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올바르지 않는 ‘외국인 저임금 육아 도우미’ 정책

이 글은 <가톨릭평론> 38호(2022년 겨울), '평화, 인권, 공존 - 이주민의 곁' 코너에 실린 글입니다.

서울 성북구 소재 라파엘센터에서는 매주 일요일 ‘이주민을 위한 무료법률상담’ 부스가 열린다. 이주노동자 무료 진료소인 라파엘클리닉에 방문한 이주노동자들이 법률적인 이슈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물어볼 수 있도록, 진료소 한 켠에 이주민센터 ‘친구’가 마련한 작은 공간이다.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진료 대기를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는 틈을 비집고 한 중년 여성이 부스 앞 간이의자에 앉았다. “어떤 큰 회사 사장님의 집에서 10년 넘게 아이를 돌봤는데 한순간에 쫓겨나게 되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나온 것이 억울하다. 10년 넘게 일했는데 퇴직금도 못 받았다. 이게 말이 되나?” 이분은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부터 학교에 다닐 때까지 입주 육아 도우미로서 아이를 먹이고 놀아 주고 중국어와 수학을 가르쳐 줬지만, 한편으로는 비정규 노동자로서 언제든 쫓겨날 수 있는 처지였다.

돌봄노동을 하는 이주여성은 여러 측면에서 어려움을 갖고 있다. 가정 내 피고용자로서 돌봄노동자들이 처한 사각지대, 이주노동자로서 취업활동에 대한 좁은 문과 언어·문화적 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한 불이익, 여성 노동자로서 일터에서 겪는 각종 성적 학대와 착취 등 교차적 차별에 놓인 대표적 사례다. 입주 육아 도우미, 간병인 등 돌봄노동을 하는 사람은 빠르게 이주노동자로 대체되어 왔다.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대개 그렇듯, 내국인이 피하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자리를 더욱 열악하게 만들 정책이 서울시, 국무회의 등에서 논의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외국인 육아 도우미’ 건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9월 27일 국무회의에서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정책을 건의했다. 그는 서울의 합계 출산율이 0.63이므로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도입한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제도를 한국에서도 도입한 다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양육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엄마, 아빠가 낳아서 사회가 함께 기르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적었다. 이어 “한국에서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려면 월 200만-300만 원이 드는데,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 도우미는 월 38만-76만 원 수준”이라고 했다. 24시간 내내 아동을 양육하는 노동의 대가를 대폭 할인함과 동시에 양육을 사회적으로 존중받도록 하는 것은 양립할 수 있는 목표일까?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24일 한 언론이 ‘정부가 외국인 도우미 도입을 미적댄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자 가사 서비스 분야 저임금 외국인력 도입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부가 제시한 우려는 내국인 중·고령 여성 일자리 잠식 및 근로조건 저하, 저임금으로 인한 외국인력 이탈 등이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관점뿐 아니라 가사 이주노동자의 입장에서도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정책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돌봄노동을 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는 여러 문제에 봉착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6년 ‘이주 가사노동자 보호’라는 연구에서 이주 노동자가 성별·인종·민족·출신국가 및 사회적 지위에 따른 불평등으로 인해 임금체불, 장시간 노동, 직접 계약 원칙의 위반, 여권 압수,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자유의 침해, 굴욕적인 대우와 폭력, 강제 노동 및 노동 착취를 위한 인신매매 등 인권침해적 상황에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미지 출처 = Pexels)

가사 이주노동자의 실태 및 현황

가사노동자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다. 그러나 가사노동자의 영역은 ‘집 안’이라는 가부장제하 불가침의 성역 속에 존재해 인권과 노동권의 사각지대로 부당대우, 부당한 착취, 폭력과 성적 학대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ILO는 2011년 이미 전 세계에 1억 명 이상의 가사노동자들이 존재하며, 그중 82퍼센트가 여성이고 다수가 이주노동자 또는 아동이라고 조사했다.

가사노동자는 노동자로 취급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단서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에 관해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해, 가사노동자가 이 법에 따라 임금체불로 인한 구제를 받거나 직장 내 괴롭힘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저임금법 제3조 제1항도 같은 규정을 두어, 가사 사용인에 대한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4호 역시, 가구 내 고용활동을 적용 제외 사업으로 명시하고 있어, 가사노동자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도 못해 일하다 다쳐도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한다.

이런 가사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해 고용안정, 근로조건 향상 을 도모하기 위해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이 2021년 제정되어 올해 6월 시행되었다. 그러나 이 법은 인증받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된 가사 근로자에 한해 적용된다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 이주 가사노동자가 가사서비스 제공업체에 고용되어 가사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위 법의 사각지대에 여전히 놓여 있다.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는 2020년 기준 71만 4452명이다.(통계청 인구총조사, 2020년)

한국표준직업분류상 가사 및 육아 도우미는 ‘단순노무 종사자’에 해 당한다. 6만 7684명의 등록 외국인 가운데 정확히 몇 명이 가사노동자로 일하는지도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대부분 가사 이주노동자들이 중국 국적 동포라는 점에 관해서는 많은 연구가 존재한다.

현재 가사노동, 이른바 ‘가구 내 고용활동’이 가능한 외국인은 한정된 종류의 체류자격을 가진 경우에 국한된다. 취업활동의 범위에 제한이 없는 거주(F-2), 혼인이주(F-6), 영주(F-5) 체류자격 소지자는 국민과 거의 동일하게 취업이 가능하다. 반면 그 외의 체류자격은 대부분 취업활동이 불가능하거나, 정해진 사업장에서 일해야 한다. 외국 국적 동포에게 주어지는 F-4 체류자격 및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국 국적 동포에게 주어지는 방문취업(H-2) 체류자격 소지자는 모두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F-4 체류자격은 단순노무 분야에 취업이 불가능하고, H-2 체류자격은 단순노무 분야에서만 일하도록 한 데 비해 가사노동은 그 분류체계에서 모두에게 허용되는 예외적 업종에 해당한다.

차별적 이민정책, 재검토해야

현재 가사노동자로 일하는 외국인은 사업장 변경, 즉 퇴사와 이직, 직종 변경의 자유가 있는 사람들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안한 ‘외국인 저임금 가사노동자 도입 정책’은 국민보다 현저히 낮은 저임금으로 일할 ‘가사노동자’를 도입하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제한되고 다른 직종으로 이직 역시 제한될 것이다. 저임금 가사노동자 도입정책은 사업장 변경을 제한해 외국인 노동자의 근로권, 신체의 자유, 직업 선택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강제노동의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가 있다고 오랫동안 지적되었던 고용허가제와 동일한 형태 또는 고용허가제도 내 업종에 포섭되는 형태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고용허가제는 단기순환형 인력정책으로 5년 내 귀국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이주민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기 어렵게 한다. 이민 확대를 고려한 이민청 도입을 추진 중인 정부에서 단기순환형 체류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사회’라는 비전을 위해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로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보편적 육아휴직 권리를 확립하고,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건의는 육아휴직 장려 등을 통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방식이 아닌 ‘함께 일하고 따로 돌보는’ 방식의 제안에 가까우므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추진하는 기본계획 및 정책 과제의 기본이념·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양육을 존중하는 사회라면, 돌봄노동의 가치가 폄훼되지 않을 것이다. 평등과 공정을 중시하는 사회라면, 이주노동자라고 해서 그 국적·인종·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국가발전이 우려된다면, 차별적 이민정책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이민자를 환대하는 정책이 우선 실시되어야 한다. 외국인 저임금 육아 도우미 정책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이진혜

변호사.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이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활동하는 ‘이주민센터친구’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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