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위원회 세미나

10일 제42회 인권 주일과 제13회 사회교리 주간을 맞아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사회교리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특히 현 정부의 노동과 환경 정책을 살펴보고 사회교리에 따라 나아갈 방향을 짚었다.

발제자로 나선 김종진 소장(일하는 시민연구소)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노동자의 삶을 파괴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 예로 노동시간 유연화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을 들 수 있다.

지난 3월 정부가 낸 주 최대 69시간 노동 정책이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11월 13일 고용노동부는 ‘근로 시간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주 52시간을 유지하되, 제조와 건설업, 생산직, 보건·의료직, 연구·기술직 등 일부 업종과 직종에서 연장근로 유연화 추진 방침을 냈다. 김종진 소장은 일용직과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많고 업무가 가장 힘든 곳의 노동시간 유연화는 더 취약한 노동자를 장시간 노동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이 내년에는 본격 추진될 것을 예견하며, 이는 “존엄성 상실의 임금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저임금은 실업급여, 산재 보상, 출산과 육아 휴가 시 급여, 상병 수당 등의 기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최저임금 격차로 불평등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봤다.

또한 김 소장은 현 정부가 “자본 중심의 부끄러운 노사관계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6개 경제단체를 만났다. 그는 당시 이들이 요청한 ‘임금 및 인사제도의 성과 중심 개편’, ‘52시간 개선’, ‘노동 개혁, 공권력 집행’,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지난 1년간 구체적 정책으로 실현됐다”고 말했다.

마무리하며 김 소장은 “시장 정의가 사회 정의를 압도할 것 같지만 항상 그렇진 않았다. 시민들은 자본 권력이 아닌 불평등한 노동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이윤을 향유하면서 노동자의 안전을 외면한 기업에 채찍을 가하는 등 권력의 억압과 부당함에 시민적 저항은 변화의 굴곡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어도 움직일 수 없는 정책 유산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각자의 삶이 아니라 불평등한 현실에 함께 책임감을 느끼고 해법을 찾을 시기”라고 강조했다.

12월 10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사회교리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수도자, 평신도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배선영 기자
12월 10일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와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사회교리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수도자, 평신도 100여 명이 참석했다. ⓒ배선영 기자

이어서 이영훈 신부(주교회의 노동사목소위원회 총무, 부산교구 노동사목위원장)가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사회교리 관점으로 분석했다. 이 신부도 김종진 소장과 마찬가지로 노동시간 유연화, 최저임금 차등화, “쉬운 해고로 읽을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인간에게 봉사해야 할 경제가 오히려 인간을 자본의 노예로 전락시키고 있고, 그 중심에 정치가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주노동자에 대해 그는 “우리 사회 필수 구성원, 이웃이자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예수님과 그분의 가족도 난민이었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주노동자가 청년 일자리를 뺏고 있다’, ‘월 100만 원 베이비시터 도입’ 등 가짜뉴스와 인권 침해적 발언, 정책에 대해, 그는 “이주노동자는 현지인이 기피하는 업종에서 일하고 있으며, 우리는 경제발전과 사회 유지를 위해 그들을 ‘초대’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1986년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던 레이건 정부의 문제점을 사회교리 관점에서 정리한 미국 주교회의의 ‘모든 이를 위한 경제정의-가톨릭의 사회적 가르침과 미국 경제에 관한 사목 서한’을 소개했다.

당시 미국 주교회의는 경제 정책의 중심으로 단순 개별 노동자가 아니라 ‘가족의 삶과 안정성’을 강조했다. 또 “가난한 이들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다”, “노동 세계의 구성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정책들 역시 가정생활의 결속과 안정성에 끼치는 영향을 고려해 평가돼야 한다” 등의 원칙을 제시했다.

김정욱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이사장)와 조현철 신부(예수회)는 환경 정책에 관해 발제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원자력 발전소 확대, 환경규제 완화,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며, 앞으로 기후위기 대책으로 탄소중립을 굳건히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철 신부도 한국의 환경정책 점수로 0점을 주고, 정책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 부처가 산업부처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말에 따라, 환경부가 “탄소중립, 순환 경제, 물 산업 등 3대 녹색 신산업”, “5년간 녹색산업 누적 100조 원 수출 달성”을 내세우는 등 환경산업부가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환경부가 일회용품 규제를 철회한 것과 달리, 시민들은 일회용품 규제에 동의(81.4퍼센트)하고, 종이컵과 빨대, 비닐봉지 사용 규제에 대다수 동의한다는 반응을 소개하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상훈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는 ‘지금 사회교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그는 “사회교리를 복음과 삶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현실과 복음을 배우는 지속적 과정으로 이해하고, 생각과 행동의 통합을 실천하도록 생동하는 힘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회교리를, 복음을 실천하는 공동체와 떨어져 있는 이론으로 가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국, 사회교리는 ‘고정된 원칙’이 아니라 신앙인들이 실제로 사회교리를 살면서 ‘식별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한편, 김선태 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는 인권 주일과 사회교리 주간을 맞아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책임이, 특히 그리스도인에게 있다”고 담화를 냈다. 그는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우선적 관심을 두고, 배척과 불평등을 멀리하며 균등한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자의 존엄성과 안전을 더욱 보장하고, 사형제를 폐지하고, “그 어떤 이유를 붙여도 전쟁은 인권을 침해한다”며 대화와 타협으로 남북 간 긴장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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