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종,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

세계 가난한 이의 날 포스터. (이미지 출처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세계 가난한 이의 날 포스터. (이미지 출처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누구든 가난한 이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라”(토빗 4,7).

11월 19일 제7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아 프란치스코 교종이 담화를 내고,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자선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종은 “풍족한 생활양식을 택하라는 압박이 커지는 반면,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는 무시당하곤 한다.... 우리는 불쾌하거나 고통을 초래하는 것은 모두 무시하는 반면, 신체적 특질을 삶의 우선 목표인 양 찬양한다”고 지적했다. 또 “가상현실이 실제 삶의 자리를 차지하고 점점 더 쉽게 두 세계가 하나로 합쳐진다”며 “가난한 이들은 영화의 한 장면이 되지만, 우리는 그들을 거리에서 마주친다면 성가셔하며 외면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금을 내는 것도 관대한 행위지만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은 자선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난을 이야기할 때 “통계와 숫자라는 수준에 머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경고하며, “가난한 이는 인격체로서 얼굴, 이야기, 마음과 영혼을 갖고 있고, 우리 형제자매이므로 한 사람 한 사람과 인격적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교종은 “우리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그리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무슨 일을 하든지 현실적이고 실질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눔은 단지 남아도는 물건들을 처리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되고 구체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들은 초인적 영웅이 아니라 ‘이웃집 사람’, 곧 묵묵히 가난한 이들 가운데 하나가 되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그들은 경청하고, 관계를 맺으며, 가난한 이들의 처지와 원인을 이해하고 대처하고자 노력한다고 칭송했다.

또한 정치 지도자와 국회의원의 “진지하고 효과적인 헌신”을 강조하면서도, “모든 것을 ‘위로부터’ 받으려고 수동적으로 기다린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빈곤 속에 사는 이들 또한 변화와 책임의 과정에 참여하고 동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종은 전쟁, 투기로 인해 생긴 가난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형태의 투기”가 극적인 물가 급등을 일으켜 왔다고 지적했다. 또 젊은이에게 가난의 영향이 더 두드러진다며, “자신을 ‘낙오된 패배자’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도록 부추기는 문화”가 좌절과 자살을 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자신을 믿고 너그러운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돕자고 당부했다.

교종은 노동계 안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수많은 노동자에게 가하는 비인간적 대우, 노동에 대한 부적합한 대가, 고용 불안이라는 참상, 그리고 때로는 안전한 일터보다 즉각적 이익을 선택하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과도한 재해 관련 사망자 수 등에 대해 말하고, "노동이 ‘인간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인간이 ‘노동을 위하여’ 있는 것은 아님"을 다시 한번 상기했다.

2016년 11월 ‘자비의 희년’을 폐막하면서, 프란치스코 교종은 연중 제33주일로 ‘세계 가난한 이의 날’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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