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지도자들이 강경할수록, 남는 것은 대결"

27일 한국전쟁 정전 협정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주관한 이 미사는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주교(의정부교구장)를 비롯한 주교단과 사제들이 공동 집전했다. 또 교종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이 참석해 프란치스코 교종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기헌 주교는 강론에서 “우리 역사에서 가련하고 슬픈 일이 많았지만, 무엇보다 애통한 일은 한 형제인 남과 북이 원수가 돼 3년간 참혹한 싸움을 벌이고 말할 수 없는 희생을 치른 6.25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화를 위해 남과 북은 우리 민족이 안고 있는 가장 무거운 걸림돌이자 족쇄인 ‘적대감’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정권 들어 대북정책 기조가 바뀐 것을 이야기하며, “남북 간 ‘대화와 교류’에 중점을 두었던 대북정책이 북한을 강하게 몰아붙이는 방향으로 변해, 한반도에는 지금 차갑고 매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북한 또한 정신없이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지도자들이 강경해질수록, 남는 것은 대결뿐이고, 국민은 전쟁의 그림자로 불안에 떨게 된다”고 우려했다.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 협정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배선영 기자<br>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 협정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배선영 기자

그는 지난 2018년 “따뜻한 평화의 바람이 불다”가 2019년 북미정상회담인 “‘하노이 노딜’이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며, “당시 평화의 여정이 참 힘들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를 가로막는 것은 남북 간 이해충돌이나 대화 부족만이 아니라, 한반도 문제를 자국 이익에 이용하려는 주변 강대국들 때문이라는 사실을 역사로 경험했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애써야 하는 장본인은 미국도 중국도 아닌 우리 민족이다. 남과 북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자신이 겪은 6.25 전쟁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1947년 평양에서 태어난 그는, “우리 가족은 북한 공산 정권의 교묘한 종교 말살 정책으로 고통을 겪었다. 평양교구 성직자들이 잡혀가고 신앙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피난 왔고, 그 과정에서 두 누나가 내려오지 못해 이산가족이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사제가 될 때쯤이면 통일이 돼 평양교구에서 소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신학교 입학 때 평양교구를 선택했고, 사제가 되고 펼친 민족화해위원회 활동은 소명이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기헌 주교는 대결의 먹구름이 아닌 평화의 바람이 다시 불도록, 그리고 남북 지도자를 위해 기도했다. 그는 “우리 교회부터 먼저 ‘형제애’를 살아가며 전파하고, 이웃의 아픔에 함께 ‘눈물’을 흘리며, 서로에게 온화한 ‘미소’를 짓는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종 강복 메시지를 낭독하는 유흥식 추기경. (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br>
프란치스코 교종 강복 메시지를 낭독하는 유흥식 추기경. (사진 제공 =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이어 휴가차 한국에 돌아온 유흥식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종의 강복 메시지를 낭독했다. 교종은 “정전 협정 기념이 적대 행위 중단만이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화해, 형제애, 화합의 밝은 미래까지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한국인이 평화의 ‘예언자’가 되도록 격려했다.

교종 메시지에 덧붙여 그는 교종이 북한 방문 의지를 여러 경로로 수차례 전했다면서 북한의 공식 초청으로 북한 방문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유 추기경 자신도 평화의 사도로 기꺼이 교종의 북한 방문을 준비하고, 북한에 파견돼 우리 민족의 평화와 안녕이 이뤄지길 바란다며, “저의 소망을 북한 당국 책임자에게 간곡히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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