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인권위 등, 법무부에 “권고 수용, 재발방지 노력” 촉구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1년 1월 코로나19로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가 숨진 사건에 대해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12일 국가인권위는 ▲피진정 기관에 대해 ‘기관경고’ 조치 ▲코로나19 확진 수용자에 대한 의료 및 관리시스템 개선 ▲고위험군에 속하는 확진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지침 개정 ▲본 사례를 각 교정시설에 전파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법무부장관에게 권고했다.

이어 서울동부구치소장에게는 “응급상황 및 코로나19 확진자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업무 절차를 개선하라”고 했다. 

구치소 사망 사건 피해자는 입소 당시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을 진단받은 상태에서 2020년 12월 2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12월 30일 형집행정지가 결정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서울동부구치소가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됐다며 그를 외부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계속 수용했고, 피해자는 수용 중 호흡곤란을 호소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월 7일 의식, 호흡, 맥박이 없는 상태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천주교인권위는 2021년 1월 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수용자 3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 ▲응급 후송 계획과 사망 당일 조치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구치소의 의료접근권 ▲확진 사실 등의 유족 미통보 및 사망 사실의 공개 지연에 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법무부장관과 서울동부구치소장,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번 국가인권위 권고 결정은 숨진 3명 가운데 서울동부구치소 사건에 대한 것이다. 2021년 7월에 이어진 서울동부구치소 사망 사건의 유족도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는데, 이번 사건과 병합됐다.

이번 권고와 관련해, 천주교인권위원회,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사단법인 두루는 19일 논평을 내고 “법무부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사망 사건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서울동부구치소 청사. (사진 출처 = 법무부 교정본부 홈페이지)<br>
서울동부구치소 청사. (사진 출처 = 법무부 교정본부 홈페이지)

“교정시설이 생활치료센터 될 순 없어”

이들은 “교정시설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해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사람까지 석방하지 않고 계속 수용한 법무부의 당시 대책이 사망 사건의 중요한 원인”이라면서, “일반 생활치료센터와 달리 교정시설은 휴대전화 소지가 금지돼 수용자가 자신의 증상을 외부에 호소하기 어렵고, 코로나19 대규모 확산 시 접견과 전화 통화가 중단되는 등 외부교통권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과 직원 외 교도관은 수용 관리에는 익숙하나 의료 처우에는 미숙할 수밖에 없다”면서 “교정시설 용도로 건축된 교정시설에 생활치료센터라는 간판을 붙인다고 해서 생활치료센터의 기능까지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피해자, 고령의 기저질환자임에도 외부 병상 배정 못 받아
형집행정지 결정에도 계속 수용

국가인권위는 “피해자는 고령의 기저질환자로,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중증으로 사망에 이를 개연성이 높아 특별한 보호가 필요했다”면서, “그러나 피진정 기관은 피해자가 코로나19 확진 이후 호흡곤란이 발생한 상황에서도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는 등 의료조치를 소홀히 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으며, 피해자가 확진된 직후 그 사실을 가족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구치소 측이 피해자 가족에게 확진 사실을 즉시 알리지 않고 확진 판정 날로부터 약 12일이 지난 사망 전날에서야 통지한 점에 대해서는 “수용자의 가족으로서 수용자의 중요한 건강 상태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고 그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 역시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국가인권위 조사에서는 피해자가 사망 전날인 1월 6일 오후 11시쯤 인터폰으로 호흡곤란을 호소했지만, 근무자가 인터폰 상으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증상에 대한 투약만 설명한 사실도 드러났다.

법무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절 시행에 따른 코로나19 교정시설 방역 세부지침’(교정본부 코로나19 대책반, 2020.4.) 등에 따른, 고령의 만성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 환자는 중증으로 간주해 병상을 배정하도록 한 규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설령 피해자의 최초 증상이 미미해 의료기관 이송까지 필요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을지라도 피해자가 2021년 1월 6일 23:00경 호흡곤란을 호소했을 때에는 신속히 인근 병원으로 이송조치를 해야 했을 것”이라고 봤다.

피해자는 사망 당일인 1월 7일 5시 55분쯤에도 호흡곤란을 호소했지만, 응급조치 직원들은 6시 10분에 수용동에 도착했고, 119신고는 6시 24분에서야 이뤄졌다. 국가인권위는 이에 대해서도 교정시설 측이 “응급상황에서 신속한 환자보호 조치를 다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인권위는 “피해자가 확진된 시점인 2020년 12월 25일은 교정시설에서의 대규모 코로나19 감염사태가 시작된 2020년 12월 15일 이후로서 보다 높은 주의와 조치가 필요했었던 시기”라며 “신속하게 형집행정지를 추진하거나 근처 의료기관으로 병상배정 요청을 하지 않은 것 역시 수용자 보호의무를 소홀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COVID-19 수용자 인권 지침’(OHCHR-WHO 기관 간 상임위원회, 2020.3.27.)에 근거한 국제 기준에 따르면 “국가는 자유가 박탈된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이용 가능한 것과 동일한 기준의 보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이를 시민권, 국적 또는 이주민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도 2005년 교도소 수용자의 외부 치료와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에 대한 선고에서 “구금시설에 수용되어 국가의 보호, 감독하에 있는 수용자(수형자 및 미결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의료 보호의 필요성은 일반 국민에 비하여 더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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