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종단 노조법 2,3조 개정안 온전한 통과 위한 단식과 기도 나서

11월 16일, 3대 종단 종교인들이 노조법 2,3조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막기 위해 합동기도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11월 16일, 3대 종단 종교인들이 노조법 2,3조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을 막기 위해 합동기도회를 열었다. ⓒ정현진 기자

노조법 2, 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 지 20년 만이다.

개정안은 올해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위에서 통과된 뒤, 국민의힘 반대로 지난한 과정을 거쳐 11월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이에 대해 재계를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와 종교계, 시민사회계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한다”며, 법률 개정을 촉구하고 있으며,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단은 11월 13일부터 단식 농성과 기도회를 이어오고 있다. 11월 16일에는 3대 종단이 합동 기도회를 열고, 거부권 없는 법 개정을 기원했다.

“두산이 해도 너무한다. 해고자 18명, 징계자 90명 정도 재산가압류, 급여가압류 노동조합 말살 악랄한 정책에 우리가 여기서 밀려난다면 전사원의 고용은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중략) 이제 이틀 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을 것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고 배달호 열사 유서 중)

2003년 1월 9일, 두산중공업 노조원 배달호 씨가 분신해 숨졌다.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1000여 명이 해고된 것에 대한 노조의 저항에 사측이 노조 간부를 상대로 65억 원의 손배가압류를 단행한 것이 원인이었다.

그로부터 한진중공업 김주익과 곽재규, 최강서가 같은 이유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기업의 노조에 대한 살인적 손배소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쌍용차, 유성기업, 현대차, 기아차.... 가장 최근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에 대한 470억 손배소까지. 지난 30여 년간 파업, 농성, 심지어 노동절 행사 참여 등을 이유로 기업이 노조에 청구한 손배소액은 3160억 원에 달한다.

노조법 2, 3조의 개정 내용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의 확대”, 그리고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범위 제한”이다.

현행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만 사용자로 보지만, 개정안은 “실질적, 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자”도 사용자로 규정함으로써 ‘원청 사용자’에 대해 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가 단체교섭 할 수 있다. 또 현행법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노사가 서로 주장하는 근로 조건이 일치되지 않았을 때 발생한 분쟁만 노동쟁의로 봤기 때문에 그 외 상황에서 발생한 노동쟁의가 “불법”으로 규정된 반면, 개정안은 “이미 확정된 근로조건의 변동, 이행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해 노사 간 주장이 일치되지 않은 경우까지 노동쟁의”로 규정했다.

또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구체화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사용자가 조합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책임 범위를 제한하고, 신원보증인의 손해배상책임도 면제했다.

광화문 감리교본부(동화면세점) 앞 단식농성장. 첫날은 경찰의 방해로 천막조차 치지 못한채 노숙 농성을 했다. ⓒ정현진 기자
광화문 감리교본부(동화면세점) 앞 단식농성장. 첫날은 경찰의 방해로 천막조차 치지 못한채 노숙 농성을 했다. ⓒ정현진 기자

16일 3대 종단 합동 기도회에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참석했다. 노동사목위원장 김시몬 신부는 말씀의 전례에 앞서, “우리 외침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기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노조법은 우리 모두 일을 해야 하고, 안전하게 알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모든 가족이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하느님께서 바라는 것이 바로 모든 이의 행복한 삶”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노동자의 요구는 나쁜 것이 아니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그들을 얼마나 궁지로 몰았는지 뉘우치지 못하고 타인을 탓하는 것이 무엇보다 답답한 일”이라며, “남의 탓만 하는 사회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은 울타리 안에 갇혀 사는 것이 아니라 울타리를 걷어 내고 다 같이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신부는 대통령이 정말 법과 질서, 민생을 생각한다면, 법률 개정이 상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법 개정을 위한 노력에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기도와 연대 발언에 나선 정진우 목사는 법에 대한 전문적 식견도 없는 목사로서 다만 아는 것은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에 긴장과 갈등이 있고, 그것을 조정하기 위해서 노동법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국민 상식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정 목사는 “그러나 그 상식선에서 20년 전 배달호 형제의 죽음,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에게 부과된 470억 손배금액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법을 모르더라도 사람 사는 세상에서 이건 아니다. 노동법 이전에 상식이 무너진 세상이 어떻게 지속가능하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진정 민생을 생각한다면, 단식농성하는 이 자리에 와서 조언을 구해야 하고, 단식을 풀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나라도 살고, 노동자도 함께 사는 길이 열릴 것이며, 그것이 성경에서 이르는 평화”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3일부터 노숙 단식농성 중인 남재영 목사는 “목사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단식기도뿐이었다. 그동안 봐온 대한민국 비정규직은 아무리 밀어도 꿈쩍하지 않는 벽을 밀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며,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종교인이기 때문에 저 벽이 문으로 열릴 날이 올 것이라고 했지만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소를 보며 ‘살의’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기업이 “돈으로 너희를 죽이겠다”는 살의를 느끼면서, 그런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히 통용되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며, “이는 문명사회가 아니라 야만, 야수의 사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법 2, 3조 개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고, 오히려 미흡하고, 외국과 비교했을 때, 퇴행한 내용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 법이 통과되면 어디서도 호소할 곳이 없었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하나의 고비를 넘는 셈”이라고 말했다.

대한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법정 스님은 그동안 손배소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은 명백하게 사회적 타살을 당한 것이라며, 정부와 여당에 “거부권을 입에 올리는 것은 노동자의 삶과 현장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민생에 더 가까이 가겠다면, 노동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 과도한 손배소에 죽는 노동자와 그 가족, 진짜 사장이 나오지 않아 교섭하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찾아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법정 스님은 “국민 대부분이 노동자고 그 가족”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지킬 수 있는 이 법을 즉시 공포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 순방 일정 중에 있으며, 귀국 뒤 노조법에 대한 거부권 여부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 단식 농성과 기도회는 노조법이 완전히 공포될 때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종단별로 매일 오후 5시 30분 광화문 감리교본부(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다.

이날 기도회에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가 함께 기도회를 열었으며, 종단별 기도회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정현진 기자
이날 기도회에는 천주교, 개신교, 불교가 함께 기도회를 열었으며, 종단별 기도회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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