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료 일주일 전 일방적 계약 해지, "근로자성 인정받고 싶다"
개인사업자 자격에 퇴직금 지급 의무 없어

서울대교구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종합 장례 서비스 기업 ㈜평화누리의 ‘평화상조’ 장례지도사들(의전팀원)이 사측의 부당한 계약 해지와 퇴직금 미지급 문제를 제기하며, 9월부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평화상조’는 2006년 6월, 서울대교구 학교법인 산하 사업체 ㈜평화드림의 본부 형태로 설립됐다. 설립 당시 서울대교구 학교법인은 교회가 투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상조사업을 총괄하고, 수익금은 투명한 회계 절차를 거쳐 공익과 교육, 저소득층을 위한 장례 서비스 무상 지원 등 사회복지기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8년 8월, 평화드림 각 사업본부로 운영됐던 평화상조와 장례식장본부, 장례용품 사업이 통합되면서, ㈜평화누리라는 독자적 사업체로 분리, 종합장례전문기업으로 출범했다.

평화상조에서 평균 8-10년 의전팀으로 일해 왔던 이들은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1년 단위 계약을 이어 왔다. 그러나 올해 2월 말, 재계약을 일주일 앞두고 사측은 팀장급 8명(1개 팀 전원)과 또 다른 팀의 팀장 1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계약해지된 팀장 가운데 반규현 씨는 “저와 저의 동료들은 재계약 일주일을 앞두고 졸지에 실업자가 됐다.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수당을 올리지 않다가. 이번에 수당 10만 원 인상을 요구하자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보인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팀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초 평화상조는 팀원들을 상대로 재계약을 위한 공개입찰을 공지했다. 재계약 금액(건당 수당) 제시 요청에 따라 팀원들은 기존 55만 원에서 65만 원으로 상향 조정해 제시했다. 10만 원 인상 요청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우선 협상으로 선정된 5개 팀이 함께 제시했고, 사측은 이메일을 통해 “기존 금액으로 할 수밖에 없다. 계약 여부를 선택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응하지 않은 팀이 계약 만료일 일주일을 앞두고 계약 해지됐다. 평균 7년 이상 계약 관계를 유지했지만 ‘개인사업자’였으므로 퇴직금을 줄 이유가 없다는 내용도 통보받았다.

이들은 “2018년에도 수당 인상을 요구했다. 그때 회사가 평화드림에서 평화누리로 회사 구조를 바꾸고, 장례식장을 인수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당시에는 그것을 받아들였지만 이후에도 매년 인상을 미뤄 왔다”면서, “비용상 수당 동결이나 외주를 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사업자로서 생계를 위해서는 다른 회사 장례를 할 수도 있는데 이를 막았던 것, 그럼에도 일주일 전에 계약을 해지한 것,  정확한 해지 사유조차 말하지 않는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퇴직금 소송은 돈보다는 지난 시간 직원으로서 일했다는 것을 최소한이라도 확인받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는 형태를 특수고용직(법률상으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이라 한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는 위임, 또는 도급계약에 따라 노동을 제공하고 실적에 따라 임금이 아닌 수당을 받는다. 택배기사, 화물차 운전기사, 대리운전기사, 골프장 캐디, 보험모집인, 학습지 방문교사 등이 이에 속한다. 이번에 계약해지된 이들 역시 평화상조와 특수고용직으로 계약관계를 맺었다.

특수고용직은 퇴직금을 수령할 수 없다고 알고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가능하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근로자성 확인이 필수인데, “직업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했는가”의 여부다. 이는 기본적으로 계약 형식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사용종속관계였는가로 판단한다.

즉,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했지만 직원과 다름없이 업무 지휘, 감독을 받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적용을 받았는가, 근무 시간, 장소 지정 등 구속을 받았는가, 업무에 필요한 비품이나 원자재, 작업도구 등을 근로자가 스스로 소유했는가 아니면 사측에게서 제공받았는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 창출과 손실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가,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 유무와 그 정도 등 그밖의 여러 지표로 근로자성을 가늠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상조회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퇴직금을 수령하도록 한 판례도 이미 있다.

이번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변호를 맡은 이종태 변호사는 “상조업체가 많이 생기면서 직접고용보다는 위탁, 위임계약 등으로 바꾸고 있다. 때문에 장례 서비스 제공이나 의전팀장의 지위가 불안정하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검토해 보면, 중요한 것은 의전팀장들이 하는 업무의 내용, 절차는 계약 형식과 상관없이 직접 고용된 이들과 같았다는 것”이라며, “상조회사 측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당연히 퇴직금 지급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근로자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특수고용직 장례지도사들의 퇴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이 승소한 판례가 있다며, 또 상조업체가 모두 특수고용직으로 고용을 해야만 하는 특별한 상황인 것은 아니고,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가 확인한 결과, 평화상조 의전팀원(장례지도사)들의 업무는 ‘장례진행 관련 운영지침’이라는 문서와 업무에 대한 개별 지시를 통해 모든 절차와 과정, 물품 구입과 사용 등은 본사의 통제를 받았다.

이종태 변호사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평화상조가 여전히 계약 형식을 들어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퇴직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평화상조 관리 담당자에게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 확인과 소송에 대한 입장을 요청했지만 12월 4일 현재까지 답을 받지 못했다. 

계약 해지된 이들은 현재 소송과는 별도로 운영진의 책임과 징계를 요구하며 9월 22일부터 서울 서초동 사옥 앞에서 농성 중이다. 

계약해지된 평화상조 전 의전팀원들은 9월 22일부터 서초동 평화누리 사옥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정현진 기자
계약해지된 평화상조 전 의전팀원들은 9월 22일부터 서초동 평화누리 사옥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정현진 기자

다음은 농성장에서 만난 전 팀원들과의 취재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소송과 별개로 농성을 하고 있다. 시작하면서 관리자들에 대한 책임과 징계를 요구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 지적인가?

아직 동료들이 일하고 있고, 평화상조가 점점 제 모습을 잃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간 관리직들의 문제다. 여기 대표로 오는 신부님들은 본당(성당)에 있다가 왔고 임기를 마치면 또다시 본당으로 갈 사람들이다. 물론 최종결제권을 가지고 있지만 오래 일해 온 중간 관리자의 보고 내용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문제가 있고 입장이 다르면 서로 조금씩 해소하면서 가야 하는데, 일방적이고 극단적으로 처리하니까, 이런 상황이 생긴다. 천주교 신자니까, 이렇게 소송하고 농성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자신도 죄책감이 들고, 주변에서 만류하지만, 기본적으로 존재가 묵살당하는 것에는 참기가 어렵다. 우리는 떠났지만, 아직 동료들이 남아서 일하고 있고 특히 교회가 하는 ‘상조’의 일이 제대로 되기를 바란다. 이번 계약해지 건 외에도 여러 문제의식을 느껴 왔다. 교회를 믿고 계약한 회원들에게도 도리가 아니다.

평화상조가 다른 상조회사와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

평화상조는 다른 상조회사와는 다른 것이 지금까지 거의 모든 장례지도사가 신자였고, 연령회 활동을 한 사람들도 있다. 일을 하면서도 봉사의 성격이 있다. 상주들도 신자들이 많기 때문에 연도나 장례 절차에 함께하는 것이 많고, 그것이 상주들에게 큰 위로이자 장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장례지도사 신자 비율이 줄고 있어서, 함께 호흡을 맞춘 연령회 회원들과도 갈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모두 말하기는 심정적으로 너무 어렵지만, 고용 문제 외에도 평화상조가 처음에 지키고자 했던 것들이 퇴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수당 역시 단순히 적어서가 아니라 같은 계약 형태를 취하는 다른 상조회사와 비교할 때도 불공정하다.

소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다퉈 봐야 하지만,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직원과 똑같이 일을 했다고 말했다. 어떤 일들을 어떻게 했는가?

특수고용직,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계약을 하면 도급계약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예, 모든 것을 우리가 알아서 진행할 수 있도록 넘겨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평화상조 회원이 아닌 다른 업체를 통한 장례는 하지 못하게 했는데, 이것을 사실상 고용된 상황이라고 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평화누리에서 공급하는 물품을 써야 하고, 근무 조건, 관리도 다 사측에서 한다. 회원 유치를 위한 영업도 해야 한다.

신자로서, 오래 일해 온 입장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 이런 상황이 됐지만, 우리는 그동안 평화상조에서 일해 온 사람들이다. 금액이 적든 많든 불만이 있어도 성실하게 꾸준히 일해 왔다. 왜 해고됐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제대로 이유를 알려 줬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계약 해지 이유는 실적이나 해사행위 등을 따지는데 그것도 아니다. 적어도 운영지침에 해당되는 (일방적)해지 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교회가 말하는 공정과 정의라는 게, 교회 사업장에서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다. 이러면서 노동의 가치를 가르친다면 이상한 것 아닌가.

평화상조가 생길 때, 여러 목적이 있었지만 그중에 선교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신자인 사람들이 자기 신앙 때문에 힘들어한다. 이익금으로 교회 유지, 목적사업 하는 것도 다 좋다. 그런데 문제는 이 목적을 위한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높은 수당, 특별한 대우가 아니다. 법이 정한 대로, 교회가 해야 하는 바대로 하라는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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