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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사진으로 만나는 거룩한 식탁수도원 전례에서 5일장까지” 아우르는 사진전 열려...
   

지난 4월 7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중림동에 있는 가톨릭화랑에서 “지상의 식탁”이라는 주제로 사진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사뭇 색다를 것 같은 수도원의 성찬례와 장터의 풍경이 뚜렷하게 성체의 의미를 각인시키는 이 전시회를 마련한 주인공은 한국순교복자수도회의 김선규(프란치스꼬) 수사다.

이미 경향신문과 평화신문 등에 소개된 바 있었지만, 저녁무렵이라 그런지 전시장은 다소 한산한 편이었다. 수도원의 성찬례나 요즘 시골 장터가 사람들 벅적이는 인기 있는 공간이 아니고 보면, 오히려 전시장의 사진들은 저마다 적막한 가운데 관상에 젖어있는 풍광을 자아낸다. 수도원의 전례를 8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 왔던 김선규 수사의 사진은 먹빛이다. 검은 수도복을 걸치고 작은 성당에 모인 수도자들이 성체를 쪼개어 나눔으로써 세상의 먹이로 오신 예수의 삶과 죽음을 기념하는 것이다. 여기서 제대란 김수사의 말마따나 “식탁에서 이루어지는 은총이며 또 다른 사람들에게 흘러갈 사랑”이다. 그래서 성찬례는 예수의 사랑을 이 세상에서 들어 올리는 거룩한 상징이 된다.

그 거룩한 생명의 식탁이 다시금 장터로 흘러가 사뭇 다른 생동감으로 펼쳐진다. 김수사가 4년 동안 쫓아다니며 찍었다는 임실, 무주, 진안, 봉화...의 장터는 먹을거리를 들고 나온 노인들의 표정과 달리 싱싱하다. 그들은 살아 있으며 저마다 인생역정이 선사한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주름살 만큼 움푹하게 느끼게 한다.

김수사는 한 컷의 사진을 위해 새벽부터 해질녘 파장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야채를 내어놓은 그들과 입담을 나누고 너스레를 떨고 함께 시간을 즐겼다. 그 와중에 그네들 코앞에서 손목을 건네듯 담아 올린 사진들이다.

   

 

 

 

 

 

 

 

 

 

 

그는 사진전을 열면서 이렇게 썼다.

“때로는 노모의 시장바구니에서 사랑을 보았고,
깊게 패인 주름은 나의 삶을 반성하게 하였다.
도회지에 나가 있는 자녀들의 안녕을 걱정하는
주름진 얼굴에서 애틋한 사랑을 체험했고,
가족들에게 건강한 식탁을 마련하기 위해 신선함을 찾는 주부들이 눈에서...
큰 보자기에 담아온 야채들을 팔기 위해 손님을 기다리는 노모의 눈에서...
생계를 위해 장마다 떠돌아 다녀야 하는 삶의 고됨 속에서...
희망과 행복을 위해 다음 장을 준지하는 상인들의 손에서...
추운 날씨에 두 손을 비비며 호호 입김을 부는 입술에서...
파장(罷場)하면서 땅바닥에 차려진 김치조각과 막걸리 한잔의
풍족한 주안상에서...
기쁨과 행복, 사랑과 나눔을 보았다.”

   

   

   


김선규 수사는 “사랑의 힘으로 그 고된 삶에 행복이라는 꽃을 피운 꽃향기가 오히려 양심성찰을 하게 하였다”고 말한다. 장터의 고된 삶의 현장에 드리워진 인간애가 하느님을 체험하게 만들고, 그 사랑을 위해 일하는 장터 사람들의 작은 손짓은 마치 하느님께 예배드리는 작은 전례라는 것이다. 전시회 끝자리에 배치한 돌담 사이에 핀 제비꽃 한 송이를 보며 소화 데레사를 묵상하였다고 한다. 데레사 성녀처럼 일상에서 거룩함을 찾아가는 길이 이 전시회를 통하여 드러나는 것 같다.

   

/한상봉 200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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