전국사제수도자시국미사'에 참석한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6.2 심판, 명박 퇴진'이란 손 피켓을 흔들고 있다.

이 ‘명박스런 세상’을 훌쩍 뛰어넘어 새 시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

이 ‘죽음의 봄’에 우리는 놀라운 일을 이루었다. 국민을 대상으로 MB가 휘둘렀던 채찍을 부메랑으로 되돌려주었던 것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 했지만, 오히려 스스로 눈과 귀가 막혀 고립을 자초한 꼴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던 ‘노무현의 아들·딸들’의 대단한 성과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선거결과는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혼쭐냈다는 표현대로 노무현의 완벽한 부활이라 할 수 있다. 노풍(盧風)은 요란한 폭풍이 아니라 미풍처럼 은근하게 불면서 유권자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파고들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이제 새로운 가치와 틀을 지니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함을, ‘반MB’보단 차라리 이 ‘명박스런 세상’을 훌쩍 뛰어넘어 새 시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이었다. 비로소 깨어나는 시민의 주체적인 움직임들은 정치혁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의미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 전망을 밝게 한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세상을 향한 큰 싸움의 시간에 접어들어 있다

더 고무적인 일은 시대적 징표를 깨달은 종교인들의 예언적 역할이 선거결과에 일정 부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천주교를 비롯한 4대 종단은 정부의 4대강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4대강사업 찬성 후보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경고하여 MB 정권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가치를 꿈꾸는 거룩한 연대의 몸짓이 아닐 수 없다.

“정의와 공동선이 도전받고, 자연생태계가 광범위하게 파괴되고 있는 위기 속에서 오히려 하느님은 우리 교회를 특별한 전환의 역사, 새로운 여정과 변화 속으로 이끌고 있다. 물신숭배와 욕심과 이기주의가 정상인 것 같은 세상과 달리, 완고하고 비싸지고 특권화되고 있는 교회 일부 모습과 달리, 성령의 교회, 열린 교회, 살아있는 교회, 생태계와 인간의 아픔과 함께하는 교회역사가 그 어느 때보다도 광범위하게 전국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문규현 신부의 강론처럼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세상을 향한 큰 싸움의 시간에 접어들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야만의 광기를 멈출 수 있을 것인가

그러기에 이번 선거결과는 단순히 정권심판만 아니라 오히려 MB의 실용주의적 천박한 가치에 대한 단호한 거부, 광기 어린 야만에 대한 거부였다고 본다. MB는 잃어버린 10년을 외쳤지만, 유권자들은 MB에 의해 잃어가는 것들을 다시 찾고자 절박한 심정과 결연한 각오로 ‘MB OUT’를 외쳤던 것이다.

참으로 MB가 이번 선거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무엇보다 국민을 무서워할 줄 아는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오만과 독선의 바벨탑을 허물고 무엇보다 정치 안에 합리성을 회복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야만의 광기를 멈출 수 있을 것인가.

정중규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편집위원, 다음카페 ‘어둠 속에 갇힌 불꽃’ 지기,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연구위원, 지체장애 1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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