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6일(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 민수 11,25-29; 야고 5,1-6; 마르 9,38-43.45.47-48

최근 이주민 현황

오늘은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입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볼까 합니다. 2019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2만 명, 그중에서 취업자 수는 88만 명, 그중에서 불법 체류는 28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고임금 소득자는 내국인이 많으나 단순 노무 직종인 200만 원 수준 일자리 취업률과 실업률은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다단계 하청구조 속에서 값싼 노동력을 선호하는 국내 노동 현실이 불법 체류자를 양산할 수 있는 여지가 강하고, 여기에 더해 이주민에 대한 내국인의 인식이 다소 부정적이라는 부분은 장기적으로 개선돼야 할 요소로 꼽힙니다.

초고령화 사회의 진입이 시작된 가운데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노동자이자 소비자로서의 이주민 유입 증가를 촉진할 것이며, 우리 모두에게 이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과 복음적 시각을 요청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국내 거주 이주민 중 상당수가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육체노동을 경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더욱이 가난한 나라의 외국인 노동자를 환대하지 못함, 그러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 심지어 외국인 노동자를 혐오의 대상으로 여기는 극단적 일부 경향들 때문입니다.

은연중에 갖고 있는 잘못된 편견과 생각들

한국말을 익숙하게 못해서, 피부색이 달라서, 우리와는 종교나 문화, 살아온 환경이나 관습이 다르기 때문에 분명 이질감과 오해, 편견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불합리한 처사를 당해도 될까요? 게다가 이를 부추기는 잘못된 정보와 가짜 뉴스, 일부 대중매체의 묘사들도 문제입니다. 어떤 영화들은 특정 이민자들을 범죄자, 부랑자 취급하고, 그들이 사는 지역을 칼부림과 싸움이 끊이지 않는 범죄의 도시로 단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여러 보도 자료를 보건대, 이주민의 증가로 인한 여러 부정적 인식들, 가령 외국인 범죄의 증가, 내국인 일자리 침해, 사회적 혼란 등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이민자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무엇이 이런 잘못된 처사를 정당화합니까?

학계에서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배타적 민족주의 정서’와, ‘서구중심주의’라고 진단합니다. 즉 전자는 배달의 민족, 순수 혈통의 단일 민족이라는 정당성이 우리 외부에 열등함을 부여한다는 해석이고, 후자는 한국이 서구 문명을 모델로 산업화를 이뤘기에 서구 중심은 우월하고, 서구가 아닌 지역은 열등하다고 여기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강조하건대 분명히 양자 모두 잘못된 사고들입니다. 이에 더해 저는 여기서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지만 우리 사회의 양적 성장의 결과가 ‘돈이면 다 된다는 사고방식’, ‘돈이 없으면 무시해도 된다는 교만함’ 그래서 결국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해야 함을 망각한 세태’를 빚어낸 것은 아닌가 우려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루카 복음에 묘사된 어리석은 부자의 길과 다르지 않습니다.(루카 12,20) 훗날 하느님 앞에서 셈할 때 아무것도 내어 놓을 것이 없는 가련한 사람의 말로에 불과합니다. 또한 오늘 복음에서 이야기하듯, 우리의 어리석음이 초래한 결과가 우리를 파멸과 죽음으로 인도할 거란 경고도 바로 이런 맥락의 가르침입니다.

필자가 노동사목 소임 시절, 선종하신 도요안 신부님의 선종 10주년을 기념하는 추모행사를 가졌습니다.(2021년 11월 22일.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가난한 노동자와 외국인 형제자매들과 함께 하는 노동사목 시절은 제게는 참으로 감사한 시절이었습니다. 세상과 이웃을 위해 사제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시절이었고, 사제이자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내면의 건강함과 영혼의 맑음을 얻을 수 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기여한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았다고 할까요? 더불어 그때 함께했던 많은 분들에게도 늘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 = 이주형)<br>
필자가 노동사목 소임 시절, 선종하신 도요안 신부님의 선종 10주년을 기념하는 추모행사를 가졌습니다.(2021년 11월 22일. 보문동 노동사목회관) 가난한 노동자와 외국인 형제자매들과 함께 하는 노동사목 시절은 제게는 참으로 감사한 시절이었습니다. 세상과 이웃을 위해 사제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던 시절이었고, 사제이자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내면의 건강함과 영혼의 맑음을 얻을 수 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기여한 것보다 얻은 게 더 많았다고 할까요? 더불어 그때 함께했던 많은 분들에게도 늘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 = 이주형)

이주민 형제자매들은 우리의 이웃이자, 시대적 표징!

필자도 그런 잘못된 인식을 갖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유럽이나 미주 등지에서 일하는 동료 사제들의 타향살이와 그 어려움을 접하며 그리고 한국에서 이주민들을 만나는 체험을 하면서 저의 그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근거 없는 우월감, 재물에 대한 우쭐함은 결국 사람을 망치고 잘못된 길로 가게 할 뿐임을 알았습니다. 나 역시 이 지상의 여정을 순례하고, 공수래공수거라는 말처럼 언제든 내가 있던 곳을 떠날 수 있는 떠돌이, 나그네임을 알았습니다.

분명히 한국 사회는 유래가 없는 경제 성장과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외적인 발전만큼이나 우리의 의식과 내면도 성장했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풍요로운 환경만큼 이웃 사랑, 자비와 배려, 존중과 환대, 나눔이 있는지 말입니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고, 이를 위해 내가 변화된다는 것은 인내와 노력을 요합니다. 하느님 말씀에 충실하려는 의지, 시간을 내어 기도함, 지속적인 성실함이 요청됩니다. 그러나 복음을 마음에 품고, 이를 실천하려는 이는 자유와 생명, 참된 평화와 기쁨을 얻습니다. 우리는 이민자, 난민들을 형제자매로 여겨야 합니다. 그들과 더불어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이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오늘 세계 이주민과 난민의 날을 맞아 고통과 슬픔 속에 머물고 있는 수많은 이민과 난민들을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우리가 그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합시다. 함께 노력합시다. 용기를 내어, 힘을 모아. 아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사람이기 때문에 너희에게 마실 물 한 잔이라도 주는 이는,

자기가 받을 상을 결코 잃지 않을 것이다.

(마르 9,41)

 

이주형 신부(요한)

서울대교구 성서 못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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