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비평]-장비 사용, 경찰 입맛대로

▲사진/한상봉

경찰과 조직폭력배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범죄 소탕을 통한 사회 안전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경찰’과 온갖 범죄의 온상이라 할 만한 ‘조직폭력배’. 서로 극과 극에 놓여 있다고 하면 적당할 이 두 집단 간에도 사실 공통점이 꽤 많다.

먼저, 둘 다 폭력을 전제로 활동을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경찰이든 조직폭력배든, 처음부터 무턱대고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범인을 잡거나 소탕할 때(경찰)라든지, 다른 조직과 싸움을 하고 누군가에게 해를 입힐 때(조직폭력배)와 같은 결정적인 순간에는 여지없이 힘으로 상대방을 제압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순간을 대비하기 위해 언제든 출동할 준비를 하고, 꾸준히 무예(?)를 연마하며, 연장(?)을 준비한다는 점도 같다면 같은 점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죄악시되는 폭력을 두 집단 모두 행사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쪽은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한 쪽은 부당한 것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이를 사용하는 목적이 정의를 위한 것이냐, 아니면 불의를 위한 것이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를 정당화하는 법률 등이 제대로 제정되었는지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겠다. 또한, 폭력을 꼭 필요할 때 사용한 것인지 등도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하겠다. 즉 폭력을 사용하는 주체가 경찰이기 때문에 그 행위의 정당성도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목적이 정의를 위한 것이고 법률에 따라 최소한으로 사용할 때라야 정당한 행위, 곧 제대로 된 공권력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찰은 과연 이러한 기준에 적합한 집단이라 할 수 있을까? 특히 합법적 폭력인 공권력을 집회현장에서 제대로 행사하고 있을까?

신형 경찰장비의 실상

위와 같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 위해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은 지난 9월 30일, 내부 워크샵 자리를 만들어 집회현장에서의 경찰 공권력 행사, 특히 경찰장비의 현황과 문제점 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자리에서, 이번 여름 쌍용차 공장에서 사용되었던 경찰의 최루액, 테이저건, 저살상탄 등과 같이 이전에는 눈에 띄지 않던 장비들의 실상을 알 수 있었다. 당시 경찰이 사용했던 최루액은 1999년 프랑스에서 수입된 것으로, 2041.9리터가 헬기 또는 물포를 이용해 평택 시위현장에 살포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피부가 벗겨지고 수포가 생기는 2도 화상을 입은 환자가 발생한 것을 비롯하여, 최루액을 직접 눈에 맞아 눈두덩이가 붓고 급성 결막염증상을 보이는 이들도 다수 발생하였으며, 각종 피부질환 증상을 보이면서 두드러기와 따가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최루액의 무해성을 확인해주겠다며 공개적인 시연회를 열었으나, 오히려 스티로폼이 녹는 등 망신을 톡톡히 당한 일은 잘 알려져 있다.

최루액의 진정한 문제는 그 성분에 있었다. 성분을 분석한 결과, 2개의 시료에서 모두 디클로로메탄(Dichloromethane), 2-클로로벤즈알말로노나이트릴(2-Chlorobenzalmalononitrile), o-클로로벤즈알데하이드(o-Chlorobenzaldehyde), 말로노나이트릴(Malononitrile)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이 중 ‘2-클로로벤즈알말로노나이트릴’은 ‘CS gas’로도 불리며 최루탄의 주요성분으로 사용되는 물질이고, ‘말로노나이트릴’은 ‘CS gas’의 합성에 사용되는 물질이라고 한다. 여기에 ‘디클로로메탄’이 용제로 희석됨으로써 최루가스의 주성분을 최루액으로 제조한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페인트 제거제나 플라스틱 용제, 세척제, 지방제거제로 사용되는 물질로서 국제기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인체에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한 물질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두 무기 모두 ‘치명적이지 않은(non-lethal)’ 것이 아니라 개발될 때부터 ‘덜 치명적인(less-lethal)’인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이었으며, 특히 테이저건의 경우 국제적으로 사망사례가 빈번하게 보고됨에 따라 사용이 규제되기 시작하였다. 다목적발사기도 시위진압용이 아닌 군사무기로 제작된 것으로 탄환으로 사용되는 압축스폰지탄과 고무탄 모두 ‘비살상탄’이 아닌 ‘저살상탄’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경찰이 쌍용차 평택 공장에서 선보인 각종 무기들은 집회․시위 진압에 절대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최루액은 최루탄의 성분과 동일한 것으로, 그 형태가 액체냐, 분말이냐와 같은 차이밖에 없는 것이었으며, 용제로 ‘디클로로메탄’과 같은 발암물질이 사용되어 왔다. 경찰은 발암물질로 범벅된 최루액을 시위대에게 뿌려댔던 것이라 하겠다.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는 역시 시위진압용으로 절대 적합하지 않은 것이었다. 본래 군사작전용으로 제작되었고 현재 대테러 장비로 사용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안전성이 보장되어 있지 않으며, 외국의 사례처럼 사망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한 것이었다.

▲사진/한상봉

관련 법 규정의 문제

이렇게 위험한 장비가 왜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진압용으로 사용되고 있을까? 그에 대한 근거는 존재하는 것일까? 이러한 또 다른 의문을 풀기 위해 워크샵에서는 경찰장비에 대한 규정도 살펴보았다. 먼저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제10조~제10조의4에서 경찰장비, 경찰장구, 분사기, 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하 ‘규정’)과 ‘경찰장비관리규칙’(경찰청훈령)(이하 ‘규칙’)을 두어 사용근거, 요건 및 한계 등을 두기도 하였다.

언뜻 보이기에는 그리 문제없어 보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경찰의 무분별한 장비사용을 규제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상위법인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는 각 장비에 대해 너무 간략하게 언급하고 있어 제대로된 통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였고, 세부적인 내용은 대통령령인 ‘규정’이나 경찰청훈령인 ‘규칙’에 언급되어, 결국 경찰의 입맛대로 그 내용을 규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도 않은 장비가 하위규정에 의하여 경찰장비로 규정되어 사용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평택에서 사용된 전기충격기(테이저건 포함)와 다목적발사기였다. 즉 경찰은 상위법인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은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하위법인 ‘규정’ 및 ‘규칙’에 따라 사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최루액과 같은 화학 장비에 있어서는 성분 등에 대한 규정이 전혀 존재하지 않아 발암 최루액이 살포되는 현실을 규제할 수 없기도 하다.

경찰장비와 인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경찰은 승인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집단으로 그 힘을 정의로운 일에 합법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찰의 행위이기 때문에 무조건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일정한 원칙을 지킬 때라야 진정한 ‘공권력’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판결이 이 글을 쓰는 10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나왔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경찰의 무리한 진압으로 일부 시위대가 부상을 입은 것과 관련해 법원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경찰이 별다른 저항 없이 도로에 누워있던 원고들을 포함한 시위대를 방패로 내리찍고 곤봉을 휘두르며 발로 밟아 상해를 가한 것은 예측되는 피해의 위험성에 비춰 시위 진압의 방법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한 것으로 국가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면서 “촛불집회가 불법집회 또는 시위로서 경찰이 진압해야 할 대상이고 눕자행동단이 경찰의 진압시도를 방해하고 있었다 하더라도 경찰에는 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시위 진압을 해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불필요한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 것이다.

이 대목에서 경찰에게 되묻고 싶다. 발암물질이 섞여 있는 최루액을 2000여 리터나 분사하고, 제대로 된 법적 근거도 없는 대터러장비인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시위대에게 사용하고 있는 경찰의 행위를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할 수 있을까?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불필요한 위해를 가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데에 적합했던 것이라 할 수 있을까? 

* 이 기사는 천주교인권위원회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호영 (건국대 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저작권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