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국의 세상만사 인생사]

어떤 신문을 보니 이명박이라는 인간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말하자면 상당한 경력과 능력을 겸비한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CEO 출신다운 ‘실용주의’를 내세워 대통령이 되었으나 이제는 우익 극보수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입니다. 허나 그 말에는 작지 않은 구멍이 하나 있지요.

어지간한 결심을 하지 않고는 어떤 CEO도 국민의 편에 선다든가, 혹여 진보적 성향을 가진다든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최소한의 상도의를 지킨다거나 (여기서 얘기하는 상도의라 함은 그저 경제 관련 법률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 못한다는 것이 매우 자명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이명박이 내세운 실용주의의 정치적 의미는 이미 반민주요 반 공익의 지평에 서 있었다는 말씀이지요.

미국에서 급성장한 개신교의 논리적 바탕은 프로테스탄티즘이지요. 그리고 그 프로테스탄티즘의 실천적 바탕은 검약이요 검약의 궁극적 목표는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은 부자가 마땅히 존경받아야 하는 나라인 것이지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성실하고 근면하게 살았고 검약을 했으므로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들의 청교도 정신일 것입니다.

미국의 부자들이 똥친 막대기로 장대높이뛰기를 하든 말든, 전봇대를 꺾어서 이빨을 쑤시든 말든 그들은 그렇게 여긴답니다. (수백년이 흐른 지금에야 그 순진하고도 덜 떨어진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미국인은 드물 테지요.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그렇다고들 합니다.)

그리고 미국의 아들 이명박은 모든 한국인에게 부자가 되라고 강요할 모양이네요. 그의 머릿속을 맴도는 구호가 몇 개 보입니다.

‘미국을 보아라. 부자들이 얼마나 존경을 받는가.’
‘가난한 자는 근면하지 못하다. 성실하지 못하다. 검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가난한 것이다.’
‘가난은 죄악이다. 광우병 소를 아무리 수입해도 안 사먹으면 그만 아닌가’


그 구호의 맞은편에 가까스로 흐릿하게 남아 구천을 떠도는 예수님의 말씀이 몇 구절 보입니다.

“여러분들 중 지극히 낮은 이에게 행한 것이 곧 저에게 행한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분들은 복이 있습니다. 하늘나라가 여러분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의 몸과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이웃을 섬기지 않으면 다시는 저를 볼 일이 없으실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립니다. 한국의 추기경님들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광우병 파동은 제가 볼 때 시작에 불과한 듯합니다. 부자가 되는 것을 미덕으로 믿고 있는 이명박이 무슨 일은 못 꾸미겠습니까. 그리고 그가 꾸며 낼 일 들 중 하느님의 자녀, 즉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꾸며낼 일이 과연 있겠습니까? 그 무엇보다도 주님의 계명과 정 반대의 행동을 하는 인간을 언제까지 대통령이라고 두고 보실 생각이십니까?

가난한 아이들은 치료도 못 받고 죽어가는 나라, 수많은 농민이 농약을 마시고, 전 재산 걸어 작은 음식점을 내고 한 번 잘 살아보겠다던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거리로 나앉게 되고, 비싼 수도세 때문에 다달이 울상을 짓고, 애써 일구어 왔던 통일 논의가 물거품이 되어 또 다시 사랑하는 동족을 흘겨보게 되고, 우리의 희망, 우리의 자식들이 공동체 의식을 배우기 이전에 살벌한 경쟁에 익숙해지고, 돈 없는 부모들은 사교육에서 소외되어 피울음을 우는, 그런 나라가 되어야만 한 말씀 하시겠습니까?

허나 그 때가 되면 이미 늦지 않을까요? 사랑하는 추기경님들... 성서에서 소돔과 고모라를 벌하시기 전에 하느님께서는 그 도시가 어떤 죄악을 저질렀는지 조목조목 말씀하신 걸로 압니다. 그런데....... 지금의 대한민국이 소돔과 고모라가 되고 있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한 짓을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들을 구해 주십시오. 형벌의 유황불에서 우리들을 구해 주십시오. 이명박이라는 어설픈 인간 때문에 형벌을 받기에는 우리 국민들이 너무 모질게 살아왔습니다.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견뎠고 너무 많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전주에서 벌써 사랑하는 노동자가 분신을 했답니다. 그저 자기 몸을 자해하는 죄를 지었다고 하지는 마셔야 합니다. 시대는 그 분신의 이유와 정당성을 알기 때문입니다. 허나 정당하고 옳더라도 또 하나의 전태일이 줄줄이 나온다면, 슬픕니다. 무섭습니다.

두 분 추기경님들의 건강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변영국 200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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