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급식인원 공공기관의 2-3배
인력 충원 및 대체인력제 도입 시급

학교 급식실 노동자가 인력 부족으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23일 ‘학교 급식실 노동자 작업조건 실태 및 육체적 작업부하 평가’ 연구보고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건강한노동세상,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는 “전국 학생들의 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그 막중한 책임에 비해 매우 열악”하다면서, “근골격계질환, 조리흄(조리시 발생하는 연기) 및 유해물질에 의한 폐암 등 호흡기질환, 넘어짐, 베임, 이상온도(고온이나 저온) 물체 접촉 등 다양한 위험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급식노동자 1명이 감당하는 식수인원은 서울대병원 등 공공기관 급식실 11곳은 평균 60여 명, 학교 급식실은 약 130여 명으로 학교 급식실이 2-3배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진은 학교 급식실 종사자의 업무량, 작업환경상 위험, 작업 조건과 그에 따른 피로, 자각 작업강도, 작업부하 요인 등을 조사,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과중한 업무로 인한 질환을 예방하고 사고 위험을 낮추기 위한 방안과 필요한 충원 인력의 수준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인원의 식사를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공급하기 위한 고강도 압축노동”의 근거라면서, 학교 급식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폭염에 대비한 급식실 안전대책 ▲급식실 인원 배치기준 개선으로 노동강도 완화 ▲교육청 단위의 전담대체인력제도 마련으로 휴식권 보장 ▲급식실 환기시설 개선으로 노동자 건강권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학교 급식노동자들은 대체인력제도가 없어 아파도 병원조차 가기 어렵고 마음 놓고 쉴 수도 없으며, 환자 본인이 대체인력을 스스로 구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대체인력제도의 도입을 수년간 지속 요구했지만 지역의 각 교육청들이 외면해 온 사실을 비판했다.

이번 연구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설문조사, 작업강도평가, 육체적 작업부하 평가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당시 전국 급식실 종사자 6만여 명 가운데 4100명에게 설문지를 배포했고, 이 가운데 3128명이 응답했다. 응답자는 99.8퍼센트가 여성, 99퍼센트가 무기계약직, 평균 나이는 51.4±5.3살, 평균 근속연수는 10.8±6년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은 평균 8시간을 웃돌았다. 이들의 실제 평균 식사시간은 짧으면 10분 남짓, 길어야 30여 분이고, 실제 평균 휴게시간은 20여-50여 분 정도로 나타났다. 노동자 1인당 급식인원은 평균 최저 55명, 최고 175명이다. 

23일 ‘학교 급식실 노동강도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노동환경 개선요구 기자회견' 모습. (사진 제공 =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업무 끝난 뒤 육체적으로 항상 지쳐
60퍼센트 이상 근골격계질환 관리대상자
작업 강도, 모든 학교에서 적정 수준 크게 웃돌아

작업환경에서는 소음, 고열, 다습 요인 순으로 불편하고 심각하다고 답했다. 식기세척기, 다기능오븐, 야채절단기, 회전식 국솥, 이동대차 등 12가지 기계장비가 도입돼 있지만 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25퍼센트에 이르렀다. 불편한 사용방식, 시간에 쫓김, 실제 업무량에 비해 기계 부족, 기계 사용해 조리 시 모양 등이 좋지 않아서가 그 이유였다.

기계설비도입비율은 고등학교(73퍼센트, 이하 퍼센트 생략), 중학교(69.4), 초등학교(68.7), 기타(50)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절반 이상(53)은 업무가 끝난 뒤 육체적으로 항상 지친다고 응답했다. 육체적 피로도는 전국 17개 지역 가운데 광주(75), 전남(74.2), 제주(63.4), 울산(62.5), 서울(60.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작업은 설거지 및 정리와 음식 조리다.

또 60퍼센트 이상이 근골격계질환 관리대상자(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 기준)에 속했고, 관련 질환으로 최근 1년 동안 병원 및 한의원 치료자가 60퍼센트에 이르렀지만 산재 및 병가자는 4퍼센트에 그쳤다. 90퍼센트가 넘는 이들이 어깨(96.1), 팔/팔꿈치(92), 손목/손(96.3), 허리(91.3) 부위의 증상을 호소했다.

응답자의 45퍼센트는 한국인 표준 직무스트레스 평가상 직무요구도 고위험군(한국인 참고치 상위 25퍼센트 이상 점수)에 해당됐다.

작업부하(주어진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하는 작업의 양과 성격) 요인으로는 시간 압박감(24.5)이 가장 컸고, 노력의 수준(22.3), 육체적 활동(22), 불쾌감 수준(11.6), 정신적 활동(11.3), 수행도(8.3) 순이었다.

응답자들은 현재 업무량을 100으로 봤을 때 평균 39퍼센트 정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보다 많이 줄여야 한다고 답한 지역은 대구(52), 광주(44), 경남(43), 부산/인천(42) 등이다.

8시간 노동 기준으로 작업강도는 모든 학교에서 적정 강도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적정 강도는 각 개인의 최대 육체작업 능력 대비 33-34퍼센트 수준인데, 초등학교(37±8.5), 중학교(43±7.3), 전문고(45±9.5), 인문고(41±8.4)로 모두 적정 수준보다 높았다.

현재 작업강도에 따르면, 이들의 최대 허용 노동시간은 초등학교 7.4±4시간, 중학교 4.7±2.5시간, 전문고 4.4±2.8시간, 인문고 5.9±4시간으로 모두 최대 허용 노동시간보다 많이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육체적 작업부하(실제노동시간/작업강도에 따른 최대 허용노동시간)를 평가한 결과도 초등학교 1.54±1.01배, 중학교 2.24±1.25배, 전문고 2.73±1.85배, 인문고 2.05±1.36배로 모두 적정 부하보다 1.5-2.7배 정도 높았다.

업무 종료 후 육체적으로 항상 지친다는 응답 비율. (자료 제공 =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신체부위별 증상호소자 및 관리대상자 비율. (자료 제공 =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현재 업무량(100) 기준, 필요 감소량. (자료 제공 =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인력 충원 및 대체인력풀 도입, 설비 증설 등 필요

이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적정한 작업 강도를 위한 인력 충원, 대체인력풀 운영, 작업환경에 따른 인력 충원, 세척 설비 증설 및 반조리 제품 사용,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에 참여한 전체 응답자의 평균 1인당 식수인원은 114±60명으로, 1일 8시간 노동 최대 작업 강도를 적용하면 86±23명이 적정 수준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평균 1.23배 정도의 인원이 확충돼야 한다고 봤다.

급식노동자 1명당 식수인원은 공공기관의 경우 2014년 자료 기준으로 평균 28.8명(2014 국회 정책자료 우원식, 박홍근 의원실)이며, 2018년에는 평균 65.9명(주요 공공기관 조리노동자 1인당 급식 인원, 2019년 1월 14일 김종훈 의원 보도자료)이다.

연구진은 실제로 더 많은 인원 확충이 필요한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당 급식실 운영 인원 자체가 적은 편이며, 연차 사용 또는 경조사, 병가 등 결원이 생겼을 때 1인당 급식 인원 및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문제가 있으므로, 실제 증원 인력은 1.23배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작업 강도로는 현재 인원의 1.23배가 필요하지만 소음, 고열, 다습, 환기 등 작업환경의 불편도 및 심각도, 계절적 특성 등에 따른 작업 환경상 요인에 따르면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대체인력제는 교육지원청이나 구 단위로 운영하되, 조리공간 및 장비, 급식 방법 등이 학교마다 다르므로 도입 시 각 시도별 교육청 및 노동조합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응답자들이 가장 부담되는 작업으로 설거지를 꼽았지만, 설거지 작업의 강도를 줄일 애벌세척기의 설치 비율은 43.9퍼센트에 그친다면서, 조리과정의 설비에 대한 사용성 평가를 진행해 공간 구성을 정비하고, 애벌세척기, 세척기 등을 증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또 전처리 업무 부담을 낮추고 위생 등을 고려해 세척된 식자재, 반조리 제품 등 공급도 필요하다.

이러한 조치는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서도 권장해야 하는데, 세척기 증설과 반조리 제품 등 사용으로 반복 작업, 갑작스런 힘 사용, 불편한 자세, 작업강도 등 직업적인 요인에 의한 근골격계질환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학교 보건실에서 테이핑 요법, 스트레칭 교육 및 실시 등 조치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2020년 기준으로 전체 1만 1903개교(초중고특수학교)에서 100퍼센트 시행되고 있다. 1일 평균 급식 학생 수는 전체 538만 명, 학교당 평균 급식 학생 수는 452명이다. 급식 전담 영양사 및 영양교사 1만 691명, 조리사 1만 816명, 조리원 5만 297명 등 급식 노동 관련 종사자는 7만 1804명이다. 학교 전면급식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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