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출처 = RNS)

베네딕토 16세 교종이 선종한 뒤 그의 유언 집행인에 따르면, 현재 살아 있는 그의 친척들이 유산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들 가운데 아무도 그 돈에 손대고 싶지 않은 것 같다.

베네딕토 16세에게는 살아 있는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사촌 5명이 있다. 그들 가운데 1명은 이미 유산 상속을 거절했고, 나머지 4명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들이 똑똑하다면, 마찬가지로 거절할 것이다.

문제는 이렇다. 유산을 받겠다고 하면 그 상속자는 독일 유산법에 따라 고인에게 제기된 모든 법적 소송도 떠맡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독일인 요제프 라칭거는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직자 성 학대 사건 가운데 하나에서 피고인이다.

마르티나 홀칭거는 예상치 못한 유산을 거절한 사촌의 딸이자 법적 후견인이다. 그녀는 “우리는 이런 유산을 받으리라 예상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것 없이도 지금도 잘살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에 은퇴했던 베네딕토 16세, 즉 요제프 라칭거가 2022년 12월 31일 95살 나이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오랜 비서로 유언장 집행인이 된 게오르크 겐스바인 대주교는 지체 없이 사촌들을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는 바티칸 전문기자 사이에서는 “멋진 조지”, 즉 조지 클루니의 닮은꼴로 불린다.

유산으로 얼마를 받을지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생전에 라칭거의 명성을 떨어트렸던 추문을 상속자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홀칭거는 <바바리아 라디오>에 “내가 (보상금으로) 얼마나 줘야 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몸에 오한이 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베네딕토 16세의 이 문제는 1980년에 시작됐다. 당시 그는 독일 뮌헨 대교구장이었는데, 에센 교구의 페터 훌러만 신부가 뮌헨 대교구로 전출돼 왔다. 훌러만 신부는 에센 교구에서 8건 아동 성 학대 혐의가 있었는데, 뮌헨 대교구는 이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신자들은 이 사실을 통보받지 못했다.

당시 가톨릭교회에서 하던 대로, 훌러만 신부는 얼마간 치료를 받은 뒤, 뮌헨 근처의 한 일반 직무에 배정됐다. 그의 과거 문제에 대해서는 (신자들에게)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또다시 미성년자들을 접촉할 수 있었고, 1986년에 그는 소년 11명을 성 학대한 혐의로 지방 법원에서 18개월 형에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가르힝 안 더 알츠로 보내졌다. 오스트리아 국경 근처였는데, 그는 여기에서도 성 학대를 계속했다. 2008년, 그는 또다시 바트 퇼츠로 전임됐다. 뮌헨 남쪽에 있는 온천 마을이었다. 그리고 2010년 그는 사제 직무를 정직당했고 마침내 2022년에 성직을 박탈당했다.

베네딕토 16세가 뮌헨 대교구장 시절 훌러만의 비행을 알면서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다른 데로 전출시켰다는 주장이 가끔 불거지기는 했지만, 그는 당시 훌러만이 성 학대 범인이란 걸 몰랐다고 부인했다. 그러다가 2022년 1월, 뮌헨 대교구는 과거 대교구 안에서의 모든 성학대 사건을 조사한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라칭거 대주교는 훌러만을 다른 곳으로 전출시키는 문제를 논의한 한 회의에 참석했으며 전출 조치를 승인했었다.

이 보고서는 라칭거 대주교가 보고서를 작성한 조사관들에게 거짓말을 한 듯하다고 규탄했다. 조사관들은 라칭거 대주교가 모두 4건 성학대 사건에서 적절히 행동하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역자 주: 보고서는 그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라칭거의 진술, 그리고 그가 실제로는 참석한 정황을 담은 대교구 문서를 함께 담았다.)

그리고 며칠 뒤, 베네딕토 16세의 개인 비서인 겐스바인 대주교는 베네딕토 전임 교종이 당시 그 회의에 참석한 것을 지금은(역자 주: 진술서를 쓸 때 포함) 기억한다면서, "진술서 편집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책임을 돌렸다. (역자 주: 당시 진술서 작성과 제출을 대리한 독일인 변호사 2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편집 과정에서 글을 다듬으면서 실수로 "not"을 집어넣었다고 사죄했다. 즉 원래 베네딕토 교종은 "참석했다"고 썼는데, 자신들이 "참석하지 않았다"라고 잘못 고쳐 뮌헨 대교구에 보냈다는 것이었다.)

대성당 종탑을 뒤로 한 채, 훗날 베네딕토 16세가 되는 요제프 라칭거 대주교가 교종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임명돼 로마로 떠나면서, 뮌헨에서 바바리아 지방 신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뮌헨 대교구 보고서가 나온 뒤, 교종청은 2022년 1월 26일 베네딕토 교종이 성직자에게 당한 성 학대에 맞서 싸워 왔다고 옹호하며, "쉽게 희생양을 찾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1982년 2월 28일) (사진 출처 = RNS)
대성당 종탑을 뒤로 한 채, 훗날 베네딕토 16세가 되는 요제프 라칭거 대주교가 교종청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임명돼 로마로 떠나면서, 뮌헨에서 바바리아 지방 신자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뮌헨 대교구 보고서가 나온 뒤, 교종청은 2022년 1월 26일 베네딕토 교종이 성직자에게 당한 성 학대에 맞서 싸워 왔다고 옹호하며, "쉽게 희생양을 찾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1982년 2월 28일) (사진 출처 = RNS)

베네딕토 교종이 세상을 떠나고 2달이 지난 뒤, <바바리아 라디오>는 라칭거가 1982년에 (교종청 신앙교리성 장관이 되어) 로마로 간 뒤에도 훌러만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

라칭거 장관은 1986년에 편지를 써서 교종청이 알코올중독자인 훌러만 신부가 포도주 대신에 포도 주스로 미사를 집전하게 허가를 내주도록 했다.

이렇듯 사건이 드러나는 가운데, 이제는 39살이 된 안드레아스 페르가 자신이 1990년대에 가르힝 안 더 알츠에서 훌러만에게 성 학대를 당했다고 공개하고 나섰다.

형사 사건으로는 이미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페르는 (가해자들의) 상속인들에게 5만 유로, 그리고 뮌헨 대교구에는 30만 유로를 보상금으로 달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또한 자기가 그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후유증과 비용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소장에서 자신은 당시 당한 성 학대 상처 때문에 “악몽, 환각 재현, 대인기피증” 등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딕토 16세가 2013년에 교종직을 사퇴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복잡한 상황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종이 현직으로 선종하면 그의 모든 소유는 가톨릭교회의 중앙정부인 교종청에 귀속된다.

이탈리아인들이 부르던 이름으로 “파파 라칭거”는 생전에 책을 많이 썼는데, 여기에서 나오는 인세와 저작권료가 있었다. 그는 또한 신학 교수로서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월급을 받았다. 또한 뮌헨 대교구장 시절에 상당한 급료도 받았다.

겐스바인 대주교는 라칭거의 사촌들에게 보낸 첫 서한에서 그가 유산으로 남긴 액수가 얼마이며 유산을 받을 사촌이 몇 명인지 밝히지 않았다. 그는 또한 저작권료와 개인 물품은 사촌들이 받을 유산에 포함되지 않다고 명시했다.

그는 지난 3월 기자들에게 사촌은 모두 5명이며, 그들은 “은행 계좌에 아직 있을 수도 있는 것”을 상속하게 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그 말은 그 금액이 소액이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소송에 이어 내야 할 비용이 얼마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게다가 뮌헨 대교구가 “원고가 겪은 고통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용의가 있으며, “추가로 제기되는 모든 피해에 대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이 유산 상속 문제는 더 복잡하게 됐다.

라칭거의 친척 중 처음 자신이 친척이라고 밝힌 홀칭거는 이 유산 건에 대해 “꼭 영화 속 이야기 같다”면서 황당한 모습이었다.

“나는 학교에서 일하고 있어서 아이들은 내게 아주 소중하다. 이번 일들이 다 잘 해결되고 모든 원고가 각자의 권리대로 보상받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기사 원문: https://religionnews.com/2023/06/09/pope-benedict-xvis-cousins-stand-to-inherit-his-money-none-of-them-want-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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