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센터 주최, 여름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 참가 후기

지난 7월 9일부터 14일까지 로마에 있는 레이 센터(Lay Center)에서 평신도 청년을 위한 리더십 연수 과정 ‘Summer Leadership Development Program’(여름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레이 센터는 평신도 양성과 교회와 세계 안에서 평신도 소명을 증진하기 위해 1986년 설립한 기관이다. 학업과 연구를 위해 로마를 방문한 평신도들에게 다양한 양성 프로그램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여름 리더십 과정은 더 다양한 젊은이들을 센터로 초대하고자 올해 처음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은 경력 초기 단계에 있는 평신도 젊은이들이 자기 이해를 통해 참된 리더십 자질을 성찰함으로써, 자신과 공동체가 더불어 성장하는 길을 모색하는 과정으로 기획되었다. 11개국 청년 20명이 참가했고, 영어로 진행했다. 일주일 동안 레티 가르시아 교수(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진행으로 리더십의 확장된 의미를 이해하고, 각자의 삶을 이력서 넘어 하나의 이야기로 표현하며, 자기 이해를 통해 공동체에 봉사하는 리더십 가능성을 발견하는 큰 흐름으로 이어졌다. 더불어 곳곳에는 여러 수도자와 학자의 강의를 듣고, 그리스도인이자 평신도로서 청년들이 속한 고유한 맥락 안에서 리더십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첫 세션은 필리페 도밍게스(센터 부소장) 박사가 ‘오늘날 가톨릭교회에서 평신도 리더십의 맥락’이라는 주제로 시작했다. 모든 프로그램에 앞서 교회헌장 제31-38항 내용을 중심으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평신도에게 부여한 고유한 소명과 역할을 확인했다. 그는 지난해 3월 반포한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를 언급하며,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교회 안에서 공동체와 조직을 이끄는 직무에 봉사하는 리더로 더 많은 평신도를 초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복음을 선포하여라'는 교황청 부서장에 추기경이나 주교가 임명돼야 한다고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전통적으로 고위 성직자가 맡아 온 그 자리에 남녀 평신도가 임명될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실제로 2018년 교황청 '홍보를 위한 부서' 장으로 이탈리아 언론인 파올로 루피니가 임명되어, 이미 주요 부서 장관으로는 최초로 평신도 부서장이 탄생했다. 그 뒤에도 잇따라 남녀 평신도들이 여러 부서를 책임지는 직무에 임명되고 있다.

연수는 참가자들의 나눔과 토론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사진 출처 =&nbsp;Lay Center)<br>
연수는 참가자들의 나눔과 토론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사진 출처 = Lay Center)

교회 안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평신도 청년들을 위한 리더십 개발을 이번 주제로 한 것 역시 평신도들을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참여로 이끄는 오늘날 가톨릭교회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발간한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관한 글을 주요 강의 자료로 삼고 있음에도, 프로그램은 본질적으로 또한 어디까지나 교회적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리더십 개발'이 리더가 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교회 공동체에 더 잘 봉사하기 위하여 리더십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리더십을 무리를 다스리거나 이끄는 리더의 자질이라고 좁게 이해하고 있던 데서, 세상에는 다양한 리더십 모델이 있으며 어떤 리더도 완벽할 수 없다는 걸 배우는 과정은 리더십에 관한 이해를 확장하는 시간이었다. 자기 이해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과 한계를 인식하고, 구성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음으로써 그 안에서 서로를 지지하고 도우며,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공동체에 봉사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모색하는 기회기도 했다. 이는 흔히 서번트 리더십, 진정성 리더십이라고 부르지만, 이번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시노달리타스(함께 걷기) 여정을 시작한 교회를 위한 새로운 리더의 자질이라는 의미로 ‘시노달 리더십’이라고 즐겨 불렀다.

평신도가 지도자가 되어 교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성직자들과 협력하여 교회를 이끌어 나가는 과정은,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서로 경청하며,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서 분명 의미 있고 유효한 발걸음이다. 성직자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평신도는 이를 그저 따랐던 것이 가톨릭교회의 오랜 문화이며 관습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평신도가 리더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리더가 되는가’가 아닐까? 평신도 리더가 기존의 성직주의 문화에서 성직자가 해 왔던 리더의 모습과 역할을 단순히 대체하거나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면 진정한 변혁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이냐시오 성인의 집무실이 보존된 제수 성당에 현장 학습을 다녀왔다.&nbsp;(사진 출처 =&nbsp;Lay Center)<br>
이냐시오 성인의 집무실이 보존된 제수 성당에 현장 학습을 다녀왔다. (사진 출처 = Lay Center)

프로그램은 오는 10월 본회의를 앞둔 세계주교시노드 사무국장 나탈리 베카르 수녀와의 만남으로 마무리되었다. 베카르 수녀의 나눔 역시 초점은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함께 걷는 교회를 위한 ‘시노달 리더’는 어떤 리더여야 하는가에 있었다. 여성이나 청년이 교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평신도가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자체가 핵심이 아니다. 물론 다양한 구성원의 참여는 그 자체로 함께 가는 여정을 풍요롭게 할 것이나, ‘누가’ 지도자가 되는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어떻게’ 상호 경청을 통한 진정한 협력이라는 시노드 정신에 기초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얘기를 진심으로 듣는 것, 대화에 평등하게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노드 정신은 나탈리 베카르 수녀가 맡은 두 시간 세션에도 반영되었다. 이번 주교 시노드의 의미와 배경을 소개한 뒤, 그는 소그룹으로 나누어 각자 시노달 리더 모델에 관하여 성찰하고 식별하는 영적 대화를 진행하도록 초대하였다. 한편으로는 다가오는 본회의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앞서면서도, 참가자들 모두가 대화에 평등하게 참여하고 서로에게 배움으로써 함께 성령의 말씀을 식별하는 시간을 체험해 보길 바라는 페다고지가 참 시노드적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매일매일 진행하는 수업과 토론, 현장 학습 그리고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친교 시간으로 순식간에 지나버린 일주일 안에, 대단한 리더십의 가능성을 발견하거나 개발하였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교회 기관에 일하는 평신도 협력자로서 나의 역할과 소명이 그저 내가 일하는 수도회나 함께 일하는 성직자를 돕는 것을 넘어,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걷는 보편 교회 안에서 대화를 통한 변혁이라는 큰 움직임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걸 여러모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평신도 청년과의 교류는 프로그램이 마련한 가장 귀한 만남이었다.&nbsp;(사진 출처 =&nbsp;Lay Center)<br>
전 세계에서 모인 평신도 청년과의 교류는 프로그램이 마련한 가장 귀한 만남이었다. (사진 출처 = Lay Center)

더불어 교황청립 학교에서 공부하기 위해 로마에 유학한 국제 학생들, 바티칸의 여러 기관에서 일하는 젊은 전문가들과 함께 짧게나마 평신도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체험할 수 있었던 것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레이 센터가 운영하는 많은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평신도 청년들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생활이다. 지금도 센터에서 살며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오랫동안 영성을 가르쳐 온 도나 오르수토 교수는 센터 설립자 중 한 명으로, 평신도들에게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평신도만의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는 레이 센터를 시작한 이유가 되었다. 그래서 센터 입주 조건은 수도자나 성직자가 아니어야 하는 것이다.

콜로세움을 바로 이웃한 로마 도심에서, 넓고 고요한 정원을 지닌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큰 혜택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동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기에 레이 센터에서의 생활은 특별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단지 일주일을 머물렀다 떠나는 방문자들을 위해 센터에서 거주하며 지내 온 친구들이 보여 준 태도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공동체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환대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넘치는 환대는 나는 다른 이들을 충분히 환대하고 있는지 묻게 했다.

정다빈(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으로 일하며,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