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골공원에서 티베트 평화의 성화 봉송’ 시위 열려

지난 4월 27일 오후 4시에 ‘티베트평화연대’ 주최로 탑골공원에서 광화문까지 ‘티베트 평화의 성화 봉송’ 시위가 열렸다. 이날 평화봉송 행사는 이날 서울 시청에 도착할 예정인 뻬이징올림픽 성화봉송에 대한 반대와 오후 7시에 시청앞 광장에서 개최될 서울시의 환영축제에 대한 거부의 뜻을 밝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3월 27일 환경올림픽을 기대하였던 김창현씨가 스스로 성화 봉송을 거부했으며, 인권변호사 박원순씨와 녹색연합의 김승국 사무처장도 올림픽의 정신이 훼손되고 있는 과정에서 성화 봉송은 의미가 없다면서 성화 봉송을 거부한 상태에서, 티베트의 인권회복과 평화를 위한 평화봉송 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날 배포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1950년 중국의 티베트 침공 후 중국의 식민통치아래서 대규모의 한족 이주로 자원수탈, 환경파괴, 경제적 지역적 차별이 진행되었으며, 이에 티베트인들은 120만명이 학살당한 1959년 봉기 후 비폭력 평화투쟁을 계속해 왔다. 1989년 달라이 라마에 이어 존경받던 9대 판첸 라마가 서거하자, 티베트인들은 중국이 그를 암살했다고 생각하고 다시 일어났으나 중국은 총과 탱크, 화염방사기 등을 동원하여 130여명을 학살했다. 2001년 달라이 라마 귀국과 관련해 티베트 망명정부와 중국 정부의 협상이 시작되었으나 2007년 9월 중국의 일방적인 파기로 협상이 중단되었다. 올해 3월 14일 중국군이 다시 시위에 나선 티베트인들에게 발포함으로써, 현재 티베트 망명정부 집계 최소 154명 사망, 100명 이상 실종, 2300명 이상 구속된 상태로 알려졌다.

오성홍기는 한때 해방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억압의 상징

행사에 앞서 발표된 <티베트평화선언문>에서는 “인권을 유린하고 폭력을 일삼으며 추구하는 하나의 중국이야말로 중국인들이 그토록 미워했던 패악한 제국주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물으며, “남북의 정부 당국자들이 중국 눈치 살피느라 한마디 말도 못하고, 심지어 중국정부의 나팔수를 자처하고 있지만, 우리 민족의 평화애호 의지는 드높고 고결하다. 일제 치하의 식민지 경험과 민주화의 교훈을 잊지 않았기에, 오늘 티베트인들의 투쟁에 보내는 우리의 형제애는 뜨겁고도 굳세다”라고 밝혔다.

한편 티베트 문제를 우리나라에서 처음 제기했던 ‘티베트의 친구들’의 진용주씨는 특별히 이 평화성화봉송 행사를 탑골공원에서 시작한 의미를 새기며, “이 장소에서 민족대표 33인이 모여 궐기한 삼일운동은 전세계 식민지백성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광화문 일대를 덮고 있는 “오성홍기는 한때 해방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억압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일갈하며, “이제 자유, 독립, 해방이라는 희망의 언어를 밝히기 위해 여기에 모인 33인의 주자가 성화를 들고 나설 것”이라고 말하였다.

안개꽃 성화를 받아 든 김효진양

중국 청년들 오성홍기 휘두르며 항의

이날 첫 번째 봉송 주자인 김효진(은평초등 4년) 어린이를 시작으로 탑골공원을 출발해 광화문으로 가는 길목에서 차도 건너편에선 중국 청년들이 오성홍기를 휘두르며 고함을 치며 세를 과시하고 있었다. 티베트평화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 와 있는 중국 유학생들은 모두 6만명 정도 되며, 이날 3천명 정도가 동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대사관이 중국본토에서 제공받은 대형 오성홍기를 들고 뻬이징올림픽 성화봉송 주자가 오기로 한 청계천 일대에 도열하였다. 이들은 애국주의를 부추기며, "성화를 사수하자"를 넘어 "티벳분리주의자들(이들은 티베트인들을 ‘짱두’라고 부른다)을 응징하자"는 격렬한 구호를 외쳤다. 

심상정, 홍세화(언론인), 한홍구(성공회대 교수) 등 33인이 봉송주자로 참가한 이 날 평화봉송 대회는 200여명의 시민들과 성직자들이 ‘평화 티베트’라고 쓰인 노란풍선을 들고 참가하였으며, 삼보일배를 하며 광화문까지 진출하였으나 격렬한 중국청년들과의 마찰을 우려한 경찰의 요청으로 그 자리에서 해산을 하였다. 해산 당시 집행부는 귀가 길에 티벳 깃발과 구호가 적힌 유니폼을 모두 벗고 갈 것을 참가자들에게 당부하였다. 폭력사태로 번진 말레이시아의 경험처럼, 중국인들의 테러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 한동안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던 시위 참가자들은 우리 땅에서 중국인들을 두려워해야 하는 현실을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렸다.

광화문 앞에서 평화봉송 시위 참가자가 해산을 앞두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티베트 평화연대 활동에 천주교측 참여 적어

티베트 평화연대에 참가한 64개 단체 가운데 천주교측 단체는 우리신학연구소와 천주교여성공동체뿐이며, 이날 시위에 참여한 천주교인들은 거의 없는 가운데 개별적으로 참가한 가톨릭 수도자 두 명만이 눈에 띄었다.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등 교계에선 전혀 참가하지 않았으며, 다른 천주교시민사회단체 역시 참여가 적었다. 이날 천주교 대표로 평화봉송 주자로 참여했던 김선실씨(천주교여성공동체 대표)는 “호주제 폐지 문제로 불교측 사람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이야기가 나와서 봉송 주자로 참가하게 되었다”면서, 천주교측에서 거의 참여하지 않은 것은 아마 티베트평화연대측에서 공식 제안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으며, “수도자장상연합회 등이 참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어쨌든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평화봉송 대회 중에 오성홍기를 휘두르며 소리치는 중국청년들의 항의 가운데 광화문에서 평화봉송 집회가 해산되는 것을 보며, 김선실씨는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중국에 망명하였던 우리 독립지사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짐작이 간다고 하면서, 우리 땅에 와 있는 티베트 망명인사들에게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대훈씨

티베트 문제는 정치 아니라 인권 문제

이날 시위에 참가한 이대훈씨(성공회대 교수, 평화학)는 한국사회의 대부분 시민사회단체들이 집회에 동참하지 않은 데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였으며, 홍세화씨는 이번 티베트 문제를 “정치적 차원이 아니라 인권문제로 다루어야 하는데, 한국정부가 너무 소극적이다”라고 답변하였다. 한편 오랫동안 가톨릭 국제단체에서 활동하고 돌아온 이성훈씨는 “가톨릭교회가 중국교회 문제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으며, 우리나라 교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천주교회의 소극적 태도를 설명하였다.

운동이란 고통받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

엄기호씨(우리신학연구소 연구위원)는 티베트 문제에 대한 한국천주교회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하면서 “종교간 대화가 뭐냐?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인류의 평화와 인권을 위해 복무하는 데서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 이번 사태야 말로 불교와 연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아쉽다. 교회에서는 늘 고통 받는 이웃과 연대하자고 말하지만 실제적인 일은 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천주교회의 진보적 세력들이 티베트 문제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만약 달라이 라마가 친미적이라는 인상 때문이라면 대단히 유감스럽다. 그렇다면 우리 운동은 반미주의에 매몰되어 망할 것이다. 운동이란 적이 누구인가 하는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고통받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상봉 2008-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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