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현 주교, "선교는 인격적 만남과 친교의 삶"

한국가톨릭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와 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회가 함께 마련한 해외 선교사 교육이 마무리되면서 2일 선교사 파견 미사를 봉헌했다.

이번 29차 해외 선교사 교육은 1월 15일부터 2월 2일까지 3주간 진행했다. 매일 새로운 주제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선교사와 만남, 선교학, 선교 영성과 같은 기본적이고 직접적 주제와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와 만남, 사회교리, 한반도 평화, 성폭력과 그루밍, 문화인류학, 자아성찰과 영적 상담, 한국사, 생태회칙 등 선교지에서 직접 부딪힐 수 있는 문제 그리고 개인적, 공동체적 상황을 이해하고 극복하도록 돕는 내용들로 구성됐다.

교육 중에는 강의뿐 아니라 친교와 나눔, 피정 등 다채로운 시간을 펼쳤다. (사진 제공 =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해외선교사 교육협의회는 1998년 선교회, 수도회, 교구 등 17곳이 함께 발족했다. 1997년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가 해외 선교 준비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식별하기 위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당시 활동하고 있는 선교사 대다수가 언어, 문화 적용 등 준비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현실을 확인한 것이 배경이다. 이후 지속적인 모임과 협력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며 1999년부터 교육을 시작했다.

현재 교육협의회 회장인 남승원 신부(성 골롬반 외방선교회)는 “해외 선교사로서 살아가기 위한 실질적 준비와 해외 선교사 정체성 확립을 위해 선교 목적, 선교에 대한 이해와 자세, 선교 영성 등을 전문가 강의, 나눔, 토론, 현장 방문을 통해 교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교육 이후 해마다 수도자 590명, 사제 122명, 평신도 82명, 총 794명을 파견했다. 올해는 수도자 10명, 사제 6명을 남수단, 멕시코, 베트남,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카자흐스탄, 페루, 프랑스로 파견한다.

교육 프로그램 중에는 이웃종교 체험도 있다. 불교 화계사를 방문한 교육생들. (사진 제공 =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br>
교육 프로그램 중에는 이웃종교 체험도 있다. 불교 화계사를 방문한 교육생들. (사진 제공 = 성 골롬반 외방선교회)

“수업 들으면서 선교사에 대한 인식이 멋있다거나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화적, 종교적 다양성 안에서, 또 심리적이고 영성적으로 지금 나의 모습들을 성찰해 보고 선교라는 것이 특정 현장이 아니라 지금 살고 있는 공동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작은형제회 윤상필 수사)

파견 미사 중에는 한정현 주교(대전교구, 주교회의 해외선교.교포사목위원장)가 수료증을 수여하고 파견할 선교사들에게 강복했다. 교육 참가자들은 선교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있었지만 서로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얻기도 했다면서, 교육을 통해 선교에 대해 체계적인 지식과 태도를 배운 것은 물론, 함께 동반하는 이들을 얻은 기쁨, 하느님께서 함께하는 길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화 수녀(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는 바로 다음 날(3일) 남수단으로 출발한다.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는 이태석 신부의 남수단 선교지에서 13년째 교육 선교 활동을 하고 있고, 이정화 수녀도 이에 동참하기 위해 떠난다. 그는 남수단 학교에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 지원 요청을 받았다면서, “개인적으로 이 교육을 통해 선교의 본질을 배웠다. 무엇보다 교육 선교 안에서 우리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예수 그리스도를 살아가는 사명을 다시 배웠다”며, 특히 이웃종교와 문화를 배우고 직접 만나는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2월 2일 해외선교사 파견 미사. 한정현 주교가 주례한 미사에는 교육생과 각 선교회, 수도회, 교구 손님들이 참여해 함께 축하했다. ⓒ정현진 기자<br>
2월 2일 해외선교사 파견 미사. 한정현 주교가 주례한 미사에는 교육생과 각 선교회, 수도회, 교구 손님들이 참여해 함께 축하했다. ⓒ정현진 기자

정재훈 신부(대구대교구)는 선배 신부들의 제안으로 2월 말 볼리비아로 떠난다. 사제가 된 지 만 3년인 그는 한국에서 더 많이 배우고 또 어쩌면 안정적일지 모르겠지만 하느님의 사람으로서는 내려놓아야 할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정 신부는 제안을 받으면서 줄곧 선교라는 도전 상황이 쉽지 않았지만, 봉사직을 살아가는 사제로서 결국 선택할 것은 주님 종으로서의 자리라고 생각했다면서, “함께 교육받은 분들을 통해 힘을 얻고 때로는 위안을 얻었다. 특히 선배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렇게 살아야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무언가를 내려놓는다기보다, 기도하면서 내어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파견과 축복. ⓒ정현진 기자<br>
파견과 축복. ⓒ정현진 기자

이날 파견 미사를 주례한 한정현 주교는 강론에서 “기도하는 선교사, 가난하고 단순한 삶으로 현지인들과 삶을 함께하는 선교사, 동료들과 친교를 이루며 궁극적으로 그리스도와 만남으로 모든 이를 초대하는 선교사가 되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리스도교의 본질은 ‘선교’라고 강조한 그는 선교의 성과는 선교사 개인 역량이나 계획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어려움 역시 개인의 무력 때문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선교의 본질은 하느님나라를 전하는 일이다. 즉 선교는 어떤 이론이나 기술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는 한 인격과의 만남을 전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인격적 만남, 선교사들이 현지인들과 친교를 맺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가장 훌륭한 선교”라고 말했다.

29차 해외선교사 교육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br>
29차 해외선교사 교육 참가자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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