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여승무원 농성장을 방문했다.
정리돼지 않은 농성 천막 안에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
이들이 활짝 웃는 모습을 언제 볼수 있을까?

“난생 처음 파업가를 불러보았다.
낯선 음과 모르는 노랫말에 입만 벙긋거리는게
무안해 팔이라도 힘차게 흔들었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파업까지 이끌었던 것일까?
비정규직과 불법파견이 무엇인지,
노동법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우리가 어떻게 철도 총파업이 끝난 뒤에도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할 수 있었을까?

2006년 3월 6일

두꺼운 점퍼에 배낭 하나를 메고 파업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짐을 풀고 흩내리는 진눈깨비에
손과 발, 온몸의 감각이 먹먹해질 때까지,
낯선 노래말, 어색한 몸짓으로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했던
파업 전야제의 밤이 끝나갔다.”

-KTX 승무원의 수기 중에서

이사야서 61장1절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 하느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마음이 부서진 이들을 싸매어 주며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갇힌 이들에게 석방을 선포하게 하셨다."

내가 가장좋아하는 성경구절중에 하나다. 해방을 선포하시는 하느님,
그러나 사회적불의 앞에서 직접적으로 고통받으며 눈물흘리는 노동자들을 보거나,
이런 현실을 외면하는 사회적 무관심을 볼 때,
나는 끝이 어딘지 모를 어두움 한 가운데 있음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죽음의 힘보다 더 강하신 하느님의 생명을 믿는다.
하느님을 믿는 우리들의 노력이
어두운 사회를 밝은 하느님의 나라로 한발한발 다가서게 한다.


/두현진 200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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